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기 : 허리디스크 때문에 필라테스랑 피티를 병행하고 있어요. 어제 풀업을 했더니 팔이 안 움직입니다…
고운 : 저는 짠순이, 콩순이, 또니랑 및 베란다에서 차마시는 걸을 좋아해요.
안나 : 저는 얼마전에 계단을 급히 내려가다 엎어져서 무릎 인대가 늘어났다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액땜했다는 생각으로 바쁜 연말을 차근차근 차분하게 마무리해보려는 중입니다💪🏻
유월 : 최근에 꽤 충격적인 사실을 알아챘습니다. 저는 무지 덤벙댄다는 겁니다. 그 불안정함을 수많은 사전리허설과 준비로 커버하며 살아왔던 거였습니다! 저에게 리허설할 시간을 주지 않는 사회에 떨어져보니 엉망이가 진창이네요. 하지만 오늘도 저는 어쩌라고를 시전해봅니당.
미나상 : 저는 최근에 스포티파이에서 올해 제가 가장 많이 들은 노래 리스트를 뽑아준걸 봤는데 차트 100위 히트곡들만 있어서 부끄러웠어요~~🥹 2023년은 제게 뉴진스 트와이스 스테이씨의 해라고 스포티파이가 그러네요. 하핫. 노래뿐 아니라 올해의 책, 음식, 사건 등등으로 2023년을 보내줄 준비를 해봐야겠어요!!
마주 : 이것저것 하며 살고 있습니다. 산책하고 영화 보는 것을 여전히 좋아합니다. 어떻게 하면 2023년과 잘 안녕할 수 있을지 고민하며 12월을 보내고 있습니다 🕊️
소하 : 아니벌써? 제가 내년(2024년)이면 한국나이로 40대에 접어듭니다. 여러분도 믿기지 않으시겠지만, 저도 믿기지 않습니다. 그래서 나이를 깎아보려고 합니다. 한 10살정도요. 나이에 따른 신체의 건강이 중요하지, 그 외에 나이는 숫자뿐 아니겠습니까?
두부 : 저는 쌀밥을 정말 좋아하는데요! 뭘 먹어도 항상 공기밥을 추가해서 먹고(가끔은 술집에서도), 기본 2-3공기씩 먹는답니다. 친구들이 해외에 나갈때면 장난으로 그 나라 쌀좀 구해달라고 하는데 사실 항상 진심이었던거 같기도해요.. 다만 쌀에 단게 들어가는걸 싫어합니다. 콩, 옥수수, 밤 등이요. 그렇지 않은 잡곡은 다 괜찮아요!
요다 : 안녕하세요, 어떻게 쓰면 웃길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사실 저는 늘 어떻게 하면 웃길 수 있을지 고민합니다. 사람들을 웃길 때가 제일 행복합니다. 웃기고 싶습니다 항상.
나나 : 머물 수 있는 자리를 찾기 위해 노력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오늘도 내일도 혼란한 일상과 질문을 마주한 채, 화이팅!
때로는 잊을 수 없는 날이 덜컥, 생겨버리고는 합니다. 기쁘고 반가운 날이라면 좋겠지만 무섭고 아픈 날인 경우가 더 많지요. 10월 29일 역시 그렇습니다. 늦은 밤, 집에서 친구와 맥주를 두어 캔 정도 마셨을 때 재난문자를 받았습니다. 이태원이 혼잡하니 돌아가라고 하더군요. 그러다 사망자 발생, 몇 명, 실종자 발생, 몇 명. 뉴스를 틀었습니다. 친구들의 안부를 확인했습니다. SNS를 돌아다니다가 울다가 했습니다. 밤이 참 길었습니다.
그리고 1년이 지났습니다.
밤은 여전히 깁니다.
사진1. 다큐멘터리 〈별은 알고 있다〉 서울 상영회의 포스터. 보라색 바탕에 이태원 참사 합동 분향소와 그를 찾은 사람들의 모습. 하늘에는 별 모양 조명이 걸려있다.
10.29 이태원 참사 1주기 다큐멘터리 〈별은 알고 있다〉는 1029이태원참사시민대책회의 미디어팀에서 1주기를 기점으로 제작한 영화입니다. 참사는 하룻밤으로 끝나지 않고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영화는 당시 현장의 상황부터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지금까지의 상황을 유가족의 증언과 함께 잇습니다.
저는 어쩌다보니 〈별은 알고 있다〉를 세 번 보게 되었어요. 작품을 어떻게 상영하고 관객들과 어떻게 이야기하며 활동과 이어나갈 것인지 논의하는 상영위원회에 함께하면서 처음 보게 되었고, 첫 번째 순회상영이자 인천인권영화제 폐막상영이기도 했던 11월 19일 상영에서 두 번째로 보았습니다. 이때 416합창단이 함께 영화를 보고 폐막 공연을 진행했는데, 10년 전 우리는 하지 못했던 것을 지금은 반복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울음을 꾹꾹 눌러 말하던 단장님의 얼굴이 잊히지 않습니다.
