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밥 따뜻한 밥

작품 줄거리

2012년 1월 1일, 한전의료재단 한일병원에서 환자식의 조리와 배식을 담당하던 여성노동자 19명이 해고당한다. 최저임금과 열악한 노동조건 속에서 적게는 1년, 많게는 30여 년 동안 일해 온 그녀들은 병원과 용역업체 CJ프레시웨이를 상대로 천막 농성과 집회를 이어간다. 100일, 마침내 그녀들은 마지막 투쟁에 나선다.

인권해설

지금 한국의 병원에서는 ‘건강권’을 둘러싼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환자에게 은근히 권해지는 검사와 치료들, 누군가에게는 열려 있고 누군가에게는 닫혀 있는 응급실 병상의 존재는 과연 병원에서 건강과 이윤 중 어떤 것이 더 중요한지를 묻게 한다. 그뿐만 아니라 영리병원을 만들고 민간보험회사를 키워서 의료산업의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 노골적으로 언론에 오르내리고, 급기야 돈 못 버는 병원은 없어져야 마땅하다는 정치인이 전 국민과 전쟁을 벌이고 있다. 병원 밖으로 잠시 눈을 돌려, ‘해고는 살인이다’는 문장을 생각해 보자. 맞다. 해고는 살인이었다. 일할 권리를 잃어버린 사람이 수없이 죽음 앞으로 떠밀려갔음을 우리는 알고 있고, 비정규직이라는 굴레가 목숨을 앗아 가기 쉽다는 것 역시 알고 있다. 건강권은 아파서 병원을 찾는 사람들에게만, 병원에서 치료받는 사람들에게만 해당되는 말이 아닌 것이다. 다시 병원으로 돌아가 보자. 1990년대 말부터 비정규직, 하청, 파견 노동자가 확산되었고, 병원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끊임없이 ‘핵심업무’와 ‘비핵심업무’를 구분해 나갔고, 비핵심업무로 규정된 시설관리, 급식, 주차관리, 진료보조업무 등을 외주화했다. 입원환자를 돌보는 간병업무는 특수고용직으로 채워 나갔다. 어느 병원의 시설관리업체에서는 10년 일한 노동자가 갓 입사한 노동자보다 저임금을 받는 경우도 생겼고, 어느 병원에서는 비정규직으로 고용하기 위해 1년마다 진료보조노동자를 갈아치우는 일도 생겼다. 어차피 세상이 그렇게 된 지 오래이니 병원이라고 특별할 것도 없지만, 일할 권리를 빼앗기면 건강을 잃는다는 사실을 병원에서 확인하는 상황이 씁쓸할 뿐이다. 그런데 병원에서 대규모로 형성된 비정규직 노동자의 존재는 또 다른 물음을 제기한다. ‘핵심업무’와 ‘비핵심업무’를 구분하는 기준은 무엇인가. 무균시스템이 구축된 수술실, 환자 치료에 활용되는 최첨단 장비들을 관리하는 노동자들의 업무는 핵심적이지 않은가? 안전한 재료로 균형 잡힌 식사를 환자에게 제공해야 하는 급식노동자들은? 입원환자와 24시간을 함께하면서 의료진과 소통해야 하는 간병 업무는? 이런 노동자들이 1년마다, 2년마다 갈아치워져도 과연 환자의 안전과 건강에는 문제가 없는가? 병원 로비에서 농성하는 식당노동자들을 비난한 한일병원 환자들은, 병원 급식의 외주화 문제가 자신의 건강과 연결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까. 일하는 사람의 건강권과 치료받는 사람의 건강권이 만나는 어느 지점에 <따뜻한 밥>이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 김동근 (사회진보연대 보건의료팀)

918회 서울인권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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