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줄거리
<박근혜정권퇴진행동 옴니버스 프로젝트 ‘광장’>은 박근혜 정권 퇴진을 위해 광장에 모인 사람들의 이야기다. 그곳에는 사드 배치로 삶의 공간을 위협받는 사람, 광장 속 혐오에 저항하는 사람,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청년이라는 이름의 짐을 지게 된 사람, 비정규직 노동자, 87년도와 달라진 모습에 놀라는 사람, 세월호를 기억하는 사람, 과거의 독재 정부를 기억하는 사람, 그리고 우리의 이야기가 있었다.
광장의 승리에 얽힌 수많은 이야기, 그 실타래를 따라가면 우리는 그때와 전혀 다른 광장을 보게 될지도 모른다. 광장의 큰 함성 아래, 미처 듣지 못했던 이야기들이 새로운 광장을 두드릴 것이다. 그 이야기를 따라가 보자.
서울인권영화제 자원활동가 유영
1.광장에 서다 Stand in the AGORA | 김철민 Kim Cheol-min | 한국 Korea | 2017 | 다큐 | 12분
침몰하는 대한민국을 구하기 위해 우리는 촛불을 들고 광장에 나왔다. 광장에서 우리는 함께 분노했고 달라졌고 승리했다.
2.청소 Cleaning | 김정근 Kim Jeong-geun | 한국 Korea | 2017 | 다큐 | 18분
부산지하철 청소노동자 김영자 씨는 말한다. 자신이 지하철 곳곳을 청소하듯 세상이 깨끗해지면 좋겠다고.
3.광장의 닭 Chicken in the Square | 황윤 Hwang Yun | 한국 Korea | 2017 | 다큐 | 12분
민주주의를 외치는 광장에서, 닭이 여러 가지 이미지로 변화한다. 혐오의 대상에서 살처분의 대상으로, 찬미의 대상으로. 여성, 예술가들은 닭에 대한 폭력에 저항하며 위령제를 연다.
4.파란나비 The Blue Butterfly | 박문칠 Park Moon-chil | 한국 Korea | 2017 | 다큐 | 9분
사드 반대 투쟁을 통해 새롭게 정치·사회 문제에 눈을 뜨게 된 한 성주 주민이 광화문 촛불에 참가한다.
5.함성들 The Outcry of the People | 이창민 Lee Chang-min | 한국 Korea | 2017 | 다큐 | 9분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는 날의 국회 앞, 다시 맞이한 열망의 문턱에서.
6.누가 청춘을 아름답다 했는가 Who said that youth is beautiful? | 김수민 Kim Su-min | 한국 Korea | 2017 | 다큐 | 11분
“어린데 나오다니 대단해”, “청년들이 투표를 안해서 이 모양이야.” 청년은 기대하지 않은 칭찬을 받기도 하고, 예상된 비난을 듣기도 한다. 우리를 향한 칭찬과 비난, 나를 이야기한다.
7.천개의 바람이 되어 Thousand Winds | 김상패 Kim Sang-pai | 한국 Korea | 2017 | 다큐 | 14분
세월호를 추모하며 계성고 학생들은 ‘천개의 바람이 되어’를 부른다. 이와 맞물리는 87년 6월 항쟁에 대한 나의 기억.
8.시국페미 Feminists of the candle wave protests | 강유가람 Kangyu Garam | 한국 Korea | 2017 | 다큐 | 9분
광장에서 모두가 대통령의 비리에 맞서 싸웠다. 페미니스트들은 광장의 여성 혐오에도 맞서 싸워야 했다.
9. 푸른 고래 날다 The Blue Whale Flies | 홍형숙 Hong Hyung Sook | 한국 Korea | 2017 | 다큐 | 5분
열심히 인형을 색칠하고 오리는 아이들. 광장에서 어떤 이야기를 만들어낼까?
10.조금 더 가까이 A Little Closer | 최종호 Choi Jong-ho | 한국 Korea | 2017 | 다큐 | 17분
“어떻게 나오셨어요?”, “무엇을 바라세요?” 촛불집회에 참여한 사람들의 동기와 희망을 들어본다.