바람과는 달리 사회적 재난과 참사가 반복됩니다. 반성 없이, 책임 없이, 생명에 대한 존중 없이, 진실을 왜곡하고 혐오와 낙인을 다시금 생산하면서요.
11월 21일 화요일 저녁, 인디스페이스에서 10.29 이태원참사 1주기 다큐멘터리 〈별은 알고 있다〉의 두 번째 순회상영회가 있었습니다. 객석을 꽉 채운 150여 명의 관객과 함께 영화를 보고 대화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태원참사시민대책회의 활동가 랄라의 진행으로 유가족협의회의 박영수님(이남훈 희생자 어머니), 유정님(유연주 희생자 언니), 미디어팀 정가원 팀장(활동명 빼갈)이 참사 이후 1년간의 이야기를 나눠주셨습니다.
사진2. 서울상영회 관객과의 대화 모습. 객석에 앉은 관객들을 바라보고 이야기손님들이 말을 잇고 있다.
10.29 이태원참사는 막을 수 있었던 참사, 159개의 세계가 아무런 준비 없이 일순간 사라진 참사, 진실과 책임 규명이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지 않은 참사, 생명과 안전은 뒷전인 사회에서 또 다시 발생한 사회적 참사, 그럼에도 혐오와 낙인의 말이 이어지는 아픔을 드러낸 참사입니다. 유정님은 이렇게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저는 이태원 참사가 안전사회 대한민국의 시작과 끝이었으면 좋겠어요. 이태원 참사를 시작으로 대한민국이 안전한 사회로 나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고, 이태원 참사를 끝으로 이제 우리나라에서 더 이상 이렇게 예측 가능한 참사가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저만의 어떤 목표, 또 가족들과의 목표가 있고요.” 박영수님은 유가족이 “잊지 않고 책임자 처벌해가면서 제대로 된 진상 규명이 이루어져야 한”다면서 “더 이상 이런 참사가 발생하지 않도록 할 수 있도록, 그런 계기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가장 위로받아야 할 참사 희생자의 유가족, 생존자들이 앞장서 투사가 되는 일들이 계속 반복되고 있습니다. 아직 너무나도 부족하지만 지금까지 쌓아온 안전사회의 토대, 그리고 이를 가장 밑바닥에서부터 힘껏 받쳐올리는 존엄은 이들이 만들어낸 것이겠지요. 앞으로는 덧없는 죽음과 아픔이 없도록 같이 힘을 모아 특별법 제정, 그리고 이후 진상규명과 일상회복까지 함께했으면 좋겠습니다.
한편 대책회의 미디어팀 팀장이기도 한 빼갈님의 이야기도 계속해서 곱씹게 됩니다. “한편으로는 현장에 가면 안전한 카메라는 점점 더 줄어들고 있는 거예요. (…) 서로 핸드폰을 들고 칼싸움하듯이 라이브 방송을 하는 모습들이 아, 그 속에서 우리는 어떻게 존재해야 하는가라는 고민을 한 축으로는 되게 많이 하게 됐던 것 같아요.” 유튜브 등 새로운 매체가 넘쳐나고 손에 들린 핸드폰이 곧 카메라가 되면서 세상 곳곳을 비추는 시선이 정말 많아졌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미디어팀의 활동가들은 어떤 시선으로 이태원 참사와 그 이후를 담아낼 것인지 더 많은 고민이 있었을 것입니다. 앞으로 미디어팀에서 담아낼 이야기, 각각의 카메라를 든 이들이 담아낼 장면들도 기다리게 됩니다.
다시 겨울이 되었습니다.
당분간 밤은 길겠지요, 더 길어지겠지요.
겨우내 〈별은 알고 있다〉는 앞으로 각 지역에서 순회상영회를 가질 예정입니다. 공동체상영 신청도 가능하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사진3. ‘특별법을 제정하라’, ‘재발방지대책 마련하라’가 적힌 피켓과 휴대전화 플래시를 든 관객들 단체사진.
11월 22일, 광화문광장에서 축포가 터졌습니다. ‘모두의 결혼’ 활동가들과 연대하는 이들이 함께 터뜨린 축포였습니다. 바로 혼인평등을 앞당기는 서명 캠페인의 시작과 함께 첫 서명을 기념하는 신호였지요.
‘모두의 결혼’은 혼인평등연대와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이 동성혼 법제화를 위해 꾸린 캠페인 조직입니다. 여성과 남성, 이성 간의 혼인만이 가능한 지금의 가족제도를 바꾸어 성별에 관계 없이 혼인이 가능하도록 열심히 뛰고 있어요. 이성애중심적, 성별이분법적 혼인제도의 장벽에 가로막힌 성소수자의 차별에 저항하고 평등한 시민으로서의 권리를 요구하는 활동이기도 하고, 가부장적 가족제도에 저항하며 다양한 가족을 묻는 활동이기도 합니다. 뭘 하든 “남자 며느리, 여자 사위”로 귀결하는 혐오세력을 향해 정면으로 부딪히는 활동이기도 하겠지요!
