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람을 헤친 긴 사랑 비바람을 헤친 긴 사랑

작품 줄거리

크메르 루즈에 의해 자행된 내전과 학살 이후 약 30년이 지난 캄보디아는 여전히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국가 중 하나이다. 중매결혼과 같은 전통적 가치와 관습은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 동성 간의 성관계는, 법적으로 성관계를 동의할 수 있는 연령에 이른 성인 간에, 사적 영역 내에서 비상업적인 목적으로 이루어지는 경우에는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 전통적 관습은 간성(intersexual)이나 제3의 성을 가진 사람들에 대한 특별 지원을 지지하는 경향을 보이는 데 반해, LGBT 권리 법안은 지배 정권에 의해 여전히 통과되지 못하고 있다. 캄보디아 여성 감독인 사오 소픽(32)의 단편 다큐멘터리 영화인 <비바람을 헤친 긴사랑>은 첫 번째 지역 기반 제작 다큐멘터리 작품으로, 캄보디아 레즈비언 커뮤니티의 구성원들의 목소리를 옮겨낸다. 영화는 힘겹게 사랑을 지켜나가는 두 여성에 관한 이야기를 다룬다. 소쓰 윤(57)과 셈 앵(58)은 2백만 명 이상의 사람들이 살해된 크메르 루즈의 집단 학살 정권 때 만났다. 소쓰와 셈은 여전히 살아있다. 현재 소쓰와 셈은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에서 대략 40km 떨어진 남부 타케오 지방의 마을에 살고 있다. 둘은 이곳에서 조카들을 키우며 마을 사람, 그리고 가족의 비난에 맞서 오랜 싸움을 지속해왔다. 그리고 이제는 법적 결혼권을 위한 싸움으로 이어가고 있다.

감독

사오 소픽

사오 소픽은 캄포디아 프놈펜에 있는 싱가포르 대학에서 경영학 학위를 받았다. 2009년부터는 Goethe Institute가 지원하는 프놈펜 M.E.T.A(미디어 교육 및 훈련 아카데미)에서 영화를 배우고 있다. 소픽은 인도, 필리핀, 인도네시아에서 열리는 워크숍에 참석하고 있다. 소픽의 단편 다큐멘터리 영화 <비바람을 헤친 긴사랑>은 지금까지도 아시아와 유럽의 수많은 국제 영화제에서 상영되고 있다. 2013년 2월에는 베를린 국제 영화제에 여성 캄보디아 감독 최초로 초대받기도 했다.

인권해설

‘내가 태어난 1968년, 나는 레즈비언이 나뿐이라고 생각했다. 나 같은 다른 사람이 있다는 걸 알지 못했다.’ (소쓰 윤)

 

캄보디아의 한 작은 마을에 사는 레즈비언 커플이 등장하는 이 다큐멘터리는 담담한 듯하면서 날카롭다. 주인공들은 소박한 자기 삶과 사랑 이야기를 쉽고 짤막하게 풀어놓지만, 관객들은 이들의 언어 너머의 시간과 역사를 읽어내야 한다.

 

두 여성이 헤쳐가야 했던 것은 무엇인가. 처음 만나 알게 되고, 신뢰를 쌓게 되고, 가까워지고, 함께 살게 되고…. 두 사람의 관계에는 아무 문제도 없다. 그럼에도 두 사람은 관계를 지키기 위해, 인정 받기 위해, 갈등하고 모욕을 당하며 싸우고 요구하고 주장해야 한다.

 

몇 명 등장하지 않는 인물들과 몇 마디 나오지 않는 내레이션 중에 ‘같은 성끼리 사랑하는 사람들을 본 적이 없었다’, ‘그런 얘길 들은 적이 없었다’, ‘알지 못했다’ 라는 말이 반복되는 것을 주목하라. 그래서 동성애자는 곁에 있어도 보이지 않는 존재, 사회생활을 해도 벽장 속에 있는 존재, 그래서 결국 없는 존재가 되어버린다. 자신이 존재함을 증명해야 하는 것, 그것이 이들이 헤쳐왔던 험난한 여정이다.

 

주인공들은 권리를 요구한다. 존재를 인정 받을 권리, 차별받지 않을 권리, 결혼할 수 있는 권리. 그러나 나는 영화를 보는 관객들이 액면 그대로의 언어에 한정되어 이들 여성커플의 이야기를 ‘동성애자의 권리’에 관한 것으로만 이해한다면 섭섭할 것이다.

 

‘그녀는 나를 사랑한다. 나도 그녀를 사랑한다. 서로 의지하면서 산다는 건, 서로 이해한다는 것이다.’ 두 사람이 함께 일하고, 함께 요리하고, 함께 아이들을 키우는 모습은 결코 흔히 볼 수 있는 부부(夫婦)의 모습이 아니다. <비바람을 헤친 긴 사랑>이 주는 감흥의 큰 부분은, 공동체 안에서 살아가는 두 여성의 다정하고 깊고 평등한 관계, 그 자체에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조이여울(저널리스트, 여성주의 저널<일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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