프로그램 노트
백만 명이 광장에 모였다. 비슷한 방식으로 억압받았지만, 사실은 아주 다른 삶을 살아온 백만 명이 서 있었다. 우리가 구호를 외치게 된 이유는 모두 달랐다. 하지만 우리는 함께였다. ‘너는 혼자가 아니라고’ 말해주는 서로가 모여서 광장은 비로소 힘을 가지고, 역사를 새로 썼다.
그랬던 우리는 광장 이후 어디에 있을까? 세월호, 성소수자, 여성, 장애인, 청소년, 청년, 사드, 비정규직 노동자, 동물권. 그날의 광장을 채웠던 금지된 언어들은 아직 광장에 남아 있다. 때가 오지 않아서, 정권 교체가 우선이기에, ‘나중’으로 밀린 구호들. 하지만 삶의 문제에 위계와 순서를 따지는 광장이었다면, 우리는 정말 ‘함께’ 서 있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서로의 다름을 이해하지 못한 채, ‘박근혜 퇴진’이라는 같은 구호를 외친 사실에만 감격했던 거라면 우리는 정말 함께였던 것일까?
이제 한 걸음 내디뎠다. 아직 세상을 바꾸기 위해서는 많은 걸음이 남았다. 촛불 승리로 해결되지 않은 많은 삶이 있다. 광장에 남은 이야기는 무엇인지, 우리는 어느 방향으로 가면 좋을지, 우리를 되새김질하며 다시 생각해보자. 다시, 광장에서 ‘함께’ 마주하고 저항할 수 있기를.
서울인권영화제 프로그램 팀
감독
박근혜정권퇴진비상국민행동 미디어팀
이 옴니버스프로젝트에 참여한 사람들은 ‘박근혜정권퇴진비상국민행동 미디어팀’ 활동을 통해서 모인 사람들이다. ‘미디어팀’과 이 프로젝트에 참여한 감독들은 ‘박근혜 퇴진’을 열망하는 사람들의 거대한 ‘촛불 흐름’을 꼼꼼히 기록하고, 또한 ‘박근혜정권 퇴진’이라는 거대한 목소리에 가려서 잘 들리지 않는 목소리를 세밀하게 기록하고자 했으며, ‘박근혜정권 퇴진’ 이후 우리가 바라는 새로운 세상에 대한 기대 혹은 그러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 우리가 함께 고민해야할 질문들을 영상으로 제작하여, ‘박근혜정권 퇴진’ 이후 다양한 상영활동을 통해 현실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고자 한다.
김철민
다큐창작소에서 활동중이며 장편 다큐멘터리는 걸음의 이유(2011), 불안한 외출(2015)을 연출
김정근
김정근
황윤
<작별>(2001)을 시작으로, 인간과 비인간 동물의 관계를 탐구하는 다큐멘터리 영화들을 지속적으로 제작하고 있다. <침묵의 숲>(2004), <어느 날 그 길에서>(2006) 등 ‘야생3부작’으로 야마가타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우수상, 부산국제영화제 운파상, 서울독립영화제 관객상 등을 수상했고, 암스텔담 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등 많은 영화제에 초청되었다. 2015년 극장개봉작인 <잡식가족의 딜레마>는 돼지의 삶을 조명한 국내최초의 영화로서, 공장식 축산과 육식주의의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베를린국제영화제에 초청되고 서울환경영화제 대상을 수상했다. 2013년부터 2016년까지 경향신문, 한겨레에 정기칼럼을 썼고, 2017년 6월부터 한국일보 ‘애니칼럼’에 글을 쓸 예정이다.
박문칠
단편극영화 작업 및 독립영화 스태프를 해오다가, 다큐멘터리에 흥미를 느껴 한국예술종합학교 방송영상과 전문 사 과정에 입학, 현재 다큐멘터리를 공부하고 있다. 싱글맘이 된 여동생과 가족의 역이민을 다룬 첫 장편 다큐멘터 리 <마이 플레이스>를 7년 여의 촬영 끝에 완성했다. 영상을 활용한 사회운동에도 관심이 많아, 쌍용차 대량해고 사태와 의료 민영화와 관련된 소셜 인포그래픽 영상을 제작, 연출하기도 하였다. 현재 대구에 거주하며 지난 여름 부터 진행된 성주사드반대투쟁을 기록하고 있다.
이창민
기억과 재현에 관심을 가지고 다큐멘터리를 만들고 있다. 2014년 <어느 사진가의 기억>을 연출했고, 2016년 <옥상 위에 버마>를 제작했다. 현재 <가난의 경로>를 연출 중에 있다.
