핑크워싱 Pinkwashing Exposed: Seattle Fights Back!

작품 줄거리

이스라엘은 동성애자들의 ‘안전한’ 피난처이자 호모포비아가 없는 곳이라고 자국을 선전한다. 하지만 무지개색은 때때로 덧칠하기 좋은 빛깔이자, 무언가를 감출 수 있는 색이 된다. 성소수자는 물론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 이스라엘은 안전한 천국이 아니다. 신의 이름을 빌려 시작된 점령과 학살이, 핑크빛으로 세탁까지 되면 더더욱 잘 보이지 않을지도 모른다.

성소수자의 존재와 인권을 ‘동원’하고, ‘소비’하는 시도는 텔 아비브가 아닌 다른 곳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최근 시애틀의 LGBT 활동가들도 이스라엘의 ‘핑크워싱’에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시애틀에서 예정되었던 이스라엘 LGBT 청소년 단체와의 행사가 ‘핑크워싱’이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의 점령과 학살을 멈추라고 하는 보이콧 활동은, 행사 취소라는 결과를 이끌어내면서 그 핑크빛 장막을 벗기는 데 성공한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운동의 행로는 그리 쉽지만은 않다.

서울인권영화제 상임활동가 레고

감독

딘 스페이드 Dean Spade

딘 스페이드는 현재 시애틀 대학 로스쿨에서 행정법, 빈곤법, 법과 사회운동 등의 과목을 가르치고 있다. 2002년 딘은 실비아 리베라 법률 프로젝트를 만들었다. 프로젝트는 저소득층이거나 인종 차별을 겪고 있는 트랜스젠더, 인터섹스, 젠더를 확정할 수 없는 사람들에게 법률 서비스를 제공한다. 1998에서 2006년에는 온라인 잡지인 Make의 공동 편집자였고 현재는 Enough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부의 재분배 문제에 집중하고 있다.

인권해설

내가 마시는 과즙 음료의 원재료가 서안지구 팔레스타인인들의 토지와 수자원을 약탈해 만들어진 것이라면, 내가 사용하는 가전제품이 역시 토지를 빼앗아 지어진 불법 정착촌의 공장에서 이스라엘 정부의 세제 혜택을 받으며 만들어진 것이라면, 또는 그 기술이 팔레스타인인들을 감시하고 감금하는 데 사용된다면, 나의 연구·창작물·행사참여가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을 점령하고 있다는 사실에서 눈을 돌리게 하는 수단이라면 당신은 어떻게 할 것인가? 이런 상황을 인식하고 거부하는 것이 바로 ‘BDS 운동’의 본령이다.

팔레스타인 연대운동 전략인 BDS 운동은, 남아공의 아파르트헤이트(‘인종 분리’를 뜻함) 체제를 철폐시키는 데 기여한 20세기 말 BDS 운동에서 영감을 받았다. 2005년 ‘팔레스타인 BDS 민족 위원회(Palestinian BDS National Committee)’가 발족되면서 그 시작을 알렸다. 이를 통해 팔레스타인인들은 점령국이자 또 다른 아파르트헤이트 국가인 이스라엘에 전 세계가 Boycott(불매 운동), Divestment(투자 철회), Sanctions(제재)로 대응함으로써 자신들이 겪는 점령, 학살, 인종차별을 끝장내기 위한 저항운동에 힘을 실어줄 것을 호소하고 있다. 그리고 이에 대한 응답이 각국의 운동단체, 교육기관, 종교기관, 정부기관 사이에서 꾸준히 확산되고 있으며 또 조금씩 성과를 내고 있다.

이런 국제 행동을 저지하는 데 이스라엘은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점령 국가라는 이미지를 세탁하는 데 이미 대규모 재정을 쏟아붓고 있는 이스라엘 정부는, ‘브랜드 이스라엘’이라는 이름으로 각종 국가 홍보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각국의 입법자들에게 직접 접근하는 로비 활동에서부터 문화·예술·학술계에서 ‘지원’과 ‘교류’라는 이름으로 벌이는 민관 사업에 이르기까지.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을 점령하고 있다는 사실을 은폐하고 나아가 정당화하기 위한 전략은 다양하다. 이 영화에 나타난 것처럼 텔아비브를 ’중동’의 유일한 ‘퀴어 천국’으로 포장하려는 ‘핑크워싱’도 그 중 하나이다.

