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인권영화제 울림 314호] 10년의 애도와 기억으로 노란 리본을 잇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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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인권영화제 뉴스레터 울림 314호
만든 사람들: 고운, 나기, 마주, 소하, 두부
고마운 애독자님, 안녕하세요? 다시 4월 16일입니다. 어떤 날들은 결국, 어떻게든 오는 것 같아요. 그 동안 모아온 애도와 기억, 그 마음으로 이어나간 싸움들을 생각합니다. 서로의 곁에 남아 함께해온 이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또 다가올 날들에도 함께하겠다고 감히 약속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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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나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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흘러가는 세월 속에서 무심해지지 않도록
영화 <세월: 라이프 고즈 온> 함께 나눠요
– 25회 서울인권영화제 “역행의 시대를 역행하라”의 [우리가 된 역사]의 상영작 <세월>이 지난 3월 27일 <세월: 라이프 고즈 온>으로 개봉했습니다. 4.16 세월호참사 10주기를 맞이하며, 더 많은 관객들이 극장에서 <세월: 라이프 고즈 온>을 만나길 바라는 마음으로 함께 나눕니다. 
“유가족들이 수많은 혐오와 모욕에도 차마 내뱉지 않는 말이 있습니다. “너도 한번 당해봐라”입니다. 유족들의 아픔은 다시는 참사가, 다시는 내가 겪은 이 아픔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는 투쟁으로 이어집니다. 참사 이전과 이후 다른 사회를 만드는 것, 보다 안전한 사회로 나아가는 것. 그것만이 죽음을 헛되지 않게 하는 길이라는 마음. 그 마음이 우리가 살아가는 곳곳을 바꿔놓았습니다. 참사 이후 애도와 진실, 안전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에 있어 국가가 부재한 자리를 유가족들의 절박한 움직임이 채워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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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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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회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
연대부스로 함께 해요
곧, 22회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가 시작됩니다! 서울시의 지원사업 미선정으로 예산 집행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영화’로운 연대로 힘차게 개막을 준비하고 있다고 합니다.
서울인권영화제는 4월 19~20일 이틀 동안 연대부스로 참여합니다. 다트를 던져 표현의 자유 관련 퀴즈를 풀고 선물도 받을 수 있는 “검열을 향해 쏴라!”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답니다.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 프로그램도 미리 보시고, 서울인권영화제 부스에도 들러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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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활동가 맞이 긴급! 후원활동가 모집
기후원으로 소하&고운의 동료가 되어주세요

소중한 동료를 맞이했지만 재정이 많이 부족합니다. 두 명의 상임활동가가 함께 서인영을 꼼꼼히 운영하고, 상영회와 영화제를 준비하고, 연대활동도 활발히 할 수 있으려면 정기후원이 절실합니다.

감사합니다! 새로운 후원활동가 두 분, 그리고 멀리서 소중한 마음 보내주신 한 분이 계십니다.
– 하지만 3월에도 적자, 4월에는 더 적자가 예상됩니다. 26회 서울인권영화제 개최와 사무실 문제 생각을 하면 자다가도 벌떡 깨는 요즘🥶
‘적자’를 부수는 ‘후원’의 파동을 보여주세요!
▲ 4/24까지 정기후원에 가입해주시면 이렇게나 많이 선물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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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펼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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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마지막 울림! 우리는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요?
반복되고 더욱더 뿌리 깊어지는 혐오와 차별, 사회적 참사 속에서 서울인권영화제 자원활동가들은 ‘연대’의 중요성을 다시금 느끼고 있는 거 같았어요. 어려운 상황일수록 서로가 연결되어 곁에 함께 하고 있음을 느끼는 것이 아주 강한 힘을 가진다고 믿으며 이를 실천하기 위한 따뜻한 한마디를 전달하고자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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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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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3월의 회계를 정리하였습니다. 2월부터 상임활동가 증원과 26회 영화제 개최 준비로 인해 적자가 누적되고 있습니다🥺 서인영이 활동을 무사히 이어나갈 수 있도록 후원과 홍보 많이 부탁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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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인권영화제의 후원활동가가 되어주세요!
💝 정기 상영회, 특별 상영회 등의 활동을 이어나갈 수 있어요!
💝 6월에 있을 26회 서울인권영화제 예산을 마련할 수 있어요!
💝 2인이 된 상임활동가 활동비를 조금이나마 충당할 수 있어요!
  🔥 정부와 기업의 후원 없이, 올해도 상영활동으로 소통하고 연대하는 서인영이 될 수 있게 함께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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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3월 재정 보고

소식

27소식

[함께나눠요] 흘러가는 세월 속에서 무심해지지 않도록

소식

흘러가는 세월 속에서 무심해지지 않도록

영화 <세월: 라이프 고즈 온> 함께 나눠요

– 25회 서울인권영화제 “역행의 시대를 역행하라”의 [우리가 된 역사]의 상영작 <세월>이 지난 3월 27일 <세월: 라이프 고즈 온>으로 개봉했습니다. 4.16 세월호참사 10주기를 맞이하며, 더 많은 관객들이 극장에서 <세월: 라이프 고즈 온>을 만나길 바라는 마음으로 함께 나눕니다. 

 

팟캐스트 녹음실. 세월호 참사 유가족, 예은 아빠 유경근 씨가 묻습니다. “근데 진짜 세월이 약인가요” 이한열 열사 어머니 고 배은심 씨가 답합니다. “아니요. 저는 그렇게 안 생각해요.” “약이 없죠. 안고 사는 게 약이여. 내가 안고 사는 거예요.”

어느덧 2024년, 세월호 참사 10주기입니다. 참사 이후에도 세월은 무심히 흐르고 삶은 계속 됩니다. 10년의 세월을 우리는 어떻게 지나 왔을까요? 또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요? 영화 <세월: 라이프 고즈 온>은 예은 아빠, 유경근이 진행하는 팟캐스트 ‘세상끝의 사랑-유족이 묻고 유족이 답하다’를 통해 사회적 참사, 그리고 그 이후에 이어지는 삶에 대해 이야기 합니다.

사진 1: 영화 <세월> 스틸컷. 녹음실에서 마이크를 앞에 두고 예은 아빠 유경근 씨와 대구 지하철 화재 참사 유가족 황명애 씨가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 1: 영화 <세월> 스틸컷. 녹음실에서 마이크를 앞에 두고 예은 아빠 유경근 씨와 대구 지하철 화재 참사 유가족 황명애 씨가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로 딸을 잃은 유경근 씨. 2003년 2월 18일 대구 지하철 화재 참사로 딸을 잃은 황명애 씨. 1999년 6월 30일 씨랜드 청소년 수련원 화재 참사로 쌍둥이 딸 둘을 잃은 고석 씨. 그리고 이한열 열사의 어머니, 이어지는 수많은 참사의 유족들. 이들이 서로에게 묻습니다. “당신은 이 세월을 어떻게 버텨왔습니까” 그들이 답하는 기억과 마음, 투쟁의 과정은 많이 닮아있습니다. 

고 배은심 씨가 기억하는 유경근 씨의 첫 마디는 “어머니 심정을 저 이제 알겠습니다”. 2015년, 세월호 유가족들이 조심스레 찾아간 5.18 전야제에서 가족들을 안아준 건 오월 어머니들의 “내가 다 안다”는 말 한마디였습니다. 너무도 아픈 역지사지가 오갑니다.