지난 5월, 가족구성권 3법이 발의된 날을 기억하시나요? 가정의 달 마지막날이기도 했던 5월 31일, 혼인평등법, 비혼출산지원법, 생활동반자법 등 세 개의 법안이 발의되었습니다. 이 중 혼인평등법(민법 일부 개정안)은 혼인의 성립을 이성 또는 동성의 당사자 쌍방의 신고에 따라 성립하는 것으로 규정하는 법안입니다. 사실 지금도 민법상 동성 간 혼인이 안 된다는 명시적인 조항은 없습니다. 동성 간 혼인신고가 되지 않는 것은 관습적인 차별에 불과한 것이죠. 혼인평등법은 민법 제812조의 규정에 “이성 또는 동성의 당사자 쌍방이”라는 표현을 추가하여 명시함으로써 성별에 관계없이 혼인신고가 가능하도록 하기 위한 법안입니다.
물론 발의가 곧 통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지요. 법안을 논의하고 변화를 만들어야 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이 법안에 대해 아무런 논의가 없는 상황입니다. 혼인평등에 대한, 변화를 향한 사회의 요구를 국회가 더이상 무시하지 않도록 힘을 모으고자 “한국에도 동성결혼을! 혼인평등법, 함께 만들어요!” 캠페인을 시작했습니다. 평등을 향한 열망, 혼인평등에 대한 지지를 보여주는 시민들의 서명을 모아 국회에 전달하려고 합니다.
사진1. 기자회견에 참여한 발언자들. ‘모두의 결혼’, ‘Marriage Equality NOW’, ‘동성혼 법제화 지금 당장’이 적힌 피켓과 첫 서명을 기념하는 대형 서명판을 들고 있다.
캠페인의 시작을 선포하는 11월 22일 기자회견에는 모두의 결혼 활동가들을 비롯해 혼인평등 운동에 연대하는 활동가들이 함께했습니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 활동가 몽, 한국여성단체연합 활동가 도구,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공동대표, 한국예수교회연대 오현선 공동대표가 왜 혼인평등이 우리 모두에게, 그리고 각자의 삶과 일상에서 중요하고 절실한지 이야기했습니다. 오현선 목사님은 최근 받아 든 부부의 청첩장에 적힌 글귀를 함께 나누기도 했습니다. “더 이상 이 두 사람이 찬바람은 맞을 수 있지만 얼지는 않도록, 구름에 가리우는 날도 있겠지만 언제나 온전하게 서서 살아 갈 수 있도록 저도 힘을 보태려고 합니다.” 그는 “혼인평등법 없이 지나는 오늘 하루도 너무 아깝”다며 목소리를 높였고 모두 고개를 끄덕이며 앞으로 함께 찬바람을 맞으며 혼인평등을 앞당겨올 투지를 불태웠습니다.
그리고 11월 25일, 모두의 결혼은 창원을 찾아갔습니다. 4년만에 제3회 경남퀴어문화축제가 열렸기 때문입니다. 부스를 차려 경남의 퀴어, 엘라이 시민들에게 혼인평등 운동과 서명 캠페인을 열심히 알리고 왔답니다. 온라인 서명으로 이미 참여하신 분들, 새로 참여하시는 분들이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많이들 찾아주셨습니다.
12월에는 서울 시내 곳곳에서 서명 캠페인을 만나실 수 있습니다. 캠페인을 함께 진행할 일일 자원활동도 모집할 예정이에요. 저희를 만난다면 반갑게 인사해주세요! 온라인 서명도 많은 공유와 업로드 부탁드립니다. 우리의 힘이 모이면 추운 겨울도 으쌰으쌰, 힘차게 보낼 수 있을 것 같네요!
사진2. 광화문 광장에서 서명 캠페인용 가판대를 둘러싸고 활짝 웃는 모두의 결혼 활동가들.
지난 11월 20일, 트랜스젠더 추모의 날 집회 및 행진 후속 모임 <기억의 숨결> 상영회가 있었습니다.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사무실에 30여 명의 관객모였습니다. 이야기나눔 시간에는 이야기손님으로 비온뒤무지개재단 이승현 대표, 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의 캔디 활동가가 함께 성소수자의 노년을 상상하고 그리며 여러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서울인권영화제 자원활동가 소하의 상영회 후기를 나눕니다.
사진1. 상영회를 준비하는 서울인권영화제 자원활동가 마주, 나기, 안나의 모습. 무지개 깃발이 걸린 행성인 사무실 출입구쪽에서 밝은 표정으로 모여있다.
11월 20일. 행성인의 새 사무실에 많은 사람들이 모였습니다. 트랜스젠더 추모의 날 집회 및 행진 후속모임으로 기획단과 서울인권영화제가 함께 준비한 <기억의 숨결> 상영회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트랜스젠더 여성 노인의 이야기를 보기위해서 많은 분들이 이렇게 관심을 가져다 주시다니, 트랜스젠더 여성으로써 감동적이었어요.