우리는 윤리적 생산과 소비가 점차 중요해지는 시대를 살고 있다. 구매 선택이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소비자인 나를 위한 것인 동시에 상품의 생산·유통 종사자들에게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 선택이 모이면 시공간을 넘어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기도 하다. 기업 윤리를 망각한 기업에 대한 외면이 당연하듯, 점령을 근간으로 하는 국가인 이스라엘의 ‘국가 홍보 상품’에도 우리의 불매 운동이 절실하다. 날로 상황이 악화되고 있는 팔레스타인에서 전해지는 절규와 연대호소에 우리도 BDS 운동으로 응답하는 것은 어떨까.

새라 (팔레스타인평화연대)


이스라엘은 유럽의 시온주의자들, 다른 말로 유대민족주의자들이 팔레스타인의 선주민 아랍인을 추방하면서 세운 정착민 식민주의 국가다. 1948년 국가 수립 선포 이후, 총 네 차례의 이스라엘아랍 전쟁(중동 전쟁)을 치르면서 줄곧 영토를 확장해 왔을 뿐 아니라, 서아시아와 북아프리카 일대의 군사적 맹주로 군림하며 국제 정세를 좌지우지한 지도 오래다.

이스라엘은 유대민족국가를 정체성의 골자로 하며 건국 단계에서만 칠십만 명이 넘는 팔레스타인인을 삶의 터전에서 쫓아내 수많은 난민을 만들었다. 전 세계 모든 유대인에게는 이스라엘로 ‘돌아올’ 권리를 부여하면서, 자기가 살던 집과 일구던 밭으로 돌아오기를 염원하는 팔레스타인인에게는 그와 같은 권리를 보장하지 않는다. 팔레스타인인이 남기고 떠나야만 했던 집과 땅은 부재자 소유물로 정부 관리부동산이 되어 궁극적으로 유대인 정착민에게 분배된다. 법률, 정책, 제도 대부분이 유대인 시민권자를 중심으로 마련되므로, 2할이 넘는 비유대인 시민권자는 2등 시민으로 살아가며 이스라엘의 모든 일상에서 체계적으로 차별받는다.

애초에 이스라엘은 타민족에 대한 수탈과 폭력과 차별로 구성된 국가이다. 이스라엘 국경 안에서만 차별이 이루어지는 게 아니다. 1967년 6일 전쟁 이후 이스라엘이 실질적으로 점령하고 있는 가자지구와서안지구의 사정 역시 엄혹하다. 가자지구는 하다못해 구호 작업이 불가할 지경까지 봉쇄됐다. 서안지구 주민은 녹색선이라 불리는 공식 경계를 침범하여 건설되는 이스라엘의 분리 장벽으로 인해 이동권, 교육권, 건강권, 재산권 등 기본권을 심각하게 침해당하고 있다.

이는 모두 현재진행형이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난민의 귀환을 보장하도록 하는 1948년 유엔총회 결의안 194를 칠십 년 가까이 흐른 지금까지 무시해 왔다. 분리 장벽 건설을 국제법 위반이라 규정하며 기존 장벽 철거, 새로운 장벽 건설 중단, 장벽으로 팔레스타인인에게 발생한 피해에 대한 국가 차원의 배상을 권고한 2004년 국제사법재판소 권고에도 꿈쩍 안 한다. 권고 후 1년이 지나도록 사정이 달라지지 않자 팔레스타인 시민사회 단체가 모여 국제사회에 이스라엘에 대한 보이콧(구매 혹은 이용 거부), 투자철회, 제재(BDS: Boycott, Divestment, Sanction) 운동 참여를 촉구한다.

