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줄거리
제작 : 리류리, 크리스틴 벨, 니코 패니규티
편집 : 루비 양
“흑인인 주제에 운전을 한다는 사실… 흑인인 주제에 거리에 서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브롱크스의 한 평온한 흑인의 삶은 죽음으로 내몰리기에 충분하다. 미국에선… ” 미국 흑인 민권운동의 산 증인 무미아 아부자말이 지난 7월 4일 펜실베니아 감옥에서 전한 옥중에세이의 한 토막이다. 과거 흑표범당 당원이었던 라디오 저널리스 트 무미아는 백인경찰을 죽였다는 혐의를 뒤집어쓰고 17년째 철창 안에 갇혀있다. 그의 무죄를 입증하는 증인에도 불구하고 미국 정부는 ‘무미아 죽이기’를 선포하고 사형집행일을 공고했다. 유럽 7개국에서 황금시간대에 방송되기도 한 는 ‘표현의 자유’의 종주국이라고 자부하는 미국에서 방송이 금지된 이른바 ‘국기를 문란케하는 불온한 영화’. 영화는 1966년∼1982년까지 활동했던 흑표범당의 흥망성쇠를 다룬 침착한 다큐멘터리이다. 그러나 “흑표범당은 미국내의 안전을 위협하는 가장 위협적인 존재”라는 레드컴플렉스의 선봉장 에드거 J. 후버의 국회 선언처럼 흑표범당을 입에 담는 것조차 미국에선 ‘반국가단체 고무 찬양’에 해당하는 모양이다. 미정부 문서 분석, 전 FBI나 CIA요원·흑표범당의 일원·인권운동가들의 인터뷰를 통해 사라진 이 좌파계급정당의 의미있는 활동을 반추함과 더불어 미국이 ‘코인텔프로(Counter Intelligence program 미국 FBI의 대(對) 파괴자 정보활동)라는 가공할 계획으로 이들에게 어떠한 인권침해를 일삼았는지 영화는 또박또박 써내려가고 있다. “진실 없이는 사과도 없고, 사과 없이는 진실도 없다. 진실을 밝히고 그에 대해 솔직히 사과할 때만 화해도 가능하다.” 실제로 흑표범당에서 활동했던 감독 리류리의 단호한 일침이다.
인권해설
“온갖 어려움과 좌절의 순간에도 불구하고 나는 여전히 꿈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언젠가 옛 노예의 자손들과 옛 주인의 자손들이 형제애의 식탁에 함께 앉을 수 있는 날이 오리라는. 언젠가 부정의와 억압의 열기로 가득찬 이 사막의 나라가 자유와 정의의 오아시스로 바뀔 수 있으리라는. 나의 네 어린 자식들이 그들의 피부색이 아니라 그들의 인격으로 평가받는 나라에서 살게 되리라는. 그리고 또 나는 꿈이 있습니다. 어린 흑인 소년 소녀들이 백인 소년 소녀들과 손을 맞잡고 자매와 형제로서 함께 걸을 수 있는 날이 오리라는.” 20세기의 명연설 중에 명연설로 일컬어지는 마틴 루터 킹의 워싱턴 연설을 한번쯤은 접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의 염원에 대한 동감은 높은 수준의 수사학보다는 뿌리깊은 인종차별의 토양에서 우러나온 것이 아닐까싶다. 오늘날도 그의 연설에 가슴 떨림을 느끼는 인구가 상당수라는 것은 그가 갈아엎기 원했던 인종차별과 갈등의 골이 여전하기 때문이 아닐까? 민권운동의 진원지인 미국은 여전히 인종차별의 질환을 호소한다. 미 사법부는 미국인 20명 중 1명은 일생에 어느 한 시기를 교정시설에서 보낸다는 발표를 한 적이 있다. 그런데 흑인의 경우는 그 비율이 4명중 1명에 이른다(뉴욕타임즈 99년 3월 7일 보도). 노예농장이 가난과 마약에 빠진 범죄자의 감옥으로 바뀐 이유가 무엇일까?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만성적인 인종차별을 그 원인의 하나로 꼽는데 주저할 사람은 별로 없을 것 같다. 다음은 일상 속에 침투한 흑백분리의 심각성을 지적한 예이다. 미국내 한 미디어 조사기관에 따르면 TV 출현진의 인종구성과 그에 따른 시청률에 있어서조차 흑백차이가 크다. 즉 안방의 TV 속에서 인종분리가 벌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 예로 한국에도 널리 알려진 시트콤 ‘친구들(friends)’이 백인가구에서는 시청률 1위를 보인 반면에 흑인가구에서는 91위에 불과했다(뉴욕타임즈 12월 29일). 인종문제가 미국만의 문제인 것은 물론 아니다. 한국인들의 피부색에 따른 배타적 태도와 선별적 대우에 대한 지적을 한국인 스스로에게서나 동남아인들에게서나 자주 접할 수 있다. 인종차별은 우리 나라 인권문제와는 거리가 멀다고 도리질할 일은 아닌 것 같다. 1965년 유엔총회에서 채택한 ‘모든 형태의 인종차별철폐에 관한 협약’에 따르면 “인종차별에 근거한 어떠한 우수 인종 학설도 과학적으로 허위이며, 도덕적으로 규탄받아야 하며, 사회적으로 부당하고 위험하며, 또한 어느 곳에서든 이론상으로나 실제상으로 인종차별에 대한 정당화가 있을 수 없다는 것을 확신”한다고 인종차별에 못을 박았다. 햇살로부터 눈을 보호하기 위한 색안경 외에 다른 색안경을 끼고 있다면 인류는 같은 하늘 아래서 평화와 인권을 누릴 수 없을 것이다. 인종차별은 벗어버려야 할 색안경이다.
<류은숙 / 인권운동사랑방>
리뷰
영화를 함께 보는 사람과 나누고 싶은 말을 남겨주세요. 가장 기억에 남는 대사도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