유가족들이 수많은 혐오와 모욕에도 차마 내뱉지 않는 말이 있습니다. “너도 한번 당해봐라”입니다. 유족들의 아픔은 다시는 참사가, 다시는 내가 겪은 이 아픔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는 투쟁으로 이어집니다. 참사 이전과 이후 다른 사회를 만드는 것, 보다 안전한 사회로 나아가는 것. 그것만이 죽음을 헛되지 않게 하는 길이라는 마음. 그 마음이 우리가 살아가는 곳곳을 바꿔놓았습니다. 참사 이후 애도와 진실, 안전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에 있어 국가가 부재한 자리를 유가족들의 절박한 움직임이 채워 왔습니다. 씨랜드 화재 참사가 있던 이후, 유족들은 기금을 모아 한국어린이안전재단을 설립하고 ‘어린이 안전’이라는 개념을 만들어 왔습니다. 대구 지하철 화재 참사 이후엔 유족들이 직접 뼛조각을 찾아 희생자 신원을 파악했고 218안전문화재단을 만들어 활동해 왔습니다. 세월호참사 유가족들은 모두에게 안전하게 살 권리가 있다는 점을 법적으로 명시하는 생명안전기본법 제정을 위해 투쟁해왔습니다. 그리고 서로의 투쟁의 현장에서 자주 서로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무얼 할 수 있을까요? 무얼해야 할까요. 유경근 씨는 이렇게 말합니다. “내 아이가 안전하려면, 내 아이의 친구가 안전해야 해요. 옆집에 있는 아이가, 우리 동네에 있는 아이가 안전해야 내 아이가 안전한 거예요.” 팟캐스트를 녹음하던 중 씨랜드 청소년 수련원 화재참사 유가족 고석 씨는 예은아빠에게 멀리서 바라보기만 해 미안하다는 마음을 전합니다. 유경근 씨는 과거 씨랜드 참사 당시 내 일처럼 여기지 않고 관심 갖지 못한 게 미안하다며 “사실 38일만에 장례를 치를 수밖에 없었던 것도 너무 외로웠기 때문 아닙니까” “그때 만약 제가 달려가서 같이 하겠습니다라고 했으면 조금 더 버틸 수 있었겠죠”라고 합니다.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참사가 그저 과거의 사건으로 머물지 않게 하는 것. 우리의 안전은 연결되어 있으며 참사가 우리의 일임을 인지하는 것. 더 안전한 미래를 위해 현재를 함께하는 것. 세월이 무심히 흐르더라도 우리는 무심해지지 않도록 계속 마음을 쓰는 것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10주기, 우리가 어딘가에서 함께 기억하고 슬퍼하고 애도하고 외치고 나아갈 수 있길 바라 봅니다.

– 서울인권영화제 자원활동가 마주

 

51소식

[활동펼치기] 4월 마지막 울림! 우리는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요? 

소식

 벌써 2024년의 4월이 중순을 지나고 여름이 살짝쿵 인사를 해오는 요즘입니다. 이번 4월은 세월호 참사 10주기를 맞이하는 달이기도 하고, 저의 N 번째 생일이 있는 달이기도 해요. 저의 생일은 보통 세월호 기억 문화제와 겹치는 주에 있기 때문에 대학생이 된 이후에는 지인들과 기억 문화제에 함께 참여한 후 가볍게 뒤풀이를 하고 있어요. 어떤 경험들은 평생 까먹지 않을 기억으로 남곤 하는데 저에게는 세월호 참사 당일이 그렇답니다. 그래서인지 매년 4월마다 어떤 생각을 했고,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다른 달에 비해 더 기억에 남는 거 같아요. 2024년 4월은 평소보다 조금 더 빨리 여름과 인사했고, 첫 비건 코스 요리를 먹었던 달이며, 서인영에서 영화제 준비를 위해 치열하게 고민하고 토론했던 기억들이 오래가지 않을까 싶네요!

  이렇게 4월이 되고 나니 영화제가 벌써 2개월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다들 6월 영화제를 기대하고 계시나요?! 지난 [울림 313호]에서 공모작 심사 완료 소식과 슬로건 선정을 위해 무릎 꿇고 ‘힘’?을 모아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모습을 전했었는데요. 드디어! 슬로건 선정도 완료가 되었습니다! 그동안 고민해온 다양한 언어들과 선정된 작품들을 떠올리며, 저희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몇 개 뽑아냈고, 그중에서 가장 마음이 끌리는 문장을 선택했답니다. 반복되고 더욱더 뿌리 깊어지는 혐오와 차별, 사회적 참사 속에서 서울인권영화제 자원활동가들은 ‘연대’의 중요성을 다시금 느끼고 있는 거 같았어요. 어려운 상황일수록 서로가 연결되어 곁에 함께 하고 있음을 느끼는 것이 아주 강한 힘을 가진다고 믿으며 이를 실천하기 위한 따뜻한 한마디를 전달하고자 해요. 그리고 그 말은 저에게도 큰 위로가 되었답니다. 지금 이 글을 쓰기 위해 다시 슬로건을 보고 있는데 영화제를 준비하며 보았던 여러 영화와 활동가들의 마음이 떠올라 살짝 찡하네요.. 저는 이번 슬로건 완전 적극적 동의에요! 여러분들과도 하루빨리 영화제에서 만나 이 마음을 나누고 싶은 마음입니다~

사진 1. 사무실 책상에 다같이 모여 앉아 있는 모습. 고운이 스크린을 보며 설명하고 있고 다른 활동가는 경청하는 중이다.

  슬로건 선정 이후에는 저희가 선정한 영화들의 프로그래밍 준비를 시작했습니다. 프로그래밍은 영화제에서 주목하고자 하는 이야기에 맞게 작품 또는 작품들을 잇고, 엮어 회차별 스토리텔링을 만들어 내는 것인데요. 개막작과 폐막작, 다양한 섹션들, ‘관객과의 대화/광장에서 말하다’ 등이 여기에 포함됩니다. 지난 회의에서는 이런 프로그래밍을 잘하기 위해 프로그래밍이 무엇인지 알아보며 지난 영화제들의 다양한 프로그램 섹션들을 살펴보는 세미나를 진했는데요. 이후 간단하게 이번에 상영하게 된 영화들을 보며 초기 고민을 나누었습니다. 저는 처음 서울인권영화제에 참여하면서 앞의 영화 선정 과정과 슬로건 제작 과정도 재밌었지만, 이 프로그래밍이 가장 흥미롭게 느껴지는 중이에요! 다양한 감독님들과 제작진분들이 좋은 영화들을 만들어 주신 만큼 저희도 그 영화들을 좀 더 풍부하고 깊게 전달하기 위한 고민을 잘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는 서인영 사무실에 찾아온 깜짝 손님 ‘순찌’에요. 너무 귀여워서 여러분들에게 소개해 주고 싶었어요. 활동가 고운 님께서 임시보호를 보내기 전 임시보호를 맡게 된.. 즉 임임보를 맡게 된 강아지인데요. 순찌가 꼭 좋은 임보처와 좋은 가족을 만났으면 좋겠습니다! 그렇다면 다들 환절기 감기 조심하시고, 지금 이 순간에도 괴로워하고 있는 비염인으로서 전국 비염인들 모두 힘내라고 말씀드리며 이만 가보겠습니닷..! 다음 울림에서 만나요~

사진 2. 강아지 순찌와 노란색 양말을 신은 발. 순찌가 발의 주인을 올려다 보고 있다.
사진 2. 강아지 순찌와 노란색 양말을 신은 발. 순찌가 발의 주인을 올려다 보고 있다.