그와 비슷한 시기에 이스라엘은 국제 사회에서의 국가 이미지 개선을 위한 선전 사업을 기획하기 시작한다. 본격 추진되기 시작한 사업 이름은 ‘브랜드 이스라엘.’ 널리 각인된 점령국으로서의 군사적 이미지나 유대교 중심의 실질적 정교일치 국가라는 이른바 전근대적 이미지를 탈피해, 세속민주주의 인권 국가로 자신을 포장해 내기 위한 선택이었다.

이 과정에서 이스라엘이 취한 주요 전략 가운데 하나가, 자국을 중동지역 통틀어 성소수자 권리를 보장하는 유일한 곳으로 자랑하며 텔아비브 같은 도시를 게이의 휴양 낙원으로 꼽는 것이다. 팔레스타인을 비롯해 주변 아랍국이 하나같이 성소수자를 끔찍하게 박해하는 데 비해 이스라엘은 다양한 성소수자가 자유롭게 즐기며 살아가는 근사한 사회라는 게 홍보의 요지다.

우리 사회는 완전히 퀴어 친화적이에요. (가끔 극우 초정통파 유대민족주의자가 성소수자를 린치하기도 하는데, 그건 특수한 경우니까요.) 우리는 비유대인 성소수자 인권에도 관심 가져요. (물론 이스라엘이 구원자로 나서서 아랍국가보다 우월한 사회임을 증명하는 데 써먹을 수 있을 때만 선택적으로 그렇게 해요.) 이스라엘에는 호모포비아하고 트랜스포비아가 존재하지 않아요. (팔레스타인하고 다른 아랍국가는 호모포비아하고 트랜스포비아가 심해서 참 딱하지 뭐예요. 우리를 모범 삼아야 할 텐데요.) 우리는 중동 지역에서 민주주의가 가장 잘 발달돼 있어요. (분리 장벽으로 팔레스타인인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건 당연히 제외하고 하는 얘기예요.) 우리는 인권과 다양성을 존중해요. (팔레스타인인하고 타종교인만 빼고요.)

위 문단에서 괄호에 담긴 내용을 삭제하고 괄호 바깥의 내용만으로 스스로를 설명하고자 하는 이스라엘의 전략이 바로 ‘핑크워싱(pinkwashing)’이다. 성소수자 인권을 상징하는 분홍색 ‘핑크(pink)’와 연막 치는 행위를 가리키는 ‘화이트워싱(whitewashing)’의 조합어다. 이는 팔레스타인 점령과 이스라엘 사회 내 인종 차별을 종식할 근본적인 노력 없이 단순히 자국의 이미지만을 세탁하기 위해 성소수자의 존재를 이용하는 위선적인 기획이다. 자국의 팔레스타인 점령이 초래하는 막대한 인권 침해를 이야기하지 않고, 팔레스타인의 호모포비아나 트랜스포비아로 인한 성소수자 인권 침해에 초점을 맞춤으로써 점령 문제의 심각함을 축소한다. 점령 체제 자체가 팔레스타인 사회를 살아가는 성소수자나 이스라엘의 2등 시민으로 살아가는 팔레스타인 퀴어들에게 가할 인권 침해를 지워버리고 말이다. 이스라엘과 유대교를 성소수자 인권 보장과 엮고 주변 아랍국가와 이슬람교를 성소수자 박해와 엮는, 소위 문명 대 비문명의 이분법 자체가 정형화된 인종주의를 기반으로 한 부당 대립이다.

‘브랜드 이스라엘’ 캠페인이 진행됨에 따라 팔레스타인과 주변 아랍 국가 성소수자 단체들은 저마다 이스라엘의 핑크워싱 선전에 반대하는 성명을 내며 국제 사회 성소수자 운동 진영에도 관심과 도움을 요청한다. 팔레스타인 성소수자와 연대하고자 한다면 BDS 운동에 성소수자 개인 혹은 단체로서 적극적으로 동참해주기를 당부한 것이다. 이에 호응하여 ‘콰이아: 이스라엘 아파르트헤이트에 저항하는 퀴어들(QuAIA: Queers Against Israeli Apartheid)’이란 이름의 모임이 여러 도시에 생겨난다.

