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회 서울인권영화제 폐막 후 단체 사진. “그래도 너의 곁에서 함께 싸울게” 슬로건을 띄운 스크린 아래 무대에 서울인권영화제 활동가들과 영상/음향팀, 인천인권영화제 활동가들, 수어통역 활동가 등이 함께 올라가있다.
안녕하세요, 서울인권영화제입니다.
6월 13일부터 16일까지, 마로니에공원 일대에서 “26회 서울인권영화제: 그래도 너의 곁에서 함께 싸울게”를 진행했습니다. 여는영화 ⟨파랑 너머⟩부터 잇는영화 ⟨세 가지 안부: 세월호 10주기 옴니버스 다큐멘터리⟩까지 24편의 인권영화를 10개의 섹션으로 엮어 상영했습니다. 관객과의 대화, 광장에서 말하다 등 토크 프로그램에서는 41명의 이야기손님을 모시고 지금, 여기의 인권을 이야기했습니다. 12개의 인권단체가 연대부스로 공원을 채웠습니다. 나흘 동안 약 천 명의 관객이 서울인권영화제의 광장을 찾았습니다.
지난 봄, 26회 서울인권영화제 국내 공모작 선정을 마치면서, “투쟁의 파동을 이어가며, 적막을 강요하는 자본과 권력에 맞서, 연약한 몸짓을 모아, 불온한 외침을 모아, 역행의 시대에 맞서, 오는 6월 광장에서 만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임을 약속 드렸습니다. 광장에서 영화제를 열지 못한 6년 동안, 격년으로 영화제를 개최하며 내실을 다져야 했던 6년 동안 서울인권영화제는 서툰 몸짓과 깊은 진심으로 다시 광장에 설 준비를 해왔습니다. 그리고 나흘의 여름날, 우리는 그 몸짓과 진심이 미약하게라도 가닿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때이른 불볕더위에도 아침부터 저녁까지 야외무대와 다목적홀을 오가며 자리를 지키는 관객들을 마주칠 때, 지나가던 길에 우연히 보게 되었다며 메인부스를 찾아와 응원의 손길을 건네는 시민들을 만날 때, 이야기손님으로 무대에 오른 활동가들의 빛나는 눈동자를 바라볼 때, 투쟁의 현장을 연결하는 작품들이 스크린을 가득 채울 때, 카메라를 통해 연대의 현장을 조망하는 미디어활동가들과 만나 반가이 인사할 때, 곳곳에서 달려와 함께 광장을 만든 이들로부터 용기를 얻을 때……. 서울인권영화제 활동가들은 그간의 노고가 외로이 흩어지는 파편이 아니라, 투쟁의 스크린을 열기 위한 소중한 활동이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존엄과 평등의 연대로 확장되는 광장을 바라고 만드는 이들이 너무나 많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도 너의 곁에서 함께 싸울” 것이라는 슬로건이 적힌 무대 위에서 우리의 이야기가 펼쳐질 때, 우리의 스크린은 아직 유의미함을, 앞으로도 빛날 것임을, 우리는 온몸으로 느꼈습니다. 영화제를 마치고 갚아나가야 할 빚은 산적해있으나, 그럼에도 이 다음을 힘차게 이어보고자 합니다. 그저 해왔기 때문에, 해야 하기 때문에 하는 영화제가 아니라 보다 섬세하게, 더 치열하게 이야기의 장을 만들어내는 서울인권영화제가 되고자 합니다. 다양한 몸을 가진 이들이 찾아올 수 있는 평등한 공간을 만들고, 스크린에서 빛나는 저항의 장면들과 관객의 만남이 어우러지는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앞으로도 서로의 곁에 서로가 있음을 확인하는 영화제를 가꾸기 위해 애쓰고자 합니다.
그래서 지난 봄의 약속처럼, 언제나의 약속처럼, 서울인권영화제는 인권의 현장을 기록하고 영상/영화로 연대하는 이들과 언제나 함께하겠습니다. 누구도 완벽할 수 없지만 누구도 남겨두지 않기 위해 서로의 취약함을 이해하고 배워나가는 서울인권영화제를 만들어가겠습니다. 비록 지금은 내년을 기약할 수 없지만, 내일의 서울인권영화제와도 끝내 함께해주시길 바라며, 건넬 수 있는 모든 우리의 손길을 건네봅니다.