– 서울인권영화제 자원활동가 두부 

52소식

[소식] 22회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 연대부스

소식

곧, 22회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가 시작됩니다! 서울시의 지원사업 미선정으로 예산 집행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영화’로운 연대로 힘차게 개막을 준비하고 있다고 합니다.
서울인권영화제는 4월 19~20일 이틀 동안 연대부스로 참여합니다. 다트를 던져 표현의 자유 관련 퀴즈를 풀고 선물도 받을 수 있는 “검열을 향해 쏴라!”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답니다.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 프로그램도 미리 보시고, 서울인권영화제 부스에도 들러 주세요!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 프로그램 둘러보기 : https://420sdff.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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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인권영화제 울림 313호] 서인영의 스크린은 어떤 색으로 빛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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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공모작 선정을 마쳤습니다. 긴급 후원활동가 모집을 시작합니다.
*** 너무나도 소중한 활동가편지 누락으로 재발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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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인권영화제 뉴스레터 울림 313호
만든 사람들: 고운, 나기, 마주, 소하, 유월
다정한 애독자님, 안녕하세요? 벌써 4월입니다. 팝콘처럼 벚꽃이 펑펑 피어났더라구요. 서울인권영화제는 26회 공모작(국내) 선정을 마쳤습니다. 그 과정에서 우리의 역할은 무엇일지, 성찰과 함께 다짐을 참 여러 번 했고요. 4월은 그렇게 뚜벅뚜벅 영화제를 준비하는 달이 될 것 같습니다. 바쁠수록 우리 잘 하고 있나, 차근차근 돌아보며 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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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회 서울인권영화제 국내 공모작 선정을 마치며

투쟁의 파동을 이어가며, 적막을 강요하는 자본과 권력에 맞서, 연약한 몸짓을 모아, 불온한 외침을 모아, 역행의 시대에 맞서, 오는 6월 광장에서 만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작품을 인권영화로 재해석하며 출품해주신 출품인들께 다시 한 번 감사와 연대의 인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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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활동가 맞이 긴급! 후원활동가 모집
기후원으로 소하&고운의 동료가 되어주세요

소중한 동료를 맞이했지만 재정이 많이 부족합니다. 두 명의 상임활동가가 함께 서인영을 꼼꼼히 운영하고, 상영회와 영화제를 준비하고, 연대활동도 활발히 할 수 있으려면 정기후원이 절실합니다.

‘적자’를 부수는 ‘후원’의 파동을 보여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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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랜스젠더 가시화의 날 기념 공동 상영회
지난 토요일, 무지개행동과 서울인권영화제가 함께 <엄마 나는 공주님이야> 상영회를 진행했습니다. 반짝반짝 빛나는 이야기를 나눠주신 연수&한성, 든든하게 함께 영화를 보고 대화의 시간을 가진 관객들의 모습을 만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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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회 서울인권영화제, 어떻게 준비하고 있을까?
저희… 그냥 누워있는 거 아닙니다… 영화 보고… 회의하고… 슬로건 짜고… 회의하고…
널부러진 서인영 활동가들의 사연이 궁금하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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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영의 인연들 2회: 나기&고운

서울인권영화제의 활동을 만들어나가고 지켜보고 함께하는 사람들을 소개하고픈 마음에 기획한 특집 인터뷰 시리즈! 서인영의 인연들을 만나보는 시간, “인영의 인연들”입니다. 두 번째 인연들은, 자원활동가이자 울림의 든든한 팀장인 나기와 상임활동가이자 울림의 꼼지락 대장 팀원인 고운입니다. &소하입니다. 마주&소하가 3월 21일 서울인권영화제 사무실에서 나기&고운을 만나 이야기 나누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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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편: 넌센스 퀴즈 모음
이 편지를 쓰려 노트북에 손을 얹자마자 나는 넌센스 퀴즈 모음집을 적어내고 싶어졌어요. 하지만 어릴 적 밀린 일기를 쓸 때와는 조금 다른 이유에서랍니다.”
– 자원활동가 유월이 활동가 편지를 쓰려다가 넌센스 퀴즈 모음집을 적어내고 싶어진 이유는? 소중한 편지를 함께 읽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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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인권영화제의 후원활동가가 되어주세요!
💝 정기 상영회, 특별 상영회 등의 활동을 이어나갈 수 있어요!
💝 6월에 있을 26회 서울인권영화제 예산을 마련할 수 있어요!
💝 2인이 된 상임활동가 활동비를 조금이나마 충당할 수 있어요!
  🔥 정부와 기업의 후원 없이, 올해도 상영활동으로 소통하고 연대하는 서인영이 될 수 있게 함께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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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기획] 인영의 인연들: 2회 나기&고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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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기획! 인영의 인연들

서울인권영화제의 활동을 만들어나가고 지켜보고 함께하는 사람들을 소개하고픈 마음에 기획한 특집 인터뷰 시리즈! 서인영의 인연들을 만나보는 시간, “인영의 인연들”입니다. 두 번째 인연들은, 자원활동가이자 울림의 든든한 팀장인 나기와 상임활동가이자 울림의 꼼지락 대장 팀원인 고운입니다. &소하입니다. 마주&소하가 3월 21일 서울인권영화제 사무실에서 나기&고운을 만나 이야기 나누었습니다.


마주 : 자기소개 짧게 부탁드리겠습니다.

고운 : 안녕하십니까? 서대문구 살고 있고 서울인권영화제에서 활동하고있는 고운입니다.

나기 : 안녕하세요. 도봉구에서 살고 있고 서울인권영화제에서 활동하고있는 나기입니다.

사진1. 왼쪽에 고운, 오른쪽에 나기가 앉아있다. 맞은편에는 마주가 인터뷰 내용을 받아적고 있다.
사진1. 왼쪽에 고운, 오른쪽에 나기가 앉아있다. 맞은편에는 마주가 인터뷰 내용을 받아적고 있다.

마주 : 어떻게 살고 계신지. 짧은 근황 말씀부탁드립니다.

고운 : 저는 나기님의 근황이 더 궁금합니다.

나기 : 정말요? 저는 일주일 만에 감기에 다시 걸렸습니다. 요즘 환절기라 감기도 많이 걸리고 코로나도 계속 걸린다고 하더라고요. 다들 감기 조심하세요. 요즘 운동도 열심히 하고 있고요. 공모작 영화도 열심히 보고 있어요. 영어 공부도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고운: 저는 루틴을 만들고 싶어서 아침에 일어나서 책을 읽고, 운동을 하고, 일을 하고, 저녁에는 소설 쓰는 루틴을 만들려고 하고 있고요. 어제부터 시작했는데 오늘은 못 했어요…

나기: 루틴 정하기! (웃음)

마주: 루틴 계획! (웃음)

 

마주: 두 분은 서인영과 함께한 지 얼마 정도 되셨는지, 그리고 왜 계속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고운: 저는 2016년 21회 영화제부터 자원활동으로 시작했고, 2019년 11월에 어떠한 꼬드김과 간절한 부탁에 홀랑 넘어가서 상임활동가로서의 삶이 시작되어버렸습니다. 원래는 2020년도 24회 영화제까지 하겠다 하고 시작했는데, 영화제는 계속 되어야 하니까 계속 하게 되었습니다. 하면 할 수록 할 게 너무 많아서 지금 당장은 그만 둘 수가 없네요.