사진2. 영화 <기억의 숨결> 을 관람하는 참가자의 뒷모습
저에게 11월 20일은 특별한 날입니다. TDoR(트랜스젠더 추모의 날)이자 제가 트랜지션을 시작한 날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제2의 생일로 생각하고 스스로를 축하하곤 해요.
트랜스젠더로 정체화한 지 어느덧 4년이 되어가네요. 트랜스젠더로 정체화한 뒤의 삶은 고됐습니다. 보이지 않는 사회의 장벽에 많이 울었어요. 그래도 트랜스젠더로 정체화한 것 자체에는 후회는 없었어요. 제가 원하는 삶에 한 발짝이라도 더 다가섰으니까요. 하지만 여전히 앞날은 막막합니다. 앞으로 어떻게 늙어갈지를 생각하면요.
<기억의 숨결>은 트랜스젠더 여성 노인의 삶을 담담히 보여주는 영화였습니다. 주인공 루시의 다사다난했던 삶의 여정을 들려주면서도 현재에 씩씩하게 사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 씩씩한 모습이 매우 놀랍게 느껴졌어요. 제가 상상하는 노인의 이미지는 무기력하고 권태에 찌들어 있는 모습이었거든요. 루시의 곁에는 많은 친구들이 있는 것도 흥미로웠어요. 노인이 되어서도 서로 돌볼 수 있는 사람을 곁에 두고 있는 것이 축복처럼 보였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루시가 씩씩하게 살아가는 원동력이 아니겠냔 생각도 들었고요. 영화가 끝난 뒤엔 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 활동가 캔디님, 비온뒤무지개재단 이사장 승현님과 함께 관객과의 대화 시간을 가졌습니다. 마침 캔디님도 그런 얘기를 했었어요. 서로 돌볼 수 있도록 친구를 만들자고. 그 말에 너무나도 동의했어요. 그런 친구를 한 명이라도 만들 수 있다면 정말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고, 그게 잘 안되는 거 같아서 매우 슬프기도 했습니다.
사진3. 무대 위 관객과의 대화 시간. 사진 왼쪽부터 고운, 승현, 캔디. 캔디가 발언을 하고 수어통역사가 통역을 하고 있다.
승현님이 말씀해주신 장례식에 관한 이야기도 기억에 남았어요. 우리가 죽으면 장례는 어떻게 해야할까요? 죽음 이후에 처리해야 할 일들은 어떻게해야할까요. 우리는 서로 돌볼 수 있는 커뮤니티가 절실하게 필요하단 걸 다시 느끼게 되었습니다.
11월 18일 토요일 15시 녹사평역 인근의 이태원 광장에서 트랜스젠더 추모의 날(Transgender Day of Remembrance, TDOR)을 맞아 트랜스젠더 추모 집회 및 행진 <단결트젠, 용산은 젠더땅>이 진행되었다. ‘트랜스젠더 추모의 날 기획단’이 주관하고 46개의 연대 단위가 공동 주최로 함께 했으며 서울인권영화제 역시 공동 주최 단위로 행사에 참여했다. 드레스 코드가 <따듯하게>였던 만큼 기온이 급격히 내려가 얼음장 같은 바람이 사람을 잡아먹을 듯 불었지만 우리는 굴하지 않고 이태원 광장으로 향했다.
사진1. 광장에 모인 서울인권영화제 자원활동가 나기, 요다, 소하가 ‘단결 트젠’ 피켓을 들고 웃고 있다.
<단결트젠, 용산을 젠더땅>은 소천하신 임보라 목사를 위한 묵념으로 행사를 시작했다. 이후 연대 발언과 공연이 이어졌다. 희생된 동료를 추모하고 서로를 응원하며 마음을 다졌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에서 활동하는 문애린 활동가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불쌍해서, 약해서가 아니라 주체이기 때문에 권리를 이야기합니다. 살아가고 인정받는 건 우리의 당연한 권리입니다.” 소수자의 삶을 관통하는 발언이었다. 우리는 배려와 시혜가 아니라 평등과 권리를 요구한다.
행진은 전쟁 박물관을 찍고 차도를 역 중행 하여 돌아오는 루트로 진행되었다. 원래는 전쟁 박물관을 지나쳐 집무실 쪽으로 돌아 광장으로 돌아오는 루트로 행진하려고 했었으나 경찰 측이 “추모 집회면서 왜 집무실 쪽으로 행진을 하느냐, 추모집회의 진정성이 의심스럽다.”라며 제지했다고 한다. 누가 들으면 대통령께서 태초부터 용산에 자리하신 줄 알겠다. 문득 ‘오빠가 허락한 페미니즘’이 떠오른다. 단절된 세상에서 움직이지 않는 눈물만 인정하겠다는 저들의 사고방식이다. 존재하되 숨죽이고 추모하되 입은 닫으라는 억압의 메시지다.
