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한다고 말하지마 Not for Me

작품 줄거리

2014년 4월 17일, 자립생활을 꿈꾸며 세상 밖으로 나온 탈시설 장애인 송국현 씨는 예기치 못한 화재 사고로 자립생활 6개월 만에 숨을 거두었다. 그의 안타까운 죽음에서 장애등급제와 활동보조인 제도의 문제점이 여실히 드러나게 된다.

오래전부터 장애등급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장애계를 비롯해 사회 다방면에 있었다. 정부는 장애인복지제도의 확대와 변화에 따라 복지제도 신청자들에게 장애등급 재판정심사를 요구했고, 이는 되레 장애등급의 하락과 활동지원제까지 중단되는 등의 심각한 피해자가 속출하게 하였다. 아직까지 그런 장애등급제의 허점에도 불구하고 장애인 활동보조 지원 여부는 실제 활동보조가 필요한지보다 장애등급에 의해 결정되고 있는 실정이다. 작년 4월 17일에 중복장애 3급인 송국현 씨는 ‘자립생활 체험홈’에서 예기치 못한 화재 사고로 인해 숨졌다. 그는 사흘 전까지도 ‘긴급 활동지원’을 요청한 상태였다. 장애인복지제도란 대체 누구를 위한 것인가? 이 다큐멘터리가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이다.

-서울인권영화제 자원활동가 종규

감독

허세준

허세준

1990년 부산 출생. 동국대학교 영화영상학과 4학년 재학 중. 2011 <Performance 1> – 제3회 오프앤프리 국제확장영화예술제 OAF in Focus 섹션 상영. 2014 <나를 위한다고 말하지마> – 제20회 서울인권영화제 상영. 2014 <고대전사 맘모스맨> – 제32회 부산국제단편영화제 경쟁작.

인권해설

국화꽃 너머로 보이는 당신의 얼굴들. 살아서 만났으면 더 좋았을 것을, 나는 정확히 당신들이 어떤 사람이였는지를 당신들이 떠나고 나서 텍스트로 읽게 되었다. 감히 평가할 수 없는 한 우주가 떠나는 것을 이리도 허망하게 바라보아야 한다니, 이 단단한 죽음들을 우리는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까. 낙인의 사슬 장애등급제와 빈곤의 사슬 부양의무제 농성장은 2012년 8월 21일, 비가 많이 오던 여름날 차려졌다. 아무것도 없었던 광화문 농성장에는 2015년 지금, 총 11개의 영정 사진이 놓여져 있다. 이 영화는 11개의 영정 사진들과 함께있는 지역사회에 나온 지 6개월 만에 꿈을 져버릴 수밖에 없었던 국현 형의 이야기이다.

작년 봄, 노들장애인야학으로 국현 형이 왔다. 한글을 잘 모르던 그는 장애인을 더 이상 시설이 아닌 지역사회에서 살게끔 활동하는 탈시설 활동가들의 지원으로 함께 학교를 다녔다. 시설을 24살에 들어가게 되었다는 형의 나이는 2014년 봄, 53세였다. 4월 13일 체험홈에(시설에서 나와 자립생활을 온전히 하기 전까지 머물다가 가는공간) 불이 나게 되었다. 형이 있던 방까지 불이 번졌지만 국현 형은 침대 위에서 그을린 채로 전신 3도의 화상을 입고 병원으로 실려 갔다. 국민연금 공단은 그런 그의 장애를 5급으로 판정, 활동보조 서비스를 받지 못하게 하였다. 다시 이의신청을 하고 싸웠던 그 기간에 그렇게 화마가 그의 삶을 휩쓸었다. 그리고 세월호 참사가 있은 지 바로 다음날인 17일 형은 영원히 떠났다.

전체 삶의 대부분을 시설에서 보내다 자립생활을 하기 위해 지역사회에 나온 지 6개월만의 일이다. 27년 만에 시설 밖으로 자유로운 삶을 살게 한 그에게 너무 가혹한 일이였다. 현재의 장애등급은 본인의 손상의 조건을 밝히며 ‘내가 당신보다 더 장애가 심하다.’라는 명목으로 줄세우기를 한다. 그리고 등급별로 사람을 나누어서 1급~6급까지의 장애등급으로 사람을 나누어 해당되는 등급별 서비스만을 제공한다. 일본을 제외하면 전세계에서 실제로 사장된 제도인 장애등급에 따른 서비스를 제공하는 나라는 한국뿐이다.

‘살 수 있었는데, 그랬었는데.’라는 이 말은 너무나 무겁다. 이 죽음들이 너무나 억울하다. 광화문지하 역사 안에 놓인 11개의 영정 사진들, 그 사람의 단단한 죽음들, 이 죽음에 억울한 나날들. 그 죽음을 품고 살아가기엔 아직 우리는 너무 떨리는 존재들이다. 광화문역사 지하2층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폐지 광화문 농성장에 함께해 주시길, 이 단단한 죽음들의 무게를 우리 함께 안아갈 수 있었으면 한다.

한명희(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폐지 광화문공동행동)

1320회 서울인권영화제삶의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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