작품 줄거리
좋은 이별은 없다지만, 폭력과 살인을 수반하는 이별이라면 그것을 사랑이라고는 말할 수 없다. 하지만 ‘엘로아’가 감금당하고 살해당한 사건을 다루는 언론은 초지일관 엘로아의 죽음이 한 남자의 ‘사랑’ 때문이었다고 전한다. <살인자, 그리고 살인자들>은 자신과 헤어진 여성을 죽인 ‘살인자’의 문제만을 꼬집는 것이 아니라 살인의 공모자들을 다시 비춘다.
‘사랑’ 문제 때문에 그럴 수 있다고 사람들이 논평을 늘어놓는 동안, 그녀는 지옥 같은 며칠간의 감금 생활을 견뎌야만 한다. 감금은 실시간으로 전 국민에게 방송되고 있는데도, 그녀는 어떤 도움도 받지 못한다. 특종을 노리며 어떻게든 가까운 거리에서 찍으려고 사건현장 주위를 헤집는 카메라들, 심리 분석가들을 모셔 놓고 가해자에 대해 떠드는 토크쇼, 가해자와의 전화통화를 대국민 담화인 양 보도하는 태도는 사건에 기름을 부을 뿐이다. 경찰은 가해자가 ‘선량한’ 청년이라 믿는다며 진압작전을 미루고 결국 사태는 최악으로 치닫는다.
서울인권영화제 상임활동가 다희
감독
리비아 뻬레스는 다큐멘터리 제작자이자 연구자이다. 다른 작품으로는 <Lampiao, shinning up Brazilian press>와 <If I am a few months> 등이 있다.
인권해설
얼마 전, 전화 받는 태도가 불량하다며 연인의 집에 찾아가 4시간이 넘도록 무차별적으로 폭행한 사건이 보도되어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되었다. 연인관계였던 여자친구가 헤어지자고 하자 염산을 뿌리고 달아난 사건과, 혼인신고를 거부한 여자친구의 손가락을 자른 사건까지 친밀한 관계에서 발생하는 폭력사건은 연일 보도되고 있다. 대검찰청 범죄분석 자료에 따르면, 한국에서 지난 10년간 친밀한 관계에 의해 살해당한 살인피해자는 1000여 명에 이른다. 공식 통계 상으로 매해 100여 명의 피해자가 친밀한 관계에 있는 연인에 의해 살해되고 있다.
1993년 UN 총회에서 채택된 여성폭력철폐선언(Declaration on Violence against Women)은 여성폭력을 “공적 혹은 사적 생활에서 여성에게 신체적, 성적 혹은 심리적 해악이나 고통을 주거나 줄 수 있는 성별에 기초한(gender-based) 폭력 행위, 그리고 그러한 행위를 하겠다는 협박, 강압 또는 자유의 박탈”로 정의하고 있다. 여성폭력을 성별에 기초한 폭력 행위로 이해하는 관점은 전 세계에 걸쳐 여성들이 여성이기 때문에 경험하는 ‘보편여성의 경험’을 보여주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 사회는 친밀한 관계, 연인에 의한 폭력 피해를 연애과정에서 발생하는 사소한 문제로 여긴다. ‘남성’이 관계를 일방적으로 이끌어나가거나 상대에게 자신의 감정을 강요하는 행동을 정상적인 연애과정으로 여기는 태도는, 친밀한 관계에서 발생하는 폭력을 ‘사랑’이라는 감정으로 합리화한다. 데이트 폭력을 심각한 범죄 피해로 인지하기 어렵게 만드는 것이다. 미디어에서 재생산되는 이성애 연애 각본에서는 ‘남성’이 폭력을 행하고, ‘여성’은 이를 수용·감내하는 모습을 낭만적인 연애로 묘사한다. 한 성별이 다른 성별보다 우위에 있다는 믿음과, 그 믿음을 지속하게 만드는 사회구조는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겪는 차별과 혐오를 정당화한다.
그러나 현실에서 마주하는 수많은 폭력의 경험, 차별과 혐오 문화는 ‘나’와 상관없는 일이 아니라 ‘나’의 문제이다. 여성폭력은 특별한 사람이 겪는 특별한 경험이 아니라 보통의 사람이 겪을 수 있는 보통의 경험이고, 이를 주변에서 목격한 목격자이자 주변인인 우리 모두가 이에 연루되어 있기 때문이다.
란 (한국성폭력상담소 사무국장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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