나기 : 25회가 2022년인가요? 저는 25회 때 처음 활동하게 되었고요. 처음에는 한 번만 하는 건줄 알았는데 종신 시스템이었더라고요. 근데 나갈 이유도 없고 재미있어서 계속 하고 있습니다.

 

마주: 그러면 왜 시작했었는지, 시작했을 때의 계기를 떠올려보자면 어떤건가요?

고운: 18살 때인가? 우연히 마로니에 공원에서 영화제를 하는 걸 봐버렸습니다. 그 때 엄청난 인권영화를 봤어요. 정부와 기업의 지원없이 한다는 것도 매력적이었고, 정기 후원하면 매년 선물을 보내준다고 했어요. 그래서 가입한 게 2010년이었죠. 지금 우리 CMS 시스템 상에서는 제가 제일 오래된 후원활동가입니다. (뿌듯) 저도 몰랐는데 CMS 정리하다가 알게 되었어요.

나기: 레전드 오브 레전드.

고운: 근데, 그전부터 하시던 분들도 계실 텐데 아마 CMS 시스템이 바뀌면서 그렇게 되었나 봐요. 

나기: 저는요. 2022년이 딱 (대학)막 학기를 앞두고 한 학기 휴학을 더 하자 했을 때였거든요.

그전에는 계속 학내 활동을 했었는데 이번에는 대학 밖으로 나가서 인권 활동을 하고 싶었어요. 처음에는 퀴어문화축제 자원 활동을 하려고 했다가, 2022년 3월인가 그때 요다님이 자원활동가를 더 모집해야 돼서 쓴 글이 있었어요.

고운: 그 절절한 글…

나기: 네 그 절절한 글… 그걸 보고 들어오게 됐습니다.

 

마주: 그러면 지금까지 서인영 활동을 하면서 인상 깊었던 순간이 있으셨는지 궁금합니다.

나기: 재작년 영화제 끝나고 진짜 활동가가 없었거든요. 상임 자원 합쳐서 5명인가… 그때 성미산 마을극장에서 영화제를 했어요. 관객분하고 인사를 다 끝내고 마지막으로 현수막 치우기 전에 우리끼리 사진을 찍는데, 너무 (사람이) 적은 거예요. 그래서 그때 우리끼리 자찬하면서 “우리 정말 잘했다. 고생했다.” 했던 순간이 기억에 남아요.

고운: 25회 영화제 기간에 어떤 날은 진짜 5명밖에 없었어요. 현장에… 당일 평가 하려고 다 모이길 계속 기다리고 있는데 이게 다 모인 거야.(웃음)

나기: 그 조그만 데에 더 적은 우리들…(웃음) 그게 웃겼었네요.

고운: 저는 턱없이 부족한 돈과 사람으로 지난 영화제를 마무리하고 나서 이제 사람들이 이제 다 질렸겠구나, ‘완전 이거 못 해 먹을 짓이다’ 하겠구나, 그래서 다 떠나지 않을까 걱정 했어요. 근데 일주일 쉬고 나서 평가회의를 마치고 내년에도 함께 하실 분 계시냐 했더니 다 한다는 거예요. 직장이 생기거나 해외에 나가서 할 수 없게 된 몇몇 분들 빼고는 다 한다고 하셔가지고, 그때 그 감동이 좀 기억에 남고요. 영화제에서 하는 활동을 계속 하고 싶게 하고, 또 뭔가 새로운 활동을 하고 싶게 하고, 또 다른 다양한 영역의 운동들과 연결되고 싶게 하고, 그런 것들이 무엇일까? 그렇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라는 고민을 그때부터 많이 하게 되었던 것 같아요.

 

사진. 인터뷰 중. 나기가 입을 가리고 웃고 있고 고운은 턱을 괴고 있다. 사진에 보이지 않는 소하와 마주의 앞에 각각 짬뽕과 볶짜면이 놓여있다.
사진. 인터뷰 중. 나기가 입을 가리고 웃고 있고 고운은 턱을 괴고 있다. 사진에 보이지 않는 소하와 마주의 앞에 각각 짬뽕과 볶짜면이 놓여있다.

마주: 어려운질문이 될 수도 있는데…

고운, 나기: (이구동성으로) 어려워요~

마주: 지금 영화제가 가진 힘은 뭐라고 생각하면서 활동하시는지 궁금해요.

고운: 일단 영화제에는 저도 있고 소하님도 있고 나기님도 있고 마주님도 있고… 정말 이 각박한 세상에서 어떻게든 힘을 끌어모아가지고 무언가를 해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정말 큰 자산이라고 생각을 하고요. 그리고 활동이라는 게 뭘까 계속 고민을 하게 되는데요. 인권영화라는 매체를 통해서 다양한 이야기들, 많은 이야기들이 서로 만나게 할 수 있다는 점, 그런 자리를 만들 수 있다는 점이 상영활동의 강점 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어떤 현장의 당사자들뿐만 아니라 미디어 활동가, 그리고 관련 영역의 활동가들, 그리고 거기에 더해서 관객들까지 여러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이게 할 수 있는 것이 큰 힘이 아닐까 생각해요. 거기에다가 오롯이 시민들의 힘으로 무료 상영과 장애인접근권 실천의 원칙을 지켜가면서 하고 있다는 것이 서울인권영화제가 계속되어야 하는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마주: 영화를 매개로 하면 좀 편하게 사람들이 모이는 것 같기도 하네요.

고운: 네 맞아요.

나기: 기획한다는 것만으로도 갖게 되는 에너지가 있는 것 같아요. 아무튼 사태는 벌어졌고 너무 불평등한 상황이 지속이 될 때 거기에 투쟁하는 사람들이 생기고, 그 투쟁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누군가에게 퍼트려야 사람이 모이고 힘이 생기잖아요. (영화제에서는) 그런 걸 그냥 흘려보내는 게 아니라 하나하나 스크린 위로 떠오르게 하고, 사람들에게 그 일이 무슨 일인지 설명할 수 있고, 설명을 들을 수 있고요. 거기서 멈추는 게 아니라 누구와 연대를 할 수 있고, 어떻게 도울 수 있고, 어떻게 연결될 수 있는지 그 방안을 계속 제시하는 것이 가능하잖아요. 그 안에서 활동가들끼리도 연결이 만들어지고요. 그런 것들이 서인영을 하는 데 힘이 되는 것이 아닐까 싶어요. 저번 활동하면서 제일 좋았던 게 나도 몰랐던 분야의 이야기들을 접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마주: 비슷한 질문인 것 같긴 한데, 서인형 활동 외에는 어떤 일을 하면서 지내시는지?

고운: 저희가 지금 활동비가 100만 원이에요. 신기하게도 100만원으로 살아지더라… 그치만 언제까지 이렇게 살 수는 없기 때문에 제가 부업이 너무너무 필요했는데, 어쩌다 보니 소설을 쓰게 되어서 저도 부업이 생겼습니다. ‘이제 한 달에 100만 원으로 살지 않아도 되겠다’라고 생각을 했거든요. 그런데 글을 팔아서 돈을 번다는 생각이 참 허황된 것이었구나, 깨달았습니다. (웃음) 그래서 고민이 많고요. 

마주: 영화제 시작하고 나서 소설도 시작하신건가요?

고운: 네. 지금 아직 아기 작가랍니다. 2022년 재작년부터 시작했어요. 근데 영원히 아기 작가, 아기 활동가로 남고 싶어요~ (웃음)

나기: 이미 아기 활동가는 아니잖아요.