서울인권영화제를 함께 만들어주신 후원활동가 여러분, 곁이 되어주신 분들, 선뜻 달려와 광장을 만들어주신 분들, 그 광장을 채워주신 모든 분들께 다시 한 번 뜨거운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한국에서 살고 있는 퀴어들은 팔레스타인 퀴어의 생존과 해방을 염원하며, 팔레스타인의 완전한 해방을 위해 연대한다.Queers Living in Korea in Solidarity with Palestinian People
ㅇ일시 : 2024년 6월 20일 (목) 오전 11시
ㅇ장소 : 이스라엘 대사관 앞
ㅇ주최 : 팔레스타인과 연대하는 퀴어선언 참여자 일동
ㅇ https://linktr.ee/PaleQueerKR
불볕더위로 뜨거웠던 오늘, 팔레스타인 해방을 염원하며 연대하는 퀴어 선언 기자회견이 있었습니다. 선언을 제안한 단위들과 선언에 함께한 이들이 이스라엘대사관 앞에서 가자 학살 즉각 중단을 외쳤습니다. 서울인권영화제 고운 활동가의 발언을 공유합니다. 선언문 전문은 https://linktr.ee/PaleQueerKR 또는 서울인권영화제 홈페이지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 서울인권영화제는 2016년 21회 서울인권영화제를 준비하며, <제3의 성>이라는 인터섹스를 다룬 이스라엘의 다큐멘터리를 상영작으로 선정하였습니다. 주한이스라엘대사관은 제작진의 항공비를 대주겠다며 적극적으로 연락을 해왔고, 그러던 중 우린 이 영화가 팔레스타인 불법군사점령에 공모하는 기관이 연루된 영화라는 것을 알고 상영을 취소했습니다. 그 뒤로 영화의 감독, 배급사 등은 팔레스타인이 얼마나 퀴어에 무자비하고 야만적인지 구구절절 호소하며 이스라엘은 그에 반해 중동에서 유일하게 성소수자 인권을 보장하는 국가라는 것을 내세우는 이메일을 무더기로 보내왔습니다. 핑크워싱의 한복판을 목격하고 만 것입니다.
그리고 8년이 지난 오늘 6월 20일은 25번째 난민의 날입니다. 오늘 우리는 팔레스타인 해방을 염원하고 촉구하는 퀴어로서 이 자리에 모였습니다. 어떤 세상을 그리느냐, 어떤 해방을 원하느냐, 어떤 자긍심을 말하느냐, 구체적인 그림들은 조금씩 다를지도 모릅니다. 그럼에도 우리가 이렇게 모인 이유는 같습니다. 지금의 학살은 당장 멈춰져야 하기 때문입니다. 지금의 인종청소는 어떤 방식으로도 용납할 수 없는 야만이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 이어져온 점령과 식민지배는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것이 잘못되었기 때문입니다.
퀴어의 무지개는 다양성을 단순히 ‘존중’하는 상징이 아닙니다. 내가 나 자신으로, 당신이 당신 자신으로 살아갈 수 있게끔, 다양성이 존중받는 세상을 향해 ‘투쟁’해온 역사가 깃든 무지개입니다. 그렇기에 우리의 무지개는 저들의 핏빛 학살을 가리는 데 이용될 수 없습니다. 우리의 무지개는 오직 장벽을 부수고 해방을 당겨올 때 빛을 발합니다.
한편 8년 전 그들이 한 이야기 중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라는 호소 또한 있었습니다. 서울인권영화제는 검열에 저항하며 극장에서 나와 거리상영을 이어가고 기업과 정부의 후원 없이 운영되는 단체입니다. 그런 우리가 표현의 자유를 운운하는 협박에 넘어가지 않은 이유는 분명합니다. 그런 표현의 자유는 없기 때문입니다. 점령에 공모하고, 팔레스타인의 목소리는 지우고 말살하면서 학살의 장면을 세탁하는 표현의 자유는 자유가 아닙니다. 그런 전략에 동조하지 않고 삭제되는 존재의 외침에 귀기울이는 것이 표현의 자유를 지켜내는 것이라고 우리는 믿습니다.
팔레스타인 해방 없이는 퀴어의 해방도 없습니다. 점령에 공모하는 표현의 자유 역시 없습니다. 이는 우리의 결심이고 다짐이며 연대의 인사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끝까지 서로의 곁에서 함께 싸울 것입니다.
▲ 관객과의 대화 – 이야기손님 안현진(여성환경연대), 유혜민(감독), 진행 요다(서울인권영화제)
마로니에공원 다목적홀. <내 몸이 증거다> 관객과의 대화가 진행 중이다. 사진 왼편에 무대와 객석이 있다. 사진 오른편에는 문자통역사가 타이핑 중이다.마로니에공원 다목적홀. <내 몸이 증거다> 관객과의 대화가 진행 중이다. 무대 위에 진행자, 수어통역사, 이야기 손님이 앉아있다. 스크린으로 문자통역이 나오고 있다. 객석에는 관객들이 앉아있다.마로니에공원 다목적홀. <내 몸이 증거다> 관객과의 대화가 진행 중이다. 무대 위에 진행자, 수어통역사, 이야기 손님이 앉아있다. 사진의 오른편의 이야기 손님이 마이크를 들고 말하고 있다.마로니에공원 다목적홀 무대 오른편에서 무대를 향해 찍은 사진이다. <내 몸이 증거다> 관객과의 대화가 진행 중이다. 활동가는 무대 오른편에 앉아 무대를 바라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