딘 스페이드의 <핑크워싱>은 2012년 미국 워싱턴 주 시애틀을 비춘다. 성소수자 활동가들이 자기 도시를 습격한 ‘브랜드 이스라엘’ 캠페인과 어떻게 싸웠고 이겼고 다시 좌절했고 그럼에도 희망을 놓지 않았는지를 기록한다. 이스라엘 성소수자 대표단의 핑크워싱 투어 행사를 잡아버린 시애틀 시정부 엘지비티위원회를 찾아가 실상을 알리고, 시애틀 퀴어영화제에 핑크워싱 작품이 걸리자 상영장 안팎에서 감독 및 관람객을 상대로 직접 행동을 벌이며, 다른 지역의 성소수자 BDS활동가들과 교류하는 과정에서 얻은 영감으로 콰이아 시애틀지부를 결성하기까지를 아우르는 치열한 투쟁기다. 활동가들은 지역 정치와 국제 연대를 긴밀히 연결해 사유하며 비타협적으로 이스라엘의 아파르트헤이트, 즉 점령과 인종차별을 비판한다. 성소수자 국제연대와 지구적 BDS 운동은 결코 분리될 수도 없고 분리돼서도 안 됨을 힘주어 말하는 다큐멘터리이다.

이진화/케이 (한국레즈비언상담소)


서울인권영화제는 21회 영화제를 준비하며 ‘핑크워싱’이 무엇인지 생생하게 목격했다. <Third Person>이라는 다큐멘터리를 상영하려 하지 않았더라면 몰랐을 일이다. 서울인권영화제는 이스라엘에서 제작된 <Third Person>의 상영 계획을 2016년 3월 31일 취소했다.

상영 취소를 결정한 <Third Person>은 성소수자 다큐멘터리로, 인터섹스(intersex)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영화제는 상영작을 선정하고 있던 당시 <Third Person>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성소수자 인권 영화는 늘어나고 있지만, 인터섹스에 대한 영화는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적기 때문이다. 게다가 마침 이 영화는 인터섹스가 처한 현실을 잘 드러내고 있었다. 구성도 당사자가 자신의 언어로 자기 경험을 풀어내는 식이라, 영화제의 모든 활동가들이 이 작품을 선정하는 것에 동의했다.

그런데 상영 결정 뒤 팔레스타인평화연대와의 미팅 중 ‘BDS운동(보이콧, 투자철회, 제재·Bocycott, Divestments, and Sanctions)’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간단히 말해, BDS운동은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에 가하는 폭력과 차별에 저항하는 국제적인 움직임”이다. 그런데 <Third Person>이 BDS운동의 대상에 부합하며 이스라엘이 하고 있는 ‘핑크워싱’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BDS운동이라고 하면 특정 제품이나 활동에 대한 ‘보이콧’이라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이 운동에는 문화 생산물도 포함된다. 물론 영화도 속한다. 하지만 이스라엘에서 제작된 모든 작품을 보이콧하지는 않는다. BDS운동의 학술·문화 부문을 아우르는 ‘PACBI 가이드라인’에 따라 BDS운동의 대상이 정해진다. 이 가이드라인은 “큰 틀에서 PACBI는 전 세계 문화 노동자(예술가·작가·영화제작자 등)와 노동조합이나협회를 비롯한 문화 조직에 다음과 같이 촉구한다. 이스라엘 및 이스라엘 로비 단체나 문화 기관이 연루되어 있거나, 그렇지 않더라도 전세계 문화 영역에서 이스라엘의 정상 국가화를 조장하고 이스라엘의 국제법 위반 및 팔레스타인인 권리 침해를 은폐하며 BDS 가이드라인을 위배하는 행사·활동·협정·프로젝트를 보이콧하거나 취소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런데 <Third Person>은 PACBI 가이드라인에 부합했다. 뒤늦게 알았기 때문에 더 신중하게 가이드라인을 검토했고, 앞으로 BDS운동에 연대할 것을 결정했다. 하지만 <Third Person> 측에 상영취소 결정을 통보하자 이 영화의 배급사와 제작사, 주한 이스라엘 대사관은 BDS 운동에 대한 비난·폄훼를 쏟아 부었다. 제작자·배급사는 BDS운동이 이스라엘에 대한 혐오를 조장하는 것이라고 메일에 언급하기도 했다. 또 우리의 결정이 잘못된 것이라는 주장을 메일로, 페이스북 메시지로 보내왔다. 갈수록 이스라엘의 ‘창대한’ 반격을 받게 된 것이다. 그중 압권은 주한 이스라엘 대사관의 대응이었다. 대사관은 BDS운동을 비난하며 계속해서 상영재고 및 공관차석과의 미팅을 요구했다.