고운: 아. 제 마음은 그래요.(웃음)

나기: 저는 소수자연대풍물패 ‘장풍’이라는 곳에서 풍물 연대 활동을 하고 있는데요. 작년 7월에 퀴퍼 끝나고 디스크가 좀 심하게 터져가지고 지금까지 쉬다가 이번 주에 진짜 오랜만에 갔거든요.

고운: 그래서 감기 걸린 거 아니에요?

나기: 그것도 맞아요.(웃음) 주말부터 감기 기운이 있었는데 거기서 땀나고 그대로 걸어오다가 감기가 심해졌어요. 디스크 때문에 악기를 메고 춤추지는 못하고 이참에 쇠를 쳐야겠다, 꽹과리를 쳐야겠다, 해서 꽹과리를 쳤는데 재밌더라고요. 

고운: 멋져! 멋져!

 

마주: 이제 개인별 질문으로 넘어갈까요? 고운님, 지금은 아니지만 거의 2년 동안 서인영의 유일한 상근활동가로 일하며 힘든 점은 없었나요?

고운: 어휴. 

나기: 벌써 힘들어 보여.(웃음)

고운: 진짜 힘들었어요. 진짜 너무너무 외로워서 제가 사무실에 오는 것도 싫고, 하다못해 웹자보 하나 만들 때도 “이거 분홍색이 나아요? 하늘색이 나아요?”라고 물어보면 들어줄 사람이 없다는 게 너무 서글프고 여러모로 부담스럽고 외로웠어요. 그래서 좀 심적으로 힘들었죠. 그런데도 섣불리 상임활동가를 구해보자라고 얘기할 수 없었던 이유가 서인영이 지난 3년간 조직 안에서 많은 변화들이 있었고, 그 변화들 속에서 우리가 조직 기반이 되게 단단하지가 않구나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래서 섣불리 누구를 모셔오는 게 좀 주저되었어요. 또 하나의 이유는 “우리 활동비가 100만 원인데…” 라는 말을 하기가 너무 어려운 거예요. 그래서 어느 정도  재정을 안정적으로 만들고 활동비를 인상할 수 있을 때까지 어떻게든 혼자 버텨보자 라고 했는데요. 이게 혼자 그렇게 만들어둔 다음에 누군가랑 같이 한다는 게 좀 오만한 생각인 것 같더라고요. 누군가랑 같이 해서 그런 조건들을 만들어 나가는 게 더 좋은 것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지금은 소하님이 계셔서 행복합니다. 사무실에 오는 게 즐거워요.

 

마주: 그럼 나기님, 올해 영화제 준비하면서 기대하는 부분이 있다면?

나기: 마로니에공원에서 할 수 있으면 좋겠다. 진짜 너무너무 큰 염원이에요.

고운: 이게 거절되면은 이거 투쟁해야 돼요.

나기: 그러니까요.

마주: 그냥 틀어버리자!

나기: 광장의 중요성이 이번 정권 들어서 더 더 여실히 느껴지는 것 같아요. 원형 공간에서 서로를 마주 볼 수 있는 공간이 주는 시너지랑, 일직선상의 공간에서 그냥 일방향적으로만 봐야 될 때 타격감이 크더라고요. 마주 보는 연결성이 주는 안정감이 생각보다 되게 크고,  단절되는 고립감이 주는 외로움이 생각보다 큰 것 같아요. 그래서 저의 가장 큰 염원입니다.

고운: 저도 염원합니다. 안 되면 투쟁!

나기: 광장은 시민에게!

 

사진. 계단 위에 콩순이(강아지)와 짠순이(고양이)가 앉아 머리를 빼꼼 내밀어 바라보고 있다.
사진. 계단 위에 콩순이(강아지)와 짠순이(고양이)가 앉아 머리를 빼꼼 내밀어 바라보고 있다.

소하: 저는 각각 자랑할 수 있는 질문들을 가져왔는데요. 고운님, 반려동물 자랑 좀 해주세요.

고운: 오늘 콩순이를 원래 데리고 오려 그랬는데 좀 어렵게 되어서 아쉽네요. 일단 짠순이라는 야옹이와 콩순이라는 댕댕이(멍멍이)랑 같이 살고 있고요. 둘 다 스트리트 출신이고 너무 귀엽고 둘이 은근히 서로 잘 놀아요. 서로 우다다 하면서 잘 놀아요. 그래서 너무 귀엽습니다. 근데 짠순이는 데려올 수가 없어서… 종종 콩순이를 데리고 사무실에 올 일이 더 생길 것 같아요. 앞으로 늦게까지 있는 날이 많아지면 그때 데려오겠습니다. 근데 콩순이가 좀 진짜 전형적인 치와와여서 부들부들거리거든요. 하지만 정들면은 애교쟁이가 되니까 기대해 주세요.(찡긋)

마주: 저번에는 아직 못친해졌는데…

나기: 저번에 귤만 먹고… 다 먹으니까 다시 으르렁.. 멍.

소하: 나기님은 지난 여행으로 캐나다랑 쿠바 다녀오셨잖아요. 자랑 좀 해주세요.

나기: 쿠바는 바다가 진짜 예뻤어요. 제가 태어나서 본 바다 중에 가장 가장 환상적으로 예뻤어요. 근데 하바나 시티를 좀 더 봤으면 좋았을 것 같은데, 가족 여행으로 간 거라 내가 있고 싶은 곳에 오래 있지 못했어서 아쉬운 마음이 남았거든요. 그래서 쿠바는 다음에 꼭 혼자 배낭 여행으로 가야겠다는 다짐을 하면서 왔어요. 그리고 캐나다는 토론토 쪽에 좀 오래 있었는데 캐나다가 원래 겨울에 엄청 춥고 눈도 엄청 많이 오는 나라잖아요. 근데 갑자기 영상 10도를 왔다 갔다 한 거예요. 9도에서 13도 사이였어요. 그래서 제가 나이아가라 폭포에 갔을 때 날씨가 너무 좋은 거예요. 초봄처럼. 캐나다에 가면 메이플 모양으로 된 메이플 캔디가 있거든요. 캔디를 사서 쭉쭉 빨면서 나이아가라 폭포를 구경했습니다.

고운: 나기님이 사다주신 메이플 초콜릿 너무 맛있었어요.

나기: 오는 길에 장풍 거 하나 서인영 거 하나씩 메이플 시럽 초콜릿을 사왔었죠.(웃음)

 

마주: 이제 마지막 질문.

소하: 이 질문 좀 그거 같다… 라디오스타.(웃음)

마주: 고운님에게 서인영이란?

고운: 저에게 서인영이란… 뭘까… 사실, 제가 막 너무 힘들고 지칠 때는 그런 생각을 했어요. 여기에 혼자 남게 되었을 때, 사실 제가 그것을 결정한 건 아니었거든요. 그러다보니 덩그러니 남겨진 기분 이 들었어요. 내가 먼저 도망갈 걸 그랬나, 라는 생각을 할 때도 있었죠. 가끔 막 너무 막막할 때는요. 불건강한 시기, 어둠의 시기를 수 개월 헤쳐 왔어요. 그리고 서인영의 역사가 얼마나 유서가 깊습니까? 너무너무 필요한 활동들을 하는 곳인데, 그걸 잘 할 수 있을까? 스스로에 대한 신뢰도 별로 없었고요. 근데 신기하게도 계속하고 있는 저 자신을 보면서 그냥 “사람이 팔자라는 게 있다”, “이건 그냥 내 운명이다”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서인영에 대해서 뭔가 엄청난 사명감이나, “여기는 나 없으면 안 돼!” 이런 마음은 사실 없고요. (웃음) 해야 하니까 하는 거고, 하다 보니 하게 되고, 그러다 보면 새로운 게 보이거나 욕심이 생기기도 하고… 거창하게 말하자면 그게 운명인 것이겠고요. 어쨌든 나도 알 수 없는 나의 운명을 따라가다 보니 서인영과 함께하게 되었고, 서인영과 함께하다 보니 하고 싶은 것들이 많아졌어요. 그래서 나에게 서인영은 운명이다! 달갑게 받아들이자, 이렇게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마주: 서인영은 내 운명.

