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 플레이스 마이 플레이스

작품 줄거리

캐나다에 살던 동생이 돌아왔다. 남들은 보통 대학 나오고, 취직해서, 결혼한 다음 애를 낳지만, 동생은 모든 순서를 뒤집고 애부터 가졌다. 동생이 이 상황을 어떻게 헤쳐 나갈지, 우리 가족은 어떨지. 궁금하기도 하고, 혼란스럽기도 했다. 그때부터 카메라를 들고 우리 가족을 찍기 시작했다. 비혼모 이야기인 줄만 알고 시작을 했는데, 가족의 여정을 따라가다 보니 어느새 캐나다에서 한국으로 이민 온 우리 식구들의 과거와 마주하게 되었다.

감독

박문칠

1978년 캐나다 토론토 출생. 미학 전공. 단편극영화 작업 및 독립영화 스텝을 해오다가, 다큐멘터리에 흥미를 느껴 한국예술종합학교 방송영상과 전문사 과정에 입학하여 다큐멘터리를 공부하고 있다. 2006년부터 촬영하기 시작한 가족의 이야기를 첫 장편 다큐멘터리로 완성했다. 필모그래피 시린날 Cold winter day (2006, short) 당신은 베리굿 Very Good (2007, short) ZingZingZing (2009, short) 민주주의의 꽃 The flower of Democracy (2012, short)

인권해설

캐나다에서 프로그래머였던 두 사람은 결혼하여 두 아이를 낳았다. 아이들이 어느 정도 컸을 때 엄마는 자신의 민주화운동 이력 때문에 고통 받고 있는 한국의 가족들 곁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그러나 공고를 나온 아빠는 지연, 학연도 없는 자신이 한국에 돌아가면 출세할 수 없을 것 같아 고민스러웠다. 하지만 그들은 한국으로 돌아온다. 아들 문칠은 명문대를 나와 좋은 직장에 다녔다. 하지만 그 길을 벗어나 불안정한 영화인이 되고부터는 불안했다. 딸 문숙은 문칠과 달리 한국 사회에 자신을 맞추는 건 죽을 만큼 힘들었다. 스무 살에 캐나다로 갔다. 아이를 가지고 싶었고, 임신한 후 한국으로 돌아왔다. 엄마와 아빠, 문숙과 문칠을 우리는 민주화운동가, 고졸 남성 노동자, 불안정 영화인, 비혼모로만 부를 수 있다. 그리고 그들을 한 가지 정체성에만 집중해 바라볼 수 있다. 하지만 문숙은 유학생이기도 하고, 문칠은 명문대학생이기도 했다. 엄마, 아빠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어떤 장소와 삶의 맥락에 있느냐에 따라 다양한 정체성을 지닌 채 살아간다. 그리고 다양한 이야기를 만들어 낸다. 반차별운동은 ‘차별은 삶의 맥락에서 바라봐야 해, 차별은 사건이 아닌 이야기야’라고 말한다. 이처럼 우리는 문숙과 문칠, 아빠와 엄마의 이야기에 주목해야 한다. 비혼모, 불안정 노동자여서가 아닌 그 사람의 생애를 보아야 한다. 문칠은 말한다. 학교에서는 공부를 잘해 누구도 건드리지 않았다고, 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한국 사회에 잘 적응했다기보다 자신을 숨기는 걸 잘했던 것 같다고. 비슷한 상황에 있던 문숙은 한국 사회에 적응하는 게 죽기보다 힘들었다고 토로한다. 우리는 차별을 경험하는 많은 사람이 취하는 전략에 주목한다. 사람들은 모든 차별에 각기 다른 방법으로 대응한다. 피할 수 있다면 피하고, 싸워야 할 땐 싸운다. 그러나 사람들은 싸움의 자리에 혼자 놓여 있을 땐 쉽게 싸움을 시작할 수 없다. “서로 다르다고 생각했던 사람들. 각자의 자리에서 서로 다투었지만, 서로가 경험한 시간은 닮은 구석이 있었다. 그 사실이 위로가 된다”는 문칠의 독백은 그들이 함께 싸울 수 있었던 힘이 어디서 시작되었는지 말해 준다. 이들은 서로의 닮은 구석에서 세상에 대해 같이 싸울 수 있는 힘들을 만들었다. 연대의 언어다. 연대는 서로 공감하는 것에서 시작하여 같이 싸워 나갈 수 있는 힘을 만든다. 이것은 네 사람이 생물학적 가족이어서가 아니다. 비록비혼모인 딸을 부끄러워했지만 아빠가 조금만 더 젊었다면 비혼모단체에서 일했을 거라는 아빠의 말처럼 이들이 서로 공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이들에게 찾아올 이야기들이 평탄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 길에서 때로 서로 상처를 받기도, 상처를 주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문숙, 문칠, 아빠, 엄마가 함께 경험한 공감의 언어는 이들의 연대가 쉽게 깨어지지 않으리라는 기대를 품게 한다. 앞으로 이들이 살아갈 이야기가 기대된다. 그리고 그 속에서 ‘반차별운동’이 만나고 싶은 이야기들이 또 한 번 찾아오길 기다리겠다. 이훈창 (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

918회 서울인권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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