그러나 우리의 추모는 애환이자 축제고 돌봄이자 투쟁이다. 우리는 흘려내고, 말하고, 두드리고, 애도하여 세상을 바꾼다. 이분법의 벽을 깨부수고 당신들 옆에 존재하며 젠더 규범을 교란한다. 애도가 행진으로, 투쟁으로, 정치적 제언으로 이어지는 이유는 떠나간 이들을 기억하는 건 앞으로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고민하겠다는 말과 같기 때문이다. 그 방법은 추상적이지 않고 구체적이다. 정치적이면서 일상적이다. 성별정정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고 모두의 확장실을 만든다. 때마다 모여 식사를 하고 공연을 본다. 병원을 가고 집회에 나가며 춤도 배운다. 대낮에 용산 한복판에서 드랙 퍼포먼스도 본다. 추운 날씨에도 무대를 쓸고 다니는 아티스트를 보며 손이 아릴 것 같다는 걱정을 하다가도 공연이 절정에 다다르면 뜨거운 박수를 보낸다.
사진3. 해질녘 광장. 무대를 바라보고 서있는 사람들과 나부끼는 깃발들.
우리는 정상 세계를 무너뜨리고자 하지만 세계의 침입자는 아니다. 우리는 항상 이곳에 있었고 앞으로도 있을 것이다. 용산에 있고 이태원에 있고 한국에 있다. ‘단결트젠! 용산은 젠더땅!’ 구호를 외칠 때마다 마음이 단단해졌다. 무대에서 발언한 모든 활동가와 무대 아래 있던 모든 참가자, 광장 한쪽에서 보늬 밤을 판매하던 사람들과 깃발을 올린 사람들, 추위로 발을 동동 구르던 친구와 공연에 맞춰 춤추는 동료의 얼굴이 보였다. 이들과 함께 따듯한 겨울을 보내고 푸른 봄을 맞이하며 일상을 무지갯빛으로 물들이며 살아간다. 허리케인 김치 님의 말을 빌려 표현하자면, “트랜스젠더는 스톤월 항쟁의 영웅이기도 하지만 일상의 영웅들”이다. 트랜스젠더와 앨라이, 이 시간 함께 살아가고 있는 모두가 “일상의 영웅”이다. 덕분에 우리는 “오늘을 살아가는데 외롭지 않고 내일을 꿈꿀 수 있다.”
안녕하세요! 저는 올해부터 서울인권영화제에 함께하게 된 자원활동가 안나입니다. 지난 8월, 더운 여름에 처음 서인영을 만나 10월 중순까지 약 두달 동안의 첫 워크숍을 진행했는데요. 2023년도 신입 활동가인 제가 그 후기를 공유해보고자 합니다. 사실 저는 서인영을 만나기 전까지 이렇다 할 인권 활동을 해본 경험이 거의 전무한, 그야말로 초보 활동가였어요. 그저 다양한 인권 활동과 의제들에 관심을 가지며 지켜보고, 그와 관련된 인권 영화들을 찾아보는 것이 전부였죠. 그래서 더욱 서인영의 첫 워크숍에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참여하게 되었답니다.
첫날은 ‘만나다, 서울인권영화제와 나’라는 이름으로 진행된 워크숍이었습니다. 처음 만난 동료 활동가들과 서로를 알아가고, 또 서울인권영화제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을 가졌는데요. 정말 자유롭게 서로의 취향과 관심사들에 대해 긴 대화를 나눴던 기억이 있어요. 처음 보는 사람들과 처음으로 대화를 나누는데도 서로 좋아하는 것들을 공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정말 신기했던 경험이었습니다! 단순히 함께 같은 일을 하는 것을 넘어 각자 소중하다고 느끼는 것들에 대해서도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답니다. 이에 더해 이 날 저희는 모두 다 같이 ‘우리의 약속’이라는 것을 만들었는데요. 저희가 함께 일을 하며 어떤 약속들을 지키면 좋을지 정하는 시간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이 시간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우리는 모두 다르고, 또 각자가 중요하게 생각하며 지키는 것들이 모두 다르지만 직접 이야기를 꺼낼 수 있는 기회가 없다면 보통은 서로를 지레짐작하게 된다고 생각합니다. 주로 그 과정에서 생기는 작은 오해들에 갈등이 생기곤 하는데, 스스로 약속을 만드는 소중한 시간 덕분에 서인영이 조금은 더 안전한 곳이 되었다는 믿음이 생기더라고요. 이런 경험들이 저에겐 서인영이 소중한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사진1. 서울인권영화제 사무실에서 워크숍이 진행 중이다. 테이블에 둘러앉은 활동가들. 자원활동가 요다가 앞에 붙인 포스트잇을 보며 이야기하고 있다.
그렇게 서로 가까워지는 시간을 보내고 계속된 워크숍에선 영화를 함께 보고 공통된 의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어요. 실은 이 시간이 제가 서인영과 함께하기 전부터 상상해오던 활동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영화와 사람이 무엇보다 소중한 저는 늘 영화를 매개체로 타인과 소통하고, 더 나은 내일을 그리는 일을 기대해왔어요. 같은 영화를 보고, 용기를 내어 속에 담아만 두었던 말들을 툭툭 꺼내 보여주는 일. 그게 바로 영화가 가진 힘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저희가 워크숍을 통해 다양한 인권 의제에 대해 나누고 배웠던 것처럼 서울인권영화제가 영화를 보러오는 수많은 관객들에게 그러한 대화의 장을 만들어줄 수 있도록 저도 열심히 활동해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소중한 애독자님, 안녕하세요? 이제 10월도 막바지네요. 이렇게 시간이 빠르게 지나는 동안, 이렇게 10월이 끝나갈 때까지, 바라는 것들은 좀 이루어지고 있을까요? 세상 돌아가는 모습이 너무 버거울 때도 있지만 우리 조금만 더 서로에게 다정하게, 조금씩은 쉬어가며 손을 뻗어보아요. 우리 끝까지 서로의 곁이 됩시다.