고운: 근데 또 몰라요. 이게 운명은 또 어떻게 될지 몰라요. 그러니까 영원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니까 내가 이걸 영원히 할 수 없으니까, 그동안에 동성혼 법제화 이루고, 하고 싶은 거 다 하자. 이런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마주: 그렇죠.

나기: 서인영은 나의 의식을 계속 바깥 세상으로 향하게 해주는 곳이에요. 왜냐면 저는 진짜 집 밖으로 안 나오거든요. 저는 진짜 집 밖에 안 나오고 두 달 세 달 문제없이 살 수 있는 사람이에요. 신경 끄면 반 년, 1년은 아무것도 안 하는 사람이라, 강제적으로 나를 밖으로 꺼내서 세상과 만나게 하는 게 중요해요. 서인영은 항상 그걸 해주는 단체예요. 그래서 내가 나에게 안주하지 않게 하는 것 같아요. 서인영에선 내가 직접 가서 만나고 내가 원하는 게 어떤 세상이고 무엇인지 더 세부적으로 그림을 그릴 수 있고요. 그런 활동을 가능케 하는 곳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리고 영화를 보면서 영화에 나오는 공간들을 서인영이 활동가들이 찾아가면 되게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관객과의 대화’에서 나온 이야기를 가지고 찾아가서 그분들이랑 이야기 나누고 발행할 수 있으면 되게 좋겠는데?” 라는 생각을 이번 공모 영화를 보면서 했어요.

 

고운: 그럼 서로에게 질문하기 할까요?

마주: 준비하신 게 있나요?

고운: 네.(웃음) 나기님, 내년에도 울림 팀장 하실건가요?

나기: 내년에 여러분이 함께하신다면 저는 언제나 여러분 곁에 있겠습니다!

고운: 이렇게 애매하게 바통을 넘겨버리다니.

나기: 이렇게 두 명(인터뷰어인 소하와 마주)을 같이 포섭하는 거죠.(웃음) 울림 팀장으로서 발행일을 미루지 않고 독촉을 열심히 하도록 하겠습니다.

마주: 좋습니다!

나기: 다음 달부터는 격주로 울림이 발행됩니다. 실패하지 않도록 우리 울림이들과 함께 정신 바짝 차리고 글을 쓰도록 하겠습니다. 아자아자 파이팅 파이팅!

모두: 파이팅!

 

나기: 그리고 고운님, 은퇴는 몇 년쯤으로 계획하고 계신가요?

고운: 2년… 이 2년을 생각을 하고 있은 지가 되게 오래됐어요. 2년마다 저 스스로를 점검을 하는 거죠. “계속 해야 되나?”, “하고 싶은 게 있나?” 이렇게. 그래서 내후년에도 다시 점검에 들어갈 예정입니다. 올해 또 연장됐죠. (웃음)

마주: 무기한 연장…

고운: 그렇진 않겠죠? 하하!

나기: 서인영 관객에게 한마디 한다면?

고운: 목표가 세 가지가 있어요. 1번, 정기 서울인권영화제 매년 개최. 2번, 상영회가 가능한 공간 만들기. 그리고 3번, 최저임금에 준하는, 열심히 활동을 하면서도 생계가 보호되는 상임활동가 활동비 만들기. 이 세 개를 이루면 저는 떠날래요.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그래서 제발, 6월에 많이들 와주시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후원 많이 해 주시고 항상 지켜봐 주시고 예뻐해 주시고 응원해 주시고 지지해 주시고 후원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마주: 좋은 마무리 감사합니다.

사진. 인터뷰와 전체회의를 마친 울림이들이 근처 해물포차로 회식을 왔다. mz샷(머리 위로 카메라를 높이 들어 찍은 샷)으로 찍은 사진이다.
사진. 인터뷰와 전체회의를 마친 울림이들이 근처 해물포차로 회식을 왔다. mz샷(머리 위로 카메라를 높이 들어 찍은 샷)으로 찍은 사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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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 상임활동가 맞이 긴급! 후원활동가 모집

소식

상임활동가 맞이 긴급! 후원활동가 모집

정기후원으로 소하&고운의 동료가 되어주세요


🔥기간: 4월 4일 ~ 4월 24일

🔥목표: 정기 후원활동가 24명!

🔥선물: 에코백+무지개피쓰깃발+“영화로운 퀴어생활”타투스티커+매회 영화제 기념품

사진. 왼쪽부터 타이벡 소재의 에코백, 피스 로고가 그려진 무지개 깃발, 영화로운 퀴어생활 타투스티커
사진. 왼쪽부터 타이벡 소재의 에코백, 피스 로고가 그려진 무지개 깃발, 영화로운 퀴어생활 타투스티커

👉정기후원 신청 바로 가기


✍️사유:

무려 1년하고도 6개월. 서울인권영화제의 상임활동가 단 1명.

든든한 자원활동가들이 있었지만 단체를 운영하고 상영회, 영화제, 연대활동 등 서울인권영화제의 활동들을 홀로 소화하기는 무척 어려웠습니다. 가장 큰 어려움은 외로움… 상영회 웹자보를 만들다가 문득 물어보고 싶었습니다.

“분홍색이 나아요, 연두색이 나아요?”

하지만 앞에도 뒤에도 옆에도 아무도 없었던 것. 그뿐일까요. 앞으로의 서인영은 어디로 향해야 할지, 재정난은 어떻게 헤쳐나가야 할지, 이사를 간다면 어느 동네에서 발품을 팔아볼지, 내일 있을 연대체 회의에서 어떤 의견을 내볼지… 함께할 수 있는 동료가 절실했습니다.

그랬던 서울인권영화제가 드디어 새로운 상임활동가를 맞이했습니다. 지난해부터 자원활동가로 활약하던 소하가 서인영을 보다 다채롭게 이끌어갈 상임활동가로 새롭게 출발했습니다.

사실 서인영의 상황이 더 나아졌을 때, 100만원 이상의 활동비를 감당할 수 있을 때까지 기다리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올해 26회 서울인권영화제를 준비하며, 사무실을 계속 사용할 수 있을지 모르는 상황에서, 그렇다고 연대활동을 멈출 수는 없는 지금! 혼자는 어려웠습니다. 서로에게 동료가 되어 힘을 낼 수 있는, 두 명의 상임활동가가 반드시 있어야 했습니다. 이제 소하와 고운이 함께, 오래오래 건강하게 활동할 수 있도록 서울인권영화제를 꾸려보고자 합니다.

소하와 고운이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며 서인영의 활동을 펼쳐나갈 수 있도록, 함께해주실 분들이 필요합니다. 지금의 활동비는 100만원. 이조차 부족합니다. 한 명의 상임활동가가 반상근이나마 활동하려면 매달 1만원씩 100명의 후원활동가가 더 있어야만 합니다. 

