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줄거리
2015년,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대학등록금이 급격하게 인상되자 비츠대학교 학생들은 등록금 인하투쟁을 벌인다. 투쟁은 아프리카 중심의 교육을 되찾자는 구호와 함께 탈식민주의 투쟁으로 연결되고, 간접고용으로 인해 열악한 상황에 놓인 학내노동자들과 연대한다. 무상교육을 외칠 뿐 아니라 뿌리깊게 박힌 인종차별과 빈곤, 투쟁 내외부에 존재하는 가부장제와 동성애 혐오에 맞선다. 격렬해지는 투쟁 가운데, 폭력적인 공권력과 사학자본의 민낯이 드러난다. 거리로 나와 돌을 던지는 이들은 대학을 넘어 사회의 차별과 불평등을 반드시, 무너뜨리고자 한다.
서울인권영화제 자원활동가 레나
프로그램 노트
1994년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흑인, 여성, 저소득층 시민들은 아파르트헤이트가 폐지되어 대학입학이 가능해진다. 이에 정부는 대학보조금을 줄이는 정책을 펼친다. 특권층이 다니던 대학은 등록금을 인상하고, 작은 규모의 대학도 잇달아 등록금을 인상한다. 비츠대학교에서 매년 8-9%인상되던 등록금은 2015년 10.5% 인상된다. 꾸준히 상승하던 등록금 인상률이 매우 ‘자의적’이라는 사실에, 이들은 기업화된 대학과 상업화된 교육에 본격적으로 맞서기 시작한다. 비츠대학을 포함한 28개 대학이 학교를 폐쇄하고 셔터를 내린다.
닫힌 대학교에 모인 시위참여자들은 학습을 이어나간다. 투쟁단위 내부에 존재하는 여성, 퀴어에 대한 혐오를 부수고, ‘공정’과 ‘정의’가 부재한 학교에서 무엇이 공정과 정의인지를 합의하는 토론을 이어나간다. 이들을 의식한 정부와 학교가 소비자물가지수를 반영한 이전보다 낮은 등록금 인상률을 발표한다. 하지만 이들은 멈추지 않고 ‘아프리카에 사는 아프리카 사람을 싼 값’으로 취급하는 현실을 꼬집으며 보다 근본적인 혁명을 일으킨다. 빈곤과 불평등 해결이 이 투쟁의 궁국적인 목표이기에, 이들은 끝까지 무상교육을 주장한다.
이들의 투쟁은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뿌리깊은 식민주의를 타파하고 인종차별을 없애기 위해, 학생들이 겪고 있는 빈곤한 상황을 무너뜨리기 위해 ‘모든 차별에 저항하는 투쟁’으로 더더욱 확장된다. 하지만 투쟁이 길어지자 미디어는 이 운동이 끝났다고 말하고, 연대했던 정당은 등을 돌린다. 정부는 틈을 타 이들을 불온한 세력으로 몰아가며 공권력을 이용해 무자비하게 탄압하기 시작한다. 이로 인해 학생들이 빚어낸 투쟁의 막이 닫힌다. 이 운동의 가치를 몸에 새긴 이들은 말한다. 한번 확장된 투쟁의 가치는 소멸되지 않을 것이라고. 우리의 혁명은 불씨로 남아 다시 그곳에서 발화되고, 숨을 불어넣어 반드시 모든 것을 무너뜨릴 것이다.
서울인권영화제 프로그램 팀
감독
레하드 데사이 Rehad Desai
남아프리카 제작자이자 감독으로 우후루 프로덕션을 운영하고 있다. 영국에서의 망명 생활을 마치고 노조/미디어/HIV 관련 NGO 활동을 했고, 현재는 마리카나 지지 캠페인의 대변인으로 활동한다.
인권해설
7년 만에 21대 국회에서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발의했다. 정의당 장혜영 의원을 포함한 10명의 의원이 용기낸 결과다. 국가인권위가 의견 표명한 평등법은 더불어민주당의 이상민 의원을 중심으로 발의, 논의 중이라고 한다. 그렇지만 7월 언론 인터뷰 이후 소식이 더디다. 11월 11일 한국일보의 보도에 의하면 이상민 의원은 “종교계에서도 불합리한 차별적 행위가 있어서는 안된다는 점에서 큰 공감대가 형성된 상황” 이라며 “우려가 여전하다면 이를 뜨럽게 토론해서라도 입법 우선순위로 만들어 보고자 한다”고 밝혔다.
