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줄거리
영화는 쾌활한 주인공 미셸이 능동적으로 ‘나’를 찾아 나가는 과정을 그린다. 그 과정은 순탄하지만은 않지만, 보는 이로 하여금 웃음 짓게 하는 특유의 명랑함이 있다. 시각장애와 경도의 아스퍼거증후군을 가진 미셸을 남들은 ‘애’ 취급하거나, ‘돌봐주어야 할 대상’으로 바라보곤 한다. 때로 그녀는 따돌림을 당하여 위축되기도 하지만, 스스로 ‘인생의 주인공’이 되고자 삶을 설계해나가는 데에 그 누구보다도 열정적이다. 미셸은 스스로 다양한 욕망을 찾고, 정체성을 확립해나가며, 끊임없이 자신을 드러내 보인다. 그녀에게 ‘어른’이 된다는 것은 부모님의 그늘을 벗어나는 과정이면서, 자신만의 색깔을 찾아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성우를 꿈꾸는 ‘나’, 성소수자 인권을 위해 힘쓰는 활동가가 되고 싶은 ‘나’, BDSM을 실천하는 ‘나’. 그 모두가 막 20대에 접어든, 꿈 많은 미셸의 이야기다.
서울인권영화제 자원활동가 심지
프로그램 노트
누군가 남들과 조금 다른 특성을 가지고 있을 때, 그 특성은 그 사람을 규정하는 전부인 양 받아들여지기 쉽다. 미셸은 종종 시각장애와 경도의 아스퍼거증후군을 가진 ‘장애인’’으로만 여겨진다. 그렇게 그녀는 ‘돌봐주어야 할 대상’이 되고, 남들과 다르다는 이유로 왕따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당연하게도, 그녀가 가진 장애는 미셸이라는 사람을 설명하는 데 극히 일부분일 뿐이다. 에반게리온을 좋아하고, 성에 관심이 많아 BDSM을 실천하고, 성우가 되기를 꿈꾸며, LGBT 활동가가 되고 싶어 하는 사람. 이 모두가 막 20대에 접어든, 좋아하는 것도 꿈꾸는 것도 많은 미셸의 이야기다.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워지기 힘든 그녀가 스스로 ‘인생의 주인공’이 되고자 삶을 설계해나가는 과정은 물론 순탄치 않다. 그러나 미셸은 누구보다도 열정적으로 ‘나’를 찾아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그녀는 끊임없이 스스로의 다양한 욕망을 찾고, 정체성을 확립해나가며, 자신을 드러내 보인다. ‘어른’이 된다는 것이 부모님의 그늘을 벗어나 의식주 차원에서 자립해나가는 과정이면서, 취향과 가치관을 찾아 자신만의 색깔을 만들어가는 과정임을 미셸은 몸소 보여준다.
서울인권영화제 프로그램 팀
감독
개릿 지브게티스
개릿 지브게티스는 매력적인 사람과 사회 변화에 초점을 맞추고 활동하는 다큐멘터리 감독이다. 그는 보스턴을 기반으로 작업하며, 그가 연출한 영화인 <A Mercenary Tale>은 보스턴 국제 영화제에서 최초로 상영되었다. 그는 2016년 <가장 아름답고 아름다운>으로 The Independent가 선정한 “주목하는 감독 10인” 중 하나로 이름을 올렸다.
인권해설
저시력/발달장애여성 미셸은 학교·상담교사, 가족, 애인, 커뮤니티 구성원 등 다양한 이들을 만난다. 이처럼 장애여성은 사회 안에서 가족, 거주지역의 사회복지사, 이웃 등 다양한 주변인들과 관계를 맺는다. 미셸은 “난 검열되지 않은 세상과 마주할 준비가 되어 있다”며 자신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려 하지만, 막상 졸업 후 일자리를 찾지 못해 거의 집에서 생활한다. 미셸이 말하는 ‘준비’는 미셸 자신과 장애인만이 아니라 사회와 주변인에게도 필요하다.
미셸이 부와 명성을 기대한 인턴십은 알고 보니 일주일 방문프로그램이었고, 이동보조를 받지 않으면 외출하기 어렵다는 것을 깨달으며 방문프로그램 후 LA행을 포기한다. 미셸과 같은 발달장애인의 이동에는 동행만이 아니라 이동장소의 환경, 새롭게 맺는 관계문화, 현장의 분위기 해석 등 통합적이고 복합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또한 주변인이 발달장애에 대해 잘 이해하지 못하고 무비판적으로 장애차별적인 사회를 바라볼 때, 정보를 조각내거나 여과 없이 발달장애인에게 전달하는 경우가 있다. 이때 발달장애인의 행동과 판단은 사회 안에서 이해받지 못하고 그에 대한 책임은 발달장애인의 몫으로 남곤 한다. 이처럼 발달장애인과 관계를 맺을 때 복합적인 지원이 필요하며 이것은 개인인 주변인 한 사람만이 아니라 전체적인 사회적 지원이 동반되어야 한다. 하지만 이때 지원이 ‘보호’나 ‘통제’로 이어져서는 안된다.
사회에서 장애여성의 섹슈얼리티는 취약성만이 주로 강조되어, 부정되거나 과잉된 형태로 묘사되곤 한다. 그리고 취약성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성에 대해 말하고 실천하는 것을 금지하는 형태로 이어진다. 그러나 미셸은 자신을 여성으로 정체화하고, 연인과 BDSM을 실천하며 자신의 섹슈얼리티를 긍정하고 드러낸다. 장애여성으로서 가능하다고 사람들이 허락한 섹슈얼리티가 아니라 자신의 섹슈얼리티에 대해 탐구하고, 만족감을 줄 수 있는 방법과 원하는 관계를 찾아가는 것이다. 이처럼 사회적 시선과 규범에 도전하며 성취된 미셸의 섹슈얼리티를 불편해하는 것은 오히려 주변인과 사회이다.
장애인과의 만남에서 일방향인 보호형태의 지원에만 집중한다면, 장애만 두드러질 뿐 다른 점들을 보기 어려울 수 있다. 미셸은 모든 사람들은 물건을 잃어버려 우울해지기도 한다는 것을 알고 서로가 연결됨을 느낀다. 우리는 이처럼 닮은 구석이 꽤 많다. 즐거움, 외로움 등의 다양한 감정과 음식취향, 섹슈얼리티 등 많은 것을 공유하고 있다. 관계와 사회를 재구성하기 위한 준비는 ‘장애인은 ~할 거야’, ‘장애인은 ~가 필요할 거야’라고 규정하는 것이 아니라, 궁금증을 갖고 질문하는 대화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이때 기존의 세상과 장애인이 느끼는 세상이 충돌하고 맞춰가며 함께 성장할 수 있다. 이것은 우리에게 많은 변화를 요청하는데, 이는 우리 모두를 위한 과정이기도 하다.
사회와 주변인들의 변화 없이 장애인의 인권은 보장되기 어렵다. 장애와 섹슈얼리티에 대해 기존의 사회구조를 답습하는 판단과 검열을 반대하며, 이를 새롭게 재구성하기 위해 필요한 준비를 하는 것을 우리의 공통과제로 삼아야 한다.
서연 (장애여성공감)
리뷰
영화를 함께 보는 사람과 나누고 싶은 말을 남겨주세요. 가장 기억에 남는 대사도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