우선 4월 24일까지 24명을 긴급! 모집하려고 합니다. 서울인권영화제의 후원활동가가 되시면 매회 영화제의 기념품을 받으실 수 있습니다. 서인영의 소문난 배지와 인권해설책자, 다 보내드립니다. 게다가! 4월 24일 전에 후원활동가가 되어주신 분들께는 에코백과 무지개피쓰깃발, 다가오는 퀴어문화축제마다 쓸 수 있는 타투스티커까지 보내드립니다.

정기후원으로 소하와 고운의 동료가 되어주세요!


소하의 특별 제작 후원툰! 대공개!!!!

 

만화의 1컷. 텍스트 ‘어느덧 찾아온 2024년’. 2024년 달력이 “일감 폭탄 받아라!” 하며 폭탄을 들고 있다.
만화의 1컷. 텍스트 ‘어느덧 찾아온 2024년’. 2024년 달력이 “일감 폭탄 받아라!” 하며 폭탄을 들고 있다.
만화의 2컷. 텍스트 ‘텅 빈 사무실에는 고독함만이 가득한데’. 흰 배경에 ‘고독-고독-고독-’이 적혀있고, ‘유일한 상임활동가 고운’의 작은 그림자가 있다. 그 아래 고운의 고민 ‘앞으로 서울인권영화제를 어떻게 꾸려 나가야 할지, 우리의 운동은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고 있는지, 역행하는 시대에 어떻게 저항할 것인지…’
만화의 2컷. 텍스트 ‘텅 빈 사무실에는 고독함만이 가득한데’. 흰 배경에 ‘고독-고독-고독-’이 적혀있고, ‘유일한 상임활동가 고운’의 작은 그림자가 있다. 그 아래 고운의 고민 ‘앞으로 서울인권영화제를 어떻게 꾸려 나가야 할지, 우리의 운동은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고 있는지, 역행하는 시대에 어떻게 저항할 것인지…’
만화의 3컷. 텍스트 ‘영화제 준비에 이사에.. 폭풍같은 일정’. 고운이 울상으로 정신없이 키보드를 치고 있다. 뒤에서 ‘영화제’, ‘이사’라고 적힌 불이 타오른다.
만화의 3컷. 텍스트 ‘영화제 준비에 이사에.. 폭풍같은 일정’. 고운이 울상으로 정신없이 키보드를 치고 있다. 뒤에서 ‘영화제’, ‘이사’라고 적힌 불이 타오른다.
만화의 4컷. 텍스트 ‘고운은 많은 일과 외로움에 지쳐버리고 마는데…’ 고운이 눈물 흘리며 ‘일’이라고 적힌 폭탄에 깔려있다. “분홍색이 나아요? 연두색이 나아요? 거기 아무도 없나요?” 하고 외치고 있다.
만화의 4컷. 텍스트 ‘고운은 많은 일과 외로움에 지쳐버리고 마는데…’ 고운이 눈물 흘리며 ‘일’이라고 적힌 폭탄에 깔려있다. “분홍색이 나아요? 연두색이 나아요? 거기 아무도 없나요?” 하고 외치고 있다.
만화의 5컷. 텍스트 ‘소하 등장!’ 소하가 문을 열며 들어온다. “핫핫. 제가 함께 하겠습니다!”
만화의 5컷. 텍스트 ‘소하 등장!’ 소하가 문을 열며 들어온다. “핫핫. 제가 함께 하겠습니다!”
만화의 6컷. 텍스트 ‘상임 2인체제로 다시 시작!’ 고운과 소하가 손을 맞잡고 “이제 할 수 있어!”라고 외친다.
만화의 6컷. 텍스트 ‘상임 2인체제로 다시 시작!’ 고운과 소하가 손을 맞잡고 “이제 할 수 있어!”라고 외친다.
만화의 7컷. 텍스트 ‘하지만 예산에 적자 불이 켜지고’. 경광등을 단 계좌가 ‘삐-’ 울리며 “이봐! 이대로 가면 위험하다구.”라고 말한다.
만화의 7컷. 텍스트 ‘하지만 예산에 적자 불이 켜지고’. 경광등을 단 계좌가 ‘삐-’ 울리며 “이봐! 이대로 가면 위험하다구.”라고 말한다.
만화의 8컷. 고운이 눈물 흘리며 “이대로는 안 돼!”, 소하도 옆에서 눈물 흘리며 “후원이 필요해!”라고 외친다.
만화의 8컷. 고운이 눈물 흘리며 “이대로는 안 돼!”, 소하도 옆에서 눈물 흘리며 “후원이 필요해!”라고 외친다.
만화의 9컷. 소하가 동그란 주먹을 치켜들고 “우리가 안정적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여러분의 후원이 필요합니다.”라고 호소한다.
만화의 9컷. 소하가 동그란 주먹을 치켜들고 “우리가 안정적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여러분의 후원이 필요합니다.”라고 호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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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펼치기] 봄비와 봄꽃은 종이 한 장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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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회의 스케치] 봄비와 봄꽃은 종이 한 장 차이 

  요즘 날이 퍽 괜찮지 않나요? 엊그제 조깅하러 중랑천에 갔더니 샛노란 개나리가 피어있더라고요. 극히 일부분에 내몰리듯 뭉쳐있기는 했지만요. 제가 이 동네에 이사 왔을 때부터 중랑천은 이유 모를 공사로 항상 어수선하고 황량했답니다. 공사기간 동안 식물을 다 뽑아낸 건지 공사하는 쪽에는 마른 잡초만 무성해요. 불도저와 포클레인이 하천 바닥을 헤집어서 물길이 좁아지고 모래가 쌓였습니다. 그래도 남은 자리에 개나리가 핍니다. 땅이 마르고 강을 헤집어도 봄은 오네요. 봄에는 또 뭐가 올까요? 꽃, 나물, 벌, 새, 너구리, 멧돼지. 그중에는 설렘도 있을까요? 일단 어제오늘은 미세먼지와 비가 먼저 찾아왔습니다. 

사진1. 서울인권영화제 사무실. 활동가 소하, 두부, 나기가 티브이로 공모작 영화를 보고 있다.
사진1. 서울인권영화제 사무실. 활동가 소하, 두부, 나기가 티브이로 공모작 영화를 보고 있다.

  계절이 바뀌는 동안 서울인권영화제는 공모작 심사와 슬로건 선정으로 복작복작했답니다. 그리고 드디어! 이번 주에! 공모작 심사를 완료하였습니다! 저는 2022년부터 자원활동을 해서 이번이 두 번째 영화 심사인데 처음 했을 때보다 더 떨리고 어려웠어요. 많은 고민과 걱정, 설렘과 희망이 교차하는 시간이었습니다. 한눈에 ‘이 작품이다!’ 했던 영화도 있었고 ‘좋은데…! 우려되는 지점이 있다…!’ 싶은 영화도 있었습니다. 한 영화로 활동가끼리 의견이 갈리기도 했고 마지막에 마지막까지 머리를 맞대고 고민한 영화도 있었지요. 각고하여 출품작 121편 중 8편을 선정했습니다. 선정작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서울인권영화제 최신 소식 <26회 서울인권영화제 국내작 선정을 마치며>에 나와있답니다. 우리 활동가가 어떤 마음으로 어떻게 선정 작업에 임했는지, 그래서 어떤 작품을 상영하기로 했는지, 어떤 영화제를 만들고 싶은지 선정의 변을 적었습니다. 남은 시간 우리는 영화제 장소를 확정하고, 슬로건을 발표하고, 영화제 프로그래밍을 하고, 관객과 어떤 이야기를 나누며 어떻게 영화를 해석할지 심도 있는 이야기를 나누겠지요. 이 모든 활동이 끝날 때쯤이면 여러분과 만날 날이 코앞일 거예요. 저는 그게 벌써 기대되고 설렙니다.