[활동 펼치기]
“우리는 지니가 아니라, 사람이다!”
서울인권영화제X인천인권영화제X진보네트워크센터X쿠팡대책위원회가 함께한 <긱이즈업> 공동상영회가 지난 수요일 저녁 진행되었습니다. 영화가 끝나고 플랫폼 노동에 대해 40여 분의 시간이 턱없이 모자랄 정도로 열띤 대화가 오갔는데요, 그 현장이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지난 10월 22일 14시, 한국 내 157개 단체, 1,341명 개인이 연대서명한 성명서를 기반으로 이스라엘대사관 부근 서울파이낸스센터 앞에서 이스라엘에 팔레스타인 집단학살을 멈출 것을 촉구하는 집회 및 거리 행진을 진행했습니다. 서울인권영화제도 공동주최로 함께 했습니다.
“387번 유류품 편지 속 이야기가 아브라함을 만나고, 우리를 만난 것처럼 죽음 이후에도 이야기는 끝나지 않는다. 그리고 이야기는 기억하고 애도하는, 산 자들이 망자를 만나고 더 나은 사회를 꿈꿀 때 새롭게 이어진다. 참사 이후, 이태원엔 2만점이 넘는 꽃과 10만장이 넘는 포스트잇이 놓였다.“
*[함께 나눠요]에서는 서울인권영화제의 지난 상영작을 함께 나눕니다. 이번 호에서는 지난 24회 서울인권영화제 “우리의 거리를 마주하라” 중 ‘기억과 만나는 기록’ 섹션의 상영작 <#387>를 나눕니다.
#387 스틸컷1. 물에 젖어 제대로 알아볼 수 없는 사진 조각들. “387번”이라고 적힌 종이가 옆에 놓여있다.
2015년 4월 18일, 리비아와 이탈리아 사이 지중해에서 난민선이 침몰했다. 해당 참사로 800명 이상이 사망했고, 이탈리아 정부는 희생자의 신원을 파악하기 위한 조사에 착수한다. 영화의 초반부, 사건책임연구원인 법의학 인류학자가 선박에서 수습한 것들이 담긴 자루를 조사한다. 자루를 살피던 그가 말한다. “라라, 사진 좀 찍어줘요. 사람이에요.” 유골과 섞여 있는 옷, 옷 주머니 안의 지갑, 그 안의 사진들 그리고 ‘I Love you’라고 적힌 편지. 387은 해당 유류품의 번호다.
영화 <#387>은 참사의 정황이 아닌 참사로 인해 사망한 사람들을 쫓는다. 사건책임연구원은 유해, 유류품 등 남겨진 흔적을 통해 망자가 어떤 사람인지를 짐작하고, 난민조사연구원은 망자가 떠나온 고향을 다시 찾아가 망자의 삶을 묻는다. 이들은 왜 죽은 자들이 누구인지를 쫓고 그들이 품고 있는 이야기를 찾아 나서는 것일까.
난민조사연구원 죠르지아는 이렇게 설명한다. “이건 망자의 존엄을 회복하고자 하는 절절한 노력이에요. 고인에 대한 존중을 표하는 거죠. 모르는 사람이지만 가족도, 친구도 아니지만 죽고 사라졌다 해도 여전히 한 사람이니까요”
참사 이후에 쉽게 간과되는 것은 ‘죽은 자’, 그러니까 ‘희생자’도 ‘사람’이라는 점 같다. ‘사람’이 죽은 것이다. 연인에게 꿈과 사랑을 담은 편지를 쓴 저 사람이 죽은 것이다. 희생자 몇 명 중 1명,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 사람의 삶 속에는 무수한 이야기와 관계가 맺혀있다. 이들을 그저 뒤섞인 유해로 내버려 두지 않고 이름을 찾고, 사랑하는 사람들을 찾고, 떠나온 나라를 찾는 것이 이들의 삶에 대한 존중이자 존엄한 마지막에 대한 산 자의 책임인 것이다.
죠르지아는 이어서 이야기한다. “저는 망자에 대한 정의와 존중을 위해 이 일을 합니다. 글쎄 왜일까요? 왜 죽은 이들의 정의를 위해 애쓰냐고요? 사실 죽은 자의 정의를 찾아주는 것, 죽은 자를 기리는 것이야말로 산 자를 섬기는 것이죠. 우리 문명은, 문명인이라는 우리의 지위는 망자를 어떻게 대하로부터 평가할 수 있으니까요”
#387 스틸컷2. 불에 끝이 탄 종이. 종이에 글씨가 흐리게 적혀있다.