김수민
. [인물다큐 실패기], [나는 열아홉이고 싶다], [왜 우리는 다큐멘터리를 찍는가?], [9와 0 사이]를 연출했다. 미디어가 필요한 곳에서 연대활동을 하고 있다. 밀양 송전탑 반대 투쟁 현장, 삼척과 영덕 핵발전소 반대 현장, 청주 노조 탄압 현장 등. 투쟁 현장에서, 미디어를 통해서, 미디어 바깥에서, 내 몫의 역할과 나 자신의 독립을 찾고 있다.
김상패
2016년 단편 <즐거운 인생> 연출, 극영화, 연좌제 이야기, 8분 14초 2016년 6월 미디어로 행동하라 인 청주 프로젝트 참여 2016년 9월 미디액트 독립다큐멘타리 과정 수료 수료작 <즐거운 인생>, 다큐멘타리, 33분 2016년 12월 <오류> 연출, 다큐멘타리, 71분 제4회 공감영화제 상영 2016년 11월 ~ 2017년 박근혜퇴진행동 미디어팀 참여 프로젝트 광장 중 <천개의 바람이 되어> 연출 2017년 4월 다큐창작집단 <따로 또 같이> 도시 젠트리피케이션 문제(우장창창, 맘상모, 아현포차,옥바라지선교회등)연대 투쟁 촬영 중 87년 6월의 기억과 2017년 광장을 연결하여 세대간의 간극을 다루는 <자화상> 공동 기획 제작 예정
강유가람
<문화기획집단 영희야놀자> 창립을 함께하며, 여성국극을 다룬 장편 다큐멘터리 <왕자가 된 소녀들>의 조연출, 배급 프로듀서로 활동했다. 한국 사회의 가족주의와 부동산 문제를 다룬 중편 다큐멘터리 <모래>(2011)를 연출했고, 여성의 임신중절을 다룬 장편 다큐멘터리 <자, 이제 댄스타임>(2013)을 공동제작하고, 프로듀서로 참여했다. 용산 미군 기지촌으로 성장한 이태원에서 살아온 여성들의 삶을 다룬 장편 다큐멘터리 <이태원>(2016)을 연출했다. 공간의 변화, 그리고 그속에서 살아가는 여성들의 삶을 기록하는데 관심이 많다.
홍형숙
1987년부터 한국의 대표적인 독립영화단체인 서울영상집단에서 다큐멘터리 감독으로 활동했으며, 현재는 다큐멘터리 제작사 감어인필름에서 일하고 있다. <두밀리, 새로운 학교가 열린다>를 비롯해서 <변방에서 중심으로>, <경계도시>, <경계도시2>등 다수의 다큐멘터리를 연출했고, <춤추는 숲>, <소년, 달리다>(감독 강석필)의 프로듀서다. 현재 다큐멘터리를 제작 중이며, 한국예술종합학교 방송영상과 객원교수, 부산국제영화제 AND 프로그램 멘토, 인천다큐포트 자문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최종호
대학 신입생 시절, 우연히 시작하게 된 방송 동아리 활동을 계기로 비디오카메라를 처음 만져보았다. 학교를 졸업하고, 또 다른 세상의 이야기를 담아보려 하던 중, 이따금, 때때로 자주 광화문광장이라는 공간을 살피어 보곤 했다. 때로는 한껏 뜨거워져서, 때로는 서글픈 마음을 안고 돌아가곤 했다. 그리고 지난 몇개월 간, 그 어느때보다도 그득한 광장을 바라보았다. ‘이게 무슨 일이래?’ 참 신기해서 이사람 저사람 붙잡아 물어보았다. 그 응답들을 잘 정리하고 싶다.
인권해설
안간힘 쓰며 살아온 세상의 바닥에 아무것도 없었다. 불평등과 불공정을 버티고 살았던 것은 그나마 규칙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바늘구멍만큼이더라도 애쓰다 보면 운 좋게 나에게 기회가 올지도 모른다는. 그런데 너무 엉망이었던 게다. 초유의 국정농단 사태로 인해 자신들이 살아온 세상에 대한 안전망의 부재, 구멍 숭숭 뚫린 체제에 대한 절망을 보게 되었다. 결국 10월 29일을 시작으로 23차례 광장에 모인 1700만 명 시민들은 부패한 권력을 끌어내렸다. 대의민주주의제가 가진 한계를 직접민주주의로 제압했다. 그 광장에 함께 선 미디어작가들은 자신들의 경험과 시선으로 그들을 재구성했다. 동료시민들은 평등했는가, 무슨 마음으로 광장에 나왔는가, 과거의 광장과 현재의 광장은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가…. 구호 속에 배제되거나 뒤로 밀린 존재들은 없었는가.
