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줄거리
수미는 성소수자인 딸을 둔 교사다. 수미는 딸 지수의 성소수자 정체성을 받아들이려고 노력하며 살아왔다. 어느 날 동료교사와의 술자리에서 지수의 성정체성을 부정하는 말을 들은 수미. 수미는 그 말을 되받아치지 못한다. 성소수자의 엄마가 되는 것은 생각만큼 쉽지 않다.
서울인권영화제 자원활동가 나현
프로그램 노트
‘자랑스러운 나의 자녀’가 알고 보니 성소수자라면 어떨까? 이 사실이 알려진 후에도 부모는 자녀를 계속 ‘자랑스러워’ 할 수 있을까? 시스젠더, 이성애가 ‘정상’인 사회에서 부모에게 자녀가 성소수자라는 것은 자녀의 모든 것을 부정하리만큼 크고 중대한 사건일 것이다.
영화 <굿 마더>는 자녀가 성소수자라는 사실을 온전히 받아들이기 위해 노력하는 엄마 수미의 고민을 담았다. 머리로는 성소수자 자녀를 지지하지만, 마음은 생각만큼 잘 움직이지 않는다. 성소수자인 자녀가 부모에게 커밍아웃을 결심하고 실행했을 때부터, 어쩌면 자녀의 정체성을 의심한 순간부터 부모의 ‘성소수자의 부모되기’는 이미 시작됐다. ‘성소수자의 부모 되기’를 선택하는 과정에서 부모는 자녀를 부정하고, 의심하고, 무시하고, 원망하고, 포기하는 복잡한 마음을 통과한다. 성소수자인 자녀가 스스로 정체화하며 거치는 생각과 감정이 있듯이 그의 부모 또한 비슷한 과정을 겪는다.
그 과정에서 수미의 동료교사 박 선생은 수미의 세계를 더욱 흔들면서도 든든한 지지로 연대한다. 박 선생은 혼자 감당하기 버거워하는 수미 앞에 불시에 등장해 때론 웃음으로, 때론 통쾌한 말로 수미를 위로하고 응원한다. 박선생이 수미에게 엄지를 치켜올리며 만들어낸 연대의 파동은, 자녀가 일으킨 파동조차 뒤덮으며 부모의 세계를 위로한다.
한평생 나와는 관계없다고 여겼던 존재가, 내가 가장 가까이서 지켜봐 온, ‘내가 가장 잘 아는 사람’이었다는 사실. 그 사실은 부모의 세계를 뒤집을 만큼 커다란 충격을 일으킨다. 충격으로 부서지지 않고 ‘퀴어의 부모 되기’를 선택하는 사람들. 그들은 하나의 세상을 무너뜨린 충격을, 세상을 바꿀 파동으로 바꿔 간다.
서울인권영화제 프로그램 팀
감독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영화과에 재학 중이다.
인권해설
우리는 가족을 누구보다 가깝다고 생각하지만 가장 잘 안다고 할 수는 없다. 자식을 잘 안다고 믿고 싶은 부모도 아이가 자라 십대가 되면 소통의 어려움을 경험한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누구와 만나는지, 어떻게 살고 싶은지 잘 알 수 없다. 이 같은 ‘불통’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일지도 모른다. 주체적인 한 인간으로 자신을 정립해가는 과정 속에 있기 때문이다. 자신을 찾느라 바쁜 아이에게 부모는 종종 회피하고 싶은 ‘잔소리꾼’일 뿐이다.
이렇게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자신이 성소수자임을 알게 될 때, 부모와의 소통은 더욱 어려워진다. 2015년 국가인권위원회 발표에 따르면 한국의 성소수자 82%가 부모에게 커밍아웃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커밍아웃을 잘 받아들이는 경우 누구보다 강력한 지원군이 되어 줄 수도 있는 부모에게 그렇게 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성소수자를 편견과 혐오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회에서 부모 역시 자신을 받아들이지 못할 거라는 두려움이 가장 크지 않을까. 위의 국가인권위원회 통계에 따르면 실제로 커밍아웃을 했을 때 어머니는 40.7%, 아버지는 50.1%가 거부한다고 한다. 그리고 어머니의 경우 18.5%, 아버지는 9.1%가 수용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수용도 거부도 아닌 나머지는 어떤 반응인 걸까.
성소수자부모가 자식의 커밍아웃을 경험하면서 보이는 반응에는 6단계가 있다고 한다. 충격을 받고(“왜 나에게 이런 일이…”), 부정하고(“아니야, 그럴 리가 없어”), 죄책감을 느끼고(“나 때문에 이렇게 된 거야”), 원망의 감정을 표출하고(“네가 어떻게 우리한테 이럴 수 있니?”), ‘결단’의 단계에서 인정은 하지만 여전히 불화는 계속된다. 마지막 단계인 ‘참된 용인’으로 가는 길은 꽤 험난한 시간을 거쳐야 한다. 영화에서 지수의 엄마는 어디쯤에 있을까.
지수는 엄마에게 자신이 레즈비언임을 커밍아웃했고 엄마가 잘 받아들였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오해였다. 엄마는 자신의 앞길을 잘 개척해가는 딸아이가 자랑스러웠기에 아이의 커밍아웃을 어느 정도 수용했지만, 사실 내면으로는 여전히 참된 용인에 이르지 못했다. 동료 교사들과의 식사 자리에서 성소수자에 대해 무지와 편견을 드러내는 상대에게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지수가 여자친구와 캐나다 여행에서 둘만의 결혼식을 올리고 찍은 사진을 본 후 엄마는 마침내 폭발한다. “엄마는 이 모든 게 망신스러워.”라는 말을 하면서. 이 말에 상처를 입은 지수는 “엄마 하나는 잘 둔 줄 알았어.”라고 되받아치며 엄마에게 상처를 준다.
엄마는 자식의 커밍아웃을 받아들였지만 여전히 도움이 필요했다. 지수와의 소통을 통해 성소수자에 대해 좀 더 잘 알고,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나누고, 힘을 얻어야 했다. “버겁고, 낯설고, 털어놓을 데가 없으니까 외롭다”라고 말하는 엄마. 그런 엄마를 지수는 오해했다. 자신을 받아주는 것만으로 성소수자에 대해 잘 안다고 믿었고, 잘 알아주길 바랐다. 하지만 엄마에게는 깨달음과 배움의 시간이 필요했다. “다음 주에 또 올게”라고 쪽지를 남긴 지수는 이제 엄마와 좀 더 소통할 것을 약속하는 듯하다.
아이의 커밍아웃으로 인해 부모 역시 커밍아웃을 해야 할 때가 있다. 하지만 커밍아웃은 부모에게도 쉽지 않은 일이다. 영화에서 동료와의 식사 장면은 우리 사회를 압축해놓은 듯하다. ‘무지의 폭력’을 행사하며 성소수자를 ‘반대’한다고 주장하는 이들에게 부모로서 당당하게 맞서야 하는데 지수의 엄마는 그렇게 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제 지수와 좀 더 많은 대화를 나누고, 성소수자 자식에 대해 털어놓고 연대할 수 있는 곳이 있음을 알게 된다면, 지수처럼 당당하게 커밍아웃하는 ‘굿 마더’가 되지 않을까.
황선애/겨울빛(성소수자부모모임)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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