제작자·배급사는 상영 취소에 대해 문제제기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스라엘 영화’라는 이유로 대사관까지 나서 영화제를 압박한다면, 의도를 생각해볼 만하지 않은가. 대사관의 적극적인 접촉은 결국 이 영화가 단지 개인의 창작물에 그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했다. <Third Person>은 이스라엘의 성소수자 친화적인 이미지를 강조했다는 점에서, ‘핑크빛’ 국가 이미지 ‘세탁’, 즉 ‘핑크워싱’에 속한다.

영화에도 잘 드러나 있지만 ‘핑크워싱’은 이스라엘의 이미지 쇄신 작업이다. “이스라엘은 성소수자들의 인권을 존중하는 중동의 유일한 나라”라고 국가 이미지를 꾸미는 것이다. ‘핑크워싱’의 대표적인 예는 “게이들의 천국 텔 아비브”라는 광고 영상이다. 이 광고에서 이스라엘의 도시 텔 아비브는 게이들의 에덴동산으로 그려지지만, 실상은 팔레스타인인의 삶의 터전을 빼앗아 만든 정원에 가깝다. 이처럼 이 ‘핑크워싱’은,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인들에게 가하는 폭력을 흐리게 만든다.

서울인권영화제는 21회 영화제에서 <Third Person>의 상영을 취소하고, <핑크워싱>이라는 작품을 상영한다. 일련의 과정을 겪으면서 영화의 내용뿐만 아니라, 영화가 만들어진 맥락과 상영하는 행위 자체가 갖는 의미를 생각하게 됐다. 영화 이면에 가려진 폭력과 차별에 대해 환기하고, 이를 놓칠 뻔 했던 것을 반성하며 앞으로 나아가고자 한다.

끝으로 서울인권영화제가 늘 중요하게 가지고 가는 가치가 ‘표현의 자유’라는 지점에서도, 서울인권영화제가 BDS운동에 연대하는 것이 큰 의미가 있다는 점을 짚고 싶다. 왜냐하면 반-BDS운동은 BDS운동이 표현의 자유를 저해한다는 주장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들이 말하는 ‘표현의 자유’는 우리를 설득하거나 협박하지 못했다. 서울인권영화제가 국가가 그리고 기업이, 어떤 권력이 사람들의 ‘삶’의 외침을 가리지 않도록 지켜온 ‘표현의 자유’를 폄하하기엔 그들이 주장하는 표현의 자유는 그 근거가 온당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들이 표현의 자유를 끌어다 쓰는 맥락은 단지 팔레스타인을 밟고 선 핏빛의 땅이, 핏빛이 아니라 선의의 핑크빛이라는 주장을 하기 위해 가지고 온 허울 좋은 가림막이기에.

우리가 불을 붙이려 하는 팔레스타인에 대한 연대, BDS 운동에 대한 응답, 이스라엘 점령에 대한 문제제기는 우리의 것만으로 끝나기를 원하지 않는다. 서울인권영화제는 한국과 해외의 영화제들에게도 BDS운동을 환기하고 동참할 것을 요청하는 활동을 계속할 예정이다. 문화예술계에 이스라엘의 폭력과 인종차별에 힘을 실어줄 계기들이 자라나는 것을 함께 막아내길 바라면서.

다희 (서울인권영화제 상임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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