10.29 이태원참사 직후, 그 골목길에서 상인 한 분이 밥과 국이 놓인 작은 상을 내어놓는 것을 보고 그래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 상이라도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 전까지 제사의 의미, 죽은 자를 위해 밥상을 차린다는 것의 의미를 절감하지 못했다. 그래도 그냥 떠나보낼 수 없으니까, 밥 한 끼라도 먹고 갔으면 좋겠으니까.
그 밥상을 치우려고 하고, 분향소를 철거하려고 하고, 떠난 이를 제대로 배웅하지도 못하게 하는, 온전한 애도조차 못 하게 하는 것은 사람의 존엄을 부정하는 일이다. 한 사람의 존엄한 마지막을 훼손하고, 그가 관계하고 있던 사람들의 추모와 애도를 가로막고, 참사를 목격하고 경험한 사회 구성원들의 연대를 방해한다. 희생자의 고향 모리타니로 가 유가족을 만나고 온 난민조사연구원은 이렇게 말한다. “우리가 하는 일은 결국 소방관 같은 거예요. 언제나 뒤늦게 도착하면 불은 꺼지고, 재만 남아있죠. 거기서 뭔가 해보려 하지만 그게 사람을 되살릴 순 없습니다. 사람을 부활시킬 순 없어요.” 그럼에도 그들은 희생자들의 무덤을 찾고, 유가족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국가가 움직이도록 계속적인 요구를 한다. 희생자들을 살릴 순 없지만 조금이나마 존엄한 죽음이 될 수 있도록 흔적을 쫓는 모습을 보며 생각했다. 오송 참사가 벌어진 뒤 “내가 일찍 거기 갔다고 해서 상황이 바뀔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는 충북도지사의 말을. “내가 신도 아닌데 그렇게 많은 사람이 모일 것을 어떻게 알 수 있겠냐”는 용산구청장의 말을.
세월호 참사 이후에도, 이태원 참사 이후에도 계속해서 반복되는 말이 있다. “책임자 처벌과 진상규명” 그리고 “안전사회 건설”. 국민의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국가라면 너무나 마땅히 해야할 일임에도 유가족과 시민들은 이를 위해 수없이 반복해서 투쟁해야 하고, 책임자들은 회피하고 면피하기 바쁘다. 안산 순례길 ‘기억과 약속의 길’을 다녀왔을 때, 한 청소년이 세월호 유가족에게 책임자 처벌과 진상규명을 다 끝마친 뒤엔 무얼 하고 싶냐는 질문을 했다. 이에 만약 그럴 수 있다면 마음 놓고 울고 싶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떠난 이를 온전히 추모하고 슬퍼하기 위해선 먼저 사과와 진실이 필요하다. 그리고 진실에 다가가기 위해선 기억과 책임으로 흔적을 살펴야 한다.
1년 전 10월 29일 밤, 158명의 생명을 떠나보내야 했다. 끝내 붙잡지 못한 삶까지 우리는 159명을 잃었다. 159명의 사람이다. 핼러윈 축제를 즐기러, 생일을 맞이해서, 일 끝나고 저녁을 먹으러 갔다가 돌아오지 못한 사람들. 도저히 왜 그래야 했는지, 왜 11건의 신고에도 국가는 무응답이었는지, 왜 시신 확인조차 제대로 할 수 없었는지, 왜 미처 시신을 보기도 전에 마약 검사를 권유 받아야 했는지, 왜 유품조차 제대로 수습할 수 없었는지, 아직도 우리는 알아야 할 진실이 산더미다. 왜 ‘놀러갔다’는 이유로 애도의 자격을 빼앗겨야 했는지, 왜 국가는 일방적인 겉핥기 애도를 강요했는지, 왜 분향소를 철거하려고 하고 유가족이 모일 공간조차 내어주지 않고 생존자와 구조자의 일상 회복을 제대로 지원하지 않는지, 우리는 아직도 분노해야 할 것이 산더미다.
10.29 이태원 참사 1주기 시민추모대회 안내물. 10월 29일 일요일 오후 5시 서울광장.
이미 불타버린 재일지라도 그 재 속에는 삶의 흔적들이 들어있다. 사건책임연구원은 이렇게 말한다. “시신을 잘 들여다보면 이미지들이 아주 정확히 보입니다. 주머니나 옷 같은 걸 봐도 노트나 일기장에 적어둔 하나하나까지도요. 이 사람들이 새로운 뭔가를 간절히 원하고 새 삶을 일구려 했다는 걸 알 수 있어요.” 387번 유류품, 편지를 읽은 에리트레아 난민 활동가 아브라함 테피는 이렇게 말한다. “어떤 사람인지 알 것 같아요. 젊은 에티오피아 남자. 다정하고, 젠틀하고, 젊은.” “그가 쓴 문장을 보면 ‘아이 러브 유’ 젊은 사람들이 이렇게 써요.” 편지는 말한다. “지금은 아무 얘기도 해줄 수가 없어. 사랑하는 당신. 꼭 당신을 찾아갈 거야. 너만을 기다릴게.”
