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디아의 공간 리디아의 공간

작품 줄거리

“난 아무데도 가지 않아. 여기가 내 나라야.” 네덜란드에서 태어난 리디아의 부모님은 아프리카에서 왔다. 그들 중 누구도 네덜란드에서 영주허가를 받지 못했다. 리디아의 가족은 정식 비자가 없는 것을 숨기기 위해 7번의 이사를 해야 했고, 리디아는 지쳐간다. 그녀는 다시는 새로운 친구를 사귀고 싶지 않다고 하지만, 곧 그녀에게 웃음을 주는 친구를 만나게 된다.

인권해설

한국에서 태어났지만 사람들은 ‘너는 어느 나라 사람이니?’ 묻는다. ‘대한민국 사람인데요.’ 아이는 당연한 질문을 하는 어른들이 이상하다. 초등학교에 들어가서야 아이는 어른들이 왜 이런 질문을 하는지를 그리고 자신이 소위 ‘불법’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 때부터 괜히 무섭고 죄를 지은 것만 같았다. 그래서 동네에 경찰이 나타나면 겁부터 난다. 누군가 잡으러 올까봐 무섭고, 이제 사람들이 어느 나라 사람이냐고 물을 때면 그 질문으로부터 도망가고 싶어서 딴청을 부린다.

 

이 땅에 살지만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사람들로 여겨지는 국내 미등록 이주아동의 이야기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국적법이 속인주의에 기반하고 있어 부모가 미등록이면 한국에서 태어났다 하더라도 출생등록이 되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나라가 1991년 가입, 비준한 유엔아동권리협약에 의하면 부모의 신분에 상관없이 아동의 체류권, 교육권, 건강권 등은 보장받아야 하는 권리이다. 안정적인 체류가 보장될 때 차별 없이 신체적, 사회적, 정서적으로 건강하게 성장, 발달할 수 있다. 그래서 이 협약을 비준한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이러한 기본적인 권리들을 보장하고 있다. 지난 2006년 국가인권위원회도 ‘부모의 체류자격에 관계없이 모든 이주노동자 자녀에게 부모와 함께 지내며 양육 받을 권리와 교육받을 권리를 보장하고 양육비와 의료비를 지원하는 사회복지체제를 구축해야 함’을 권고한 바 있다. 그나마 초중등교육법시행령 개정으로 교육제도에 접근할 수 있게 됐다지만, 강제추방의 불안과 사회보장의 허점들은 일상의 곳곳에 차별을 드리운다. 수학여행 같은 학교행사에 보험이라도 들라치면 등록번호가 없어 참여할 수 없을 것이다. 행여 여행지가 제주도나 해외라면 친구들과의 여행은 포기해야 한다. 그렇게 다른 친구들과 다르다는 것을 매일 확인하면서 언제 잡혀갈지 모른다는 불안과 공포, 좌절감을 안고 살아가야 한다면 이를 온전한 삶이라고 할 수 있을까.

 

영화 속 리디아 또한 마찬가지이다. 네덜란드에서 태어났지만 거주 허가가 없어 경찰만 보면 무서운 생각이 먼저 들고 거주는 불안정하다. 7번의 이사와 전학은 곧 친구와의 이별이고 사람 사이의 관계망의 부재를 의미한다. 이제 새로운 친구를 사귀는 일도 친구 없이 외롭게 지내는 일만큼이나 힘든 일이기에 리디아는 안정적으로 살 수 있기를 기도하고 노래한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다문화사회’라는 그럴싸한 구호가 아니라 누구나 국적이나 신분에 차별 없이 안전하고 평화롭게 살아갈 수 있는 삶의 터전이다.

묘랑(인권교육센터 들)

1019회 서울인권영화제삶의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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