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값싼 군인을 삽니다 Child Soldier’s New Job

작품 줄거리

우간다의 모병소 매니저 토마스 오두카이의 인적자원실에는 그가 모집한 용병들의 파일이 한가득 쌓여있다. 그들은 신체적 훈련이 되어있고 무기를 다룰 줄 알며, 무엇보다 영어를 잘하기에 인기가 많다. 한편 이지스는 세계 곳곳에 지부를 둔 민간 군수 기업이다. 토마스는 나이에 관계없이 최대한 많은 용병을 이지스로 보내기 위해 노력한다. 토마스에게도, 이지스에게도, 전장은 단지 돈을 벌 수 있는 일터일 뿐이다. 국가에 충성하는 충실한 군인보다 예산에 맞는 값싼 군인이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는 토마스와 이지스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이제 전쟁을 들여다보면 그 속에는 자본으로 맞물린 끝없는 하청의 고리들이 있다. 산업이 되어버린 전쟁은 어떤 사람들을 최전선으로 내몰고 있는가?

서울인권영화제 자원활동가 고운

프로그램 노트

전쟁 용병 한 명을 한 달간 고용하는 데 비용이 얼마나 들까? 질문 자체도 황당하지만, 그 답은 더 황당하다. 시에라리온의 용병 한 명에게 지급되는 임금은 한 달에 250달러다. 이마저도 더 저렴하게 하기 위해 사람들은 이리저리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다.
이제 전쟁은 하나의 산업이 되었다. 자본과 맞물린 전쟁은 더 이상 국가 대 국가의 정치적 다툼으로 끝나지 않게 되었다. 전쟁 국가가 예산을 짜면 그 예산에 맞춰 끝없는 하청의 톱니바퀴가 연결된다. 그리고 그 톱니바퀴의 끝에는 한 달에 250달러를 받으며 사람을 죽여야 하는 용병들이 있다.
<가장 값싼 군인을 삽니다>는 단순한 반전 영화가 아니다. 전쟁과 자본에 동시에 저항한다. 전쟁의 잔인함을 전시하는 대신 자본의 세밀한 톱니바퀴를 드러낸다. 톱니가 맞물릴수록, 하청의 하청으로 내려갈수록, 인간은 소외되고 조각난 자본의 날은 용병의 어깨로 내려앉는다. 전쟁의 최전선에서는 전쟁을 일으킨 사람들이 아닌, 이런 용병들이 사투를 벌이고 있다. 이제 반전과 동시에 반자본을 외쳐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서울인권영화제 프로그램 팀

감독

마스 일쇠어

마스 일쇠어

마스 일쇠어는 덴마크의 언론인이자 영화제작자다. 텔레비전, 신문, 라디오를 통해 세계의 여러 모습을 전해왔다. 마스는 최근 덴마크방송사(the Danish Broadcasting Corporation)에서 다큐멘터리를 만들고 있다. 그는 남수단 독립을 위한 선거기간 동안 IMS(International Media Support)에서 일했고, 비판적인 다큐멘터리 제작으로 모로코 정보기관에 의해 체포당하기도 했다.

인권해설

전쟁을 일으키는 사람들은 주로 애국심, 국익, 종교, 이데올로기를 내세운다. 사람들은 김정은이나 조지 부시 같은 통제할 수 없는 정치 지도자들이 돌발적인 행동으로 전쟁을 일으킨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그러나 현대의 많은 전쟁들, 전쟁에 준하는 군사적인 갈등은 한 가지의 목적 때문에 일어난다. 전쟁이 돈벌이가 되기 때문이다. 전쟁수혜자(War Profiteer). 전쟁으로 이익을 얻는 개인이나 기업, 집단을 일컫는 단어다. 이들은 끊임없이 전쟁을 기획하고, 전쟁 위기를 고조시키고, 전쟁을 수행한다. 이들은 전쟁을 준비하고, 전쟁을 실행하고, 전후 복구를 하는 과정에서 막대한 돈을 벌어들인다. 그래서 우리는 그들을 “죽음의 상인”이라고 부른다.

이들이 체계적인 시스템을 갖추고 기업적인 형태로 전쟁 돈벌이에 나선 건 20세기에 들어서다. 19세기 후반부터 활동한 바질 자하로프는 조지 버나드 쇼의 『바버라 소령』에 나오는 무기상 앤드루 언더샤프트의 모델이다. 그는 어머니가 태어난 나라 그리스에 잠수함을 팔면서 자신은 먼저 애국심 있는 그리스인이고 그 다음에 무기상인이라고 했다. 자하로프가 그리스에 잠수함을 팔고 난 뒤 한 일은 그리스의 적대국인 터키에 그리스가 잠수함 두 대를 구입한 사실을 알린 일이었다. 이 죽음의 상인들은 살인무기를 사고파는 것에 아무런 정치적 책임감이나 양심의 가책이 없다. 또 한 명의 전설적인 죽음의 상인 메르틴스는 이렇게 말했다. “메렉스가 판매한 무기를 사들인 이들이 저지른 행동에 대해선,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은 사람에 대해 사고 차량을 판매한 자동차 영업 사원이 짊어져야 할 정도만 책임이 있을 뿐이다.”

이들의 활약상은 점점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과거 전쟁의 주체는 국가였다. 죽음의 상인들은 록히드마틴, BAE, 한화처럼 살인 무기를 만드는 군수산업체가 생산하는 무기를 각국의 국방 담당자에게 판매하는 역할이 주된 일이었다. 하지만 전쟁의 양상이 변해가면서 전쟁수혜자들의 활동범위도 점차 넓어졌다. 무기 거래에 그치지 않고 군사훈련을 시켜주거나, 전쟁 시 군인들의 생활을 보조하는 물자를 생산하고 운반하거나, 전후 사회 기반 시설을 복구하는 일, 심지어 군인이 되어 실제 전쟁을 수행하기까지 한다. <가장 값싼 군인을 삽니다>에 등장하는 이지스, 블랙워터 같은 기업들이 새로운 영역에서 전쟁 장사를 하는 치들이다.

이러한 민간군사기업들은 특히나 정치적으로 민감하고, 인권 문제가 대두되는 곳에서 맹활약을 한다. 각국 정부는 자국 의회의 승인을 피하기 위해, 국제 사회에서 정치적 책임을 지지 않기 위해 비싼 금액을 지급하면서까지 이런 민간군사기업들을 이용한다. 이들이 수행하는 전쟁은 과거 정부의 정규군들이 수행하는 전쟁보다 더 잔혹하고 심각한 피해를 유발한다.

한국에도 그리 멀지 않은 미래에 이러한 기업들이 등장할 징후가 농후하다. SJM 노동조합 조합원들에게 끔찍한 폭력을 행사한 것으로 사회적으로 유명해졌던 용역업체 컨택터스의 홈페이지에는 당시 군대에 버금가는 장비들이 게시되어 있었다. 이런 회사들이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사업을 확장해나가는지, 우리는 관심 있게 지켜보며 감시해야 한다.

한국은 이미 세계 10위권의 국방비를 지출하는 나라다. 전쟁으로 이득을 챙기는 이들에게 좋은 시장이며, 한국에 기반을 둔 군수산업체들도 세계 곳곳으로 활발히 전쟁 무기를 수출하고 있다. 우리는 이들을 감시하고, 이들의 존재를 폭로하고, 이들의 활동을 막아야 한다.

우리 다 같이 외치자. “여기서 전쟁이 시작된다. 여기서 전쟁을 멈추자!”

용석 (전쟁없는세상)

1822회 서울인권영화제자본의 톱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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