387번 유류품 편지 속 이야기가 아브라함을 만나고, 우리를 만난 것처럼 죽음 이후에도 이야기는 끝나지 않는다. 그리고 이야기는 기억하고 애도하는, 산 자들이 망자를 만나고 더 나은 사회를 꿈꿀 때 새롭게 이어진다. 참사 이후, 이태원엔 2만점이 넘는 꽃과 10만장이 넘는 포스트잇이 놓였다. 그리고 2023년 10월, 이태원역 1번 출구 앞 거리는 ‘10.29 기억과 안전의 길’이 되었다. 이정민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말한다. “기억하고 함께 슬퍼하기 위해 찾아오신 시민분들만이 이 골목을 기억과 애도의 공간으로 유지시켜 주셨습니다” 존엄한 삶과 존엄한 마지막을 위해, 온전히 애도할 수 있는 날을 위해 계속해서 기억하고 함께 슬퍼하고, 끝까지 함께 곁이 되고자 한다.
10월 26일 목요일 저녁, 평소라면 서울인권영화제 전체회의가 있었을 시간, 그러나 이번주에는 회의를 하지 않았습니다. 왜냐! <당신과 나를 잇는 법> 수어민들레 공동체상영에 다녀왔기 때문입니다.
서울인권영화제 활동가 고운이 협력 프로듀서로 함께하기도 했고 지난 25회 서울인권영화제 “역행의 시대를 역행하라”에서도 특별상영 되었던 영화가 바로 <당신과 나를 잇는 법>입니다. 지난 8월 25일 기획상영회에 오신 분들도 계실 테고, 아쉽게 못 오신 분들도 계실 거예요. 2030 신진 여성 감독들이 감각한 차별의 이야기, 그리고 그 너머 평등의 자리를 함께 만들고자 하는 영화로서 <당신과 나를 잇는 법>은 공동체상영 신청도 열심히 받고 기획하고 있답니다. 그 첫 자리를 수어민들레에서 꾸려보았어요.
수어민들레는 수어가 민들레씨처럼 바람 날개를 달고 모두의 언어로 소통되길 바라며 활동하고 있는 곳이라고 합니다. <당신과 나를 잇는 법>과는 특별한 인연을 가지고 있는데요. 지난 기획상영회 당시 먼저 수어통역 상영본 제작을 제안 주신 덕분에 기획상영회에서 농인관객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상영본을 제작하기 위해 영화를 이해하고, 이를 수어로 번역하는 과정도 아주 세심하게 공들여서 작업했어요. 덕분에 어제 수어민들레 공동체상영에서 회원들과 함께 영화를 진심으로 보고, 또 영화가 끝난 이후에도 진심어린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답니다.
사진. 관객과의 대화 진행 중이다. 고운, 수빈, 혜원이 나란히 앉아있다. 수빈이 말을 하고 있고 뒤에 선 수어통역사의 통역을 혜원이 보고 있다.
관객과의 대화는 고운의 진행으로 수어민들레 활동가 지혜원님, <당신과 나를 잇는 법> 공동연출 임수빈 감독님을 모셨습니다. 대화 시작 전 떨리는 마음도 잠시, 준비해온 질문을 다 할 수 없을 정도로 관객들의 질문과 감상이 줄줄이 이어졌습니다. 자막해설과 수어통역이 있는 영화를 함께 보는 경험, 수어민들레 공동체 안에서 페미니즘을 이야기하는 경험 등 각자의 소중한 생각과 마음을 나눠주셨습니다. 진행자 역시 농인 공동체를 대상으로 상영을 진행해본 것이 처음이라 정말 귀중한 시간이었고 힘이 듬뿍 나는 시간이었답니다.
사실 극장의 풍경도 지금까지 경험한 것들과는 사뭇 달랐어요. 어린이 관객들이(누가 보호자인지 알기 어려울 정도로 모든 이들이 어린이 관객들에게 정말 다정했답니다)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며 스크린 앞 안락의자에 눕기도 했고요, 조명을 켠 채로 영화를 상영했습니다. 어린이 관객들 때문에 그런가, 했는데 영화를 보면서 옆 사람과 감상을 나누려면 수어로 소통을 해야 하는데 암전된 극장에서는 그게 어렵기 때문이었습니다. 관객과의 대화 중 한 분의 말씀을 빌리자면, “장벽이 없는 영화를 만드는 것만큼이나 장벽이 없는 상영 환경을 만드는 것도 중요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환경은 아주 다양할 수 있겠지요.
아쉬운 마음은 뒤풀이에서 살짝 달래고 다음을 기약하며 헤어졌습니다. <당신과 나를 잇는 법> 공동체상영도 쭉 계속될 테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사진. 상영회가 끝난 후 객석을 배경으로 한 단체사진이다. 앞줄에 영화의 감독들과 진행자 고운이 앉아있고 뒤로 수어민들레 회원 관객들이 밝은 표정으로 앉거나 서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