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온한 당신 Troublers

작품 줄거리

감독은 서로 동떨어진 듯하면서도 어딘가 닮아있는 사람들의 연결고리를 찾아간다. 그저 가장 보통의 존재로 살고자 했을 뿐인데 ‘불온하다’는 낙인이 찍힌 사람들. 성소수자를 향하던 혐오는 점점 더 많은, 평범한 사람들에게로 확산되어간다. 그저 당연한 것을 인정받고 싶을 뿐인 성소수자의 이야기도, 그저 진실을 되찾기를 원할 뿐인 세월호 유가족의 이야기도 ‘종북’이라는 편리한 단어 아래 묻혀버린다.

서울시민인권헌장의 제정을 요구하는 농성, 학생인권조례개정안 토론회, 세월호 진상규명 집회, 퀴어퍼레이드의 현장에서 혐오의 맨얼굴은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혐오를 표출하기 위해 집단으로 행동하는 이들은 개개의 현장에 꾸준히 나타나면서 차마 입에 담기조차 어려운 욕설들을 아무렇지 않게 뱉어낸다. ‘세월호 이제 지겹다. 그만하자’, ‘종북 좌파가 나라를 망친다’ 같은 외침이 개개의 공간에서 겹쳐 들린다. 그 과정에서 국가와 제도는 혐오의 표출을 사실상 묵인하며, 소수자가 그에 대응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주지 않는다.

여기, 혐오가 만연한 세상에서 소수자로 살아가기란 참으로 쉽지 않은 일이다. 이들에게 ‘안전한 곳’이란 없다. 사회가 소수자에게 ‘모습을 보이지 말라’고 종용하는 가운데, 감독은 혐오에 맞설 때 따를 수밖에 없는 극도의 피로에도 불구하고 ‘소수자의 존재를 드러내기 위해’ 이 작품을 세상에 내놓는다.

 

서울인권영화제 자원활동가 심지

감독

이영

이영

1999년 “대안TV”의 창립멤버로 활동한 후, 2001년부터 여성영상집단 움(WOM)을 설립해 다큐멘터리 제작, 영화제작 교육, 미디어 정책 활동 등을 해왔다. 연출작 <거북이 시스터즈>(2003), <이반검열>(2005), <OUT>(2007)을 통해 비가시화된 주체들의 목소리를 시각화하는 다양한 방식을 실험해왔다. 2007년 <OUT>으로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옥랑문화상과 서울인권영화제 올해의 영화상을 수상했으며, 야마가타 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프레임라인 영화제, BFI 런던 LGBT 영화제, 끄레떼이유 국제여성영화제 등 유수의 영화제들에 작품이 초청, 상영되었다. <불온한 당신> / Troublers / 2015 <Out: 이반검열 두번째 이야기> / Out: Smashing Homophobia Project / 2007 <이반검열> / Lesbian Censorship in School / 2005 <거북이 시스터즈> / Turtle Sisters / 2003 <나이프 스타일> / Knife Style / 2003 <상암동 월드컵> / Sangam-dong World Cup / 1999

인권해설

불온하다[형용사]
온당하지 아니하다
사상이나 태도 따위가 통치 권력이나 체제에 순응하지 않고 맞서는 성질이 있다.
※ 온당하다 – 판단이나 행동 따위가 사리에 어긋나지 아니하고 알맞다.

불온한 당신
판단이나 태도 따위가 사리에 어긋나 통치 권력이나 체제에 순응하지 않고 맞서는 성질이 있는 사람
한국 사회에서 ‘불온’은 상대적인 단어이다.
2016년 지금, 이곳에서 불온한 당신은 누구인가.

영화는 현재의 불온한 당신들과, 당신들에게 불온하다고 외치는 이들을 끊임없이 보여준다. 그리고 불온에 대한 판단에 앞서, 불온과 함께 살아가는 다양한 사람과 상황을 다양한 각도로 되짚어가며, 도대체 불온이 무엇인지를 고민하게 만든다.

영화에서 어떤 이는 세월호 유가족을 향해, 더 이상 우리 국민들에게 슬픔을 강요하지 말라고 소리 높여 외친다. 그리고 바로 얼마 지나지 않아 퀴어문화축제 현장에 나온 그는 세월호 참사의 여파가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동성연애자들이 빤스축제를 한다”고 비난한다. 이 두 상황에서 그가 동시에 하는 말은 단 하나이다. “잘못된 것을 잘못되었다고 말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의 외침은 한국 사회에서 불온이라는 단어를 점유하고자 사람들을 대변한다.

한편, 한국의 바지씨1) ‘이묵’, 일본의 레즈비언 커플 ‘논’과 ‘텐’은 불온한 삶을 살아가는 이들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바지씨인 이 묵은 비정상으로 낙인찍힌 삶을 살아야 했기에 어떤 것들은 어쩔 수 없었다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하지만 지진과 쓰나미라는 대재앙 이후 논과 텐은 불온한 사람들로 낙인찍힐지라도, 재난이 닥쳤을 때 서로 의 생사 여부를 공적으로 물을 수 있는 공인된 관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판단하기도 한다.

보수화 되어가고 있다는, 한국 사회의 순응할 수 없는 체제의 현실에서, 우리는 모두 불온한 당신이다. 우리는 모두 어떠한 부분에서는 낙인 찍히고, 손가락질 당하며 살아가고 있다. 낙인의 낙원인 이 세상은 이미 불온하며, 우리는 불온한 세상에 불온한 서로를 바라보며 불안하게 살아가고 있다. 불온이 불온이기에 더 이상 불온은 불온하지 않다.

그렇다면 불온한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 존재할 권리, 사랑할 권리, 사랑하는 이와 함께할 수 있는 권리, 건강한 노동자로 살아갈 권리, 안전을 보장받을 권리를 외치는 불온한 우리는, 가만히 있으라 이야기하는 불온한 사회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가.

자, 다시 한 번 묻는다. ‘불온한 당신’은 누구인가.

 

캔디 (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

 

1)서구의 ‘부치’ 또는 ‘다이크’에 해당하는 한국 레즈비언 커뮤니티의 옛 은어.

1421회 서울인권영화제혐오에 저항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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