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전 밀양전

작품 줄거리

앞으로 건설될 신고리 3,4,5,6,7,8호기에서 생산될 전기를 수도권으로 송전하기 위해 계획된 765kV 송전탑. 64기가 건설될 밀양에선 할매들이 송전탑을 막기 위해 국가와 한전, 그리고 보이지 않는 그 누군가와 9년째 싸우고 있다. 할매들이 9년 동안 싸워온 이야기를 우리에게 들려준다. 내가 사는 곳은 햇빛이 가득 넘치는 마을 밀양입니더. 지는 10년 전에 농사짓는 게 너무 힘들어가 좀 쉴라고 공기 좋고 물 맑은 밀양에 터 잡았어예. 내 이웃도 몸이 안 좋아서 몸 나술라고 들어오고… 근데 요즘 내 생활이 많이 서글퍼예. 우리 마을에 765인가 뭐신가 송전탑이 들어선다고 난리데. 작년엔 옆 마을 어른이 자기 목숨 끊어버렸심니더. 내도 나무 잘라삐는 거 막다가 손자 같은 인부한테 개처럼 질질 끌려댕기면서 평생 못 듣던 욕도 묵고. 그때 두들겨 맞은 상처가 아직도 그대로라예. 밀양에 송전탑이 총64개가 들어선다카는데… 그거때메 8년싸웠어예, 8년! 이야기하자면 긴데, 한번 들어보실랍니꺼!

감독

독립다큐멘터리 창작공동체 오지필름에서 활동 중이다. 옆집 할머니의 삶을 담은 <그들만의 크리스마스>(2007)로 다큐멘터리 연출을 시작했다. 이어 장애인, 노동자, 여성 등 사회에서 가장 소외된 계층에 대한 관심을 점차 넓혀 가며 부산을 기반으로 꾸준히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고 있다.

인권해설

참 무섭다, 어짜다가 욕쟁이 할매가 돼 뿌따

부산과 울산 사이에 있는 고리-신고리 원전단지에서 초고압 송전선이 출발한다. 초고압 송전선은 밀양을 지나 창녕에 있는 북경남 변전소라는 곳까지 가게 된다. 90킬로미터 정도의 송전선을 위해 161개의 송전철탑을 세우는 것이고 그 중 69개가 밀양에 세워진다. 송전철탑은 산과 마을, 논과 과수원 한 가운데를 지나기도 한다. 밀양의 4개 면을 관통하는 송전선과 송전철탑을 막기 위해 할매, 할배들은 오늘도 싸우고 있다.

저녁 7시가 넘으면 여느 시골마을처럼 밀양 마을들은 어둠과 정적에 휘감긴다. 그날 나는 밀양을 벗어나 고속도로를 달리던 중, 칠흑 같은 어둠을 뚫고 불야성 같은 불빛이 눈에 들어오던 걸 뚜렷이 보았다. 대구를 지나고 있었다. 대도시의 전기는 밀양 할매들의 통곡을 디디고 화려한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그 간극이 너무 컸다. 구덩이를 파고 몸부림치던 할매들을 보고 오던 길이라, 숨이 막히고 죄스러웠다. 타인의 고통 위에 서서 편리를 누리겠다는 발상은 정말 정의로운지 되물어 봤다. 살던 대로 살고자 하는 소박한 소망을 짓밟으며 공공의 이익을 들이대는 뻔뻔함은 어디서 나왔는지 성찰했다. 밀양 주민들의 지중화 요구가 턱없다고 하는 이들은 수도권지역의 지중화에는 반대하지 않았다. 냉각수 등의 문제 때문에 바닷가에 지은 대규모 발전소들의 전기를 대도시, 대공장으로 옮기기 위해 시골 농민들의 삶을 강탈하다시피 빼앗는 국가의 이익이 무엇인지 아직 나는 모르겠다. 한 달 전기료가 1만원, 2만원 나오는 밀양 주민들을 향해 “당신들은 전기 안 쓰느냐”고 묻는 사람들의 뻔뻔함이 낯 뜨겁다. 신고리 3호기 원전을 가동하기 위해 공사가 시급하다는 정부의 말은 거짓말로 드러났다. 신고리 3호기는 위조부품 문제로 2015년에도 가동이 어려울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공사는 강행 중이다. “너무 싫다, 너무 싫다. 이 더러운 세상…더러운 세상이 싫다.”는 할매, 할배들은 죽음을 이야기했다. “잠 안아와 누 있으면…내가 우짜다 이리 됐노…참 무섭다…욕쟁이 할매가 돼 뿌따. 무섭다…”하는 그들은 오늘도 8년째 전쟁을 치루는 중이다. 목에 쇠사슬을 감고, 눈물을 훔치는 할매는 묻는다. “잘 이해가 되나?” 그들의 밀양전 앞에 한없이 부끄러운 것은 우리가 사는 세상의 염치가 너무 작기 때문이었다.

박진(다산인권센터 상임활동가)

1519회 서울인권영화제삶의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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