포괄적 차별금지법은 ‘모든 사람은 존엄하고 평등하다’는 것을 확인하고, ‘어떠한 사유로도 모든 영역에서 차별받지 않아야 한다’는 원칙을 법률로써 실현하고자 하는 법 규범이다. 말하자면 ‘사람을 차별하지 말라’는 원칙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실현할 수 있을지를 담은 법률이다. 지극히 당연한 이 법률이, 14년 째 제정되지 못한 이유 중 하나는 차별금지법 제정에 대해 반대하는 일부 보수 개신교 세력의 집단적이고 조직적인 반대와 가짜뉴스 등 때문이다. 또한 차별금지법에 찬성 의사를 밝히거나 발의하는 의원의 지역구 개신교 교인들이 집단적인 항의 전화나 문자 메시지를 발송하여 의원들을 정치적으로 겁박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는 어떻게 보면 표면적 이유일 뿐이다. 우리는 좀 더 정확하게 이 상황을 바라봐야 한다. 정부와 국회가 우리 사회에 있는 차별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했던 노력이 무엇이었는지 따져 묻지 않을 수 없다. 김대중 정부, 노무현 정부 때 시작된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더불어민주당은 20대 국회에서 발의조차 하지 못했다. 정부와 여당은 도대체 왜 발의 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용기내기 어려웠었을까?
모든 사람에 대한 차별이 없는 세상을 목표로 한다는 것 자체가 입법과 행정을 다루는 사람들에게는 도대체 무슨 의미로 다가오는지 물어야하는 현실이다. 우리 사회에 수많은 차별을 양산하고 있는 주체는 대부분 국가나 지자체, 공공기관, 대기업, 언론 등 힘 있는 권력 기관들이다. 이러한 기관의 존재 근거인 제도, 정책 자체가 차별적이기 때문이다. 그것을 바꾸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법률적 근거가 필요하다.
다큐 <모든 것은 반드시 무너진다>의 운동 주체들도 투쟁의 궁극적인 목표인 빈곤과 불평등을 해결하기 위해서 대학뿐만 아니라 국가 정부에 맞서 싸워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그것이 단지 학생들 만의 문제가 아니며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차별받고 있는 사람들과 함께 맞서 싸워야 한다고 믿었던 것이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도 2011년 출범 이후 이러한 문제를 인식하고, 결국 우리 사회 전반에 놓여있는 차별에 대한 그릇된 문화와 인식 개선, 그리고 실질적인 구제 조치 등의 시행은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을 통해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그것을 위해서 소수자 운동 전반이 함께 모여 차별의 현실을 말하고 평등의 의미를 성찰하고 실천하는 반차별운동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그 구체적인 과제로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운동을 다각도로 실천해왔다.
모든 사람에 대한 차별이 없는 세상을 위한 투쟁을 한다는 것은 가슴이 뜨겁게 뛰는 말이지만, 그것을 실천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우리 사회 전반에 놓여있는 차별의 현실을 법 제정을 통해 하루 아침에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차별의 현실이 조금씩 변화할 수 있는 틀을 만들고, 계획을 세우면서 조금씩 실천해가자는 말이다. 그렇지만 여전히 소수자에 차별을 용인하는 세력들에 대한 정치권의 눈치보기가 심각한 상황이다. 정치권과 정부는 모든 사람에 대한 차별을 해소한다는 것이 어떻게 인간의 삶에 이로운 것인지를 스스로 설명할 수 있어야 용기를 내기 위한 실마리가 풀릴 것이다. 권력기관으로서 차별적 정책과 제도 등이 국가와 사회에 어떤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지 스스로 밝히고 확인해야 할 것이다. 그러한 노력 없이 권력의 주체가 차별을 바라보기란 쉽지 않다. 차별금지법은 국가가 그러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책임과 의무를 줄 수 있다. 모든 사람에 대한 차별 없는 세상은 그렇게 한 걸음 한 걸음 우리에게 다가올 것이다.
이종걸(차별금지법제정연대)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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