<광장에 서다>는 무대 위에 선 이들의 눈물과 호소를 담고 있다. 광장에 함께 있는 이들에게조차 ‘억울하다 말하는 것이 조심스러웠던’, ‘살아남아서 죄스러웠던’ 시간을 넘는 용기들이 모였다. 그리고 시민들이 모두 떠난 지하철을 깨끗하게 치우기 위해 광장에 나올 수조차 없는 <청소> 노동자들의 노동을 카메라는 쫓는다. <광장의 닭>은 “동물 혐오 없이도 박근혜를 퇴진시킬 수 있다. 닭은 동료를 배신하지 않는다.”는 구호를 들려준다. 바라마지 않는 윤리적 국가(가 존재할 수 있는지는 논외로 하더라도)를 위해서 다른 존재를 배제하는 것은 민주주의가 아니라 설명해준다. <파란나비>는 ‘고고도미사일방어체제-사드’가 배치된 김천, 성주 주민들의 이야기를 전한다. 평범하게 살아온 이들이 왜 한순간에 투사가 되어 싸울 수밖에 없는지를 “‘빨갱이’라 불리며 5.18이 이랬구나….”라고 말한다. 파란 나비를 접어 상경하며, 자신의 운명을 자신과는 무관하게 결정하는 국가폭력에 저항하며 싸운다.
<함성들>은 과거의 여의도와 현재의 여의도에서 벌어진 사건과 정물을 연속적으로 보여준다. 탄핵소추안이 통과된 날도 어김없이 운행을 시작한 SRT(수서고속철)와 국회 앞에 들어선 뿔 없는 해태상의 이유를 들려주지만, 사실은 관객들에게 질문하고 있다. “세상은 진짜 바뀔 수 있는가?” <누가 청춘을 아름답다 했는가>는 청춘을 소비하는 비-청춘들에게 청춘의 현실을 말하고 있으며 <천개의 바람이 되어>는 개성고등학교 1학년 학생들의 노래로 시작해, 현재를 살아가는 젊은이들의 시선을 찾아가 보려 한다. 감독은 서울광장에서 “계엄령을 선포하라”는 날선 목소리를 들으며 자신의 과거와 현재를, 현재의 젊은이들은 오늘을 어떻게 기억할 것인지를 교차시킨다. <시국페미>는 촛불시민혁명 속 여성들의 고민과 이야기를 모았다. 어떠한 문제제기가 있었으며 어떻게 변화했는지 되짚는다. 타자화될 수 있는 존재란 없다. <푸른 고래 날다>는 304명의 희생자를 태운 고래의 꿈을, <조금 더 가까이>는 1/n 혁명의 주인공들이 자신들이 광장에 나선 이유를 직접 말하는 필름이다. 그들의 이유는 비슷하나, 모두 달랐다. 그들이 자신의 이름을 흐르는 물결 같던 행진대오의 필름 위에 덧입혀 말할 때, 그들이 힘이 셌던 이유를 헤아릴 수 있었다.
촛불시민혁명은 새로운 정부의 시작과 함께 일단락을 맺었다. 박근혜정권퇴진비상국민행동도 해산선언을 했다. 그러나 역사는 새롭게 시작되고 있지 않겠는가. 더 나은 세상을 향해, 더 많은 민주주의를 향해, 나와 그대가 서 있는 곳은 어디인지 물으며. 이 영화는 우리가 그토록 염원했던 단 한 번의 승리가 가져온 놀라운 경험을 빼곡히 기록하고 있다. 아마 지금보다는 세월이 지난, 오랜 뒤에 더 많이 기억될 이야기들일지 모른다. 지금은, 우리의 현재가 얼마나 위대한지 가늠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박진 (다산인권센터)
리뷰
영화를 함께 보는 사람과 나누고 싶은 말을 남겨주세요. 가장 기억에 남는 대사도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