사진2. 서울인권영화제 사무실 마루. 활동가 나기, 고운이 누워있고 마주는 무릎을 꿇고 앉아 있다.
사진2. 서울인권영화제 사무실 마루. 활동가 나기, 고운이 누워있고 마주는 무릎을 꿇고 앉아 있다.

  서울인권영화제의 꽃이라고 한다면 역시 너무도 소중한 우리의 선정작과 함께 그해 영화제의 모토를 알리는 슬로건이겠지요. 영화 심사만큼이나 오랜 시간 고민하는 것이 슬로건입니다. 올해 슬로건은 어떻게 될지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저는 궁금해요. 위 사진은 어떤 슬로건을 만들지 고뇌하는 우리의 모습입니다. 얼핏 보면 다들 바닥에 퍼질러져 있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전혀 아닙니다. 저(나기)는 엎드려서 열심히 머리를 굴리고 있고 고운 님은 누워서 핸드폰으로 아이디어를 보아놓은 패들렛을 읽고 있으며 마주 님도 그냥 무릎 꿇은 게 아니라 기발한 아이디어를 떠올리기 위해 힘을 모으고 계신 거예요. 추진력을 얻기 위함이죠. 다음 호에는 슬로건이 공개되겠네요! 서울인권영화제가 이번에는 무슨 의미를 담은 슬로건을 가지고 올지 기대해 주세요. 

  개나리도 피고 목련도 피고 생강나무와 매화나무도 꽃을 피웠습니다. 그리고 봄비가 내립니다. 이 글이 발행될 때쯤에는 벚꽃도 개화를 했겠어요. 비가 그치고 푸른 하늘이 뜨면 봄나들이를 가도 좋겠습니다. 계절 타며 잘 놀다가 6월에 만납시다. 그럼 이만 총총.  

– 서울인권영화제 자원활동가 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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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가편지] 특별편: 넌센스 퀴즈 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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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ncil on opened notebook

여름방학이 끝나기 이틀 전, 일기를 몰아서 써본 적이 있으신가요? 저는 방학 내내 일기를 미루고 미루다가 개학 전 마지막 주말이 되고서야 부랴부랴 일기장을 펼치곤 했더랬지요. 재밌게 놀다 개학날 보자고 했으면서 숙제를 주는 건 무슨 경우냐 불평을 늘어놓으면서요. 어제 점심밥으로 무얼 먹었는지도 가물가물한데 한 달 내내 내가 무엇을 하고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 기억이 날 리가 만무했습니다. 친구와 방방을 타고 슬러시를 먹었다거나 하는 유난히 재미난 날이 아니고는 말이죠. 그래서 그 시절의 저는 꾀를 부렸답니다. 특별한 기억이 없는 날엔 <특별편: 넌센스 퀴즈 모음>를 적고는 했어요. ‘재밌는 게 딱 좋아!’ 같은 책을 펼쳐놓고는 와중에 내 기준 퀄리티가 좋은 농담을 적어냈습니다. 내 일기를 읽는 담임선생님이 깔깔 웃기를 바란 건 당연히 아니었고 그저 빈칸 채우기용 꼼수에 불과했지요. 지금 와 생각해 보니 이를 ‘필사’라고도 할 수 있겠네요. 깔깔.

제가 이 말을 왜 했게요.

맞습니다. 이 편지를 쓰려 노트북에 손을 얹자마자 나는 넌센스 퀴즈 모음집을 적어내고 싶어졌어요. 하지만 어릴 적 밀린 일기를 쓸 때와는 조금 다른 이유에서랍니다.

저는 멋진 말솜씨를 가지지 못했어요. 그래서 편지를 쓸 기회가 주어지면 옳다구나! 오랜 시간 동안 고민하여 마음을 다 써내려 가고는 한답니다. 저에겐 진심을 전달할 수 있는 소중한 방법이고 제가 조금 더 인간다울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지요. 이렇게 편지에 진심을 담는 버릇이 꽤 오래된지라 오늘의 편지가 아주 무겁게 느껴졌습니다. 왜냐하면 근래의 제가 가지고 있는 마음들이 그리 좋지 못하기 때문이에요. 마음 놓고 살 수 있는 집은 없는 건지, 저 사람은 왜 나에게 소리를 지르는 건지, 내가 인내심이 있었다면 멋진 사람이 될 수 있었을는지. 이런 것들에서 비롯된 마음들이 대게는 부정적이었기에 ‘마음을 다해’ 편지를 쓴다는 게 쉽지 않았습니다. 특히 서인영 울림을 구독해주고 계시는 분들에게 저의 나쁜 마음들을 들키고 싶지가 않았네요.

그래서 저의 흑화(?) 이전에 모아두었던 좋은 것들에 대해 적어보려고 해요. 저의 질문에 여러분만의 기억을 떠올리면 좋겠다는 작은 바람도 함께 접어 넣었습니다. 음. 짧은 말들을 모아둔 것이니 넌센스 퀴즈 모음과 엇비슷하다고 할 수 있겠네요.

 

  1. 좋아하는 순간들을 적어봤나요?

저는 전력 공급 방식 변경으로 지하철 불이 투두둑 꺼지는 순간을 좋아해요. 같은 노선의 버스 기사님들이 중앙선을 사이에 두고 스쳐 지나가며 손인사하는 걸 봤을 때를 좋아하고, 와랄라 떠들던 친구들의 입을 생맥주로 막아 적막이 꿀떡이는 그 3초를 좋아해요. 그리고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러 갈 때 설렘이 몽땅 손끝으로 몰려 빠져나가지 못할 때를 좋아합니다. 

  1. 들었을 때 짜릿했던 말들을 기억하고 있나요?

저는 드라마 <구경이>에 나왔던 대사 ‘의심스러운데?’를 좋아합니다. 또 아이유 언니의 인터뷰 중 ‘모자를 안 쓰고 좋아하는 사람한테 전속력으로 뛰어가고 싶어요.’라는 문장을 좋아해요. 일터 내 낄낄메이트였던 동료분이 일을 그만두면서 저에게 준 편지에 쓰인 ‘유월님은 제가 만난 재미있는 사람 TOP3 안에 든답니다.’라는 말은 짜릿했던 말 TOP3에 든답니다.

  1. 잊고 싶지 않은 기억은 주기적으로 꺼내야 해요.

어릴 적 아빠차를 타고 어딘가를 갔다가 밤늦게 집에 도착할 때면 저는 매번 자는 척을 했어요. 아빠가 나를 번쩍 들어 집으로 옮겨다 주는 게 좋았거든요. 담배 냄새가 옅게 묻은 아빠의 회색 패딩. 그 시원한 바스락거림을 기억해요.

  

세상 탓과 내 탓을 번갈아 하다 지쳐버린 요즘입니다. 친구들의 안부가 궁금하기도 한 나날이구요. 기억이 나지도, 혹은 기억을 하고 싶지도 않은 빈칸같은 하루들이 여러분께 찾아온다면 저렇게 냅다 <특별편: 어쩌구>를 적어보는 건 어떠실런지요. 그렇게 우리 각자 좋아하는 순간을 적고, 짜릿했던 말을 기억하고, 또 잊고 싶지 않은 것들을 주기적으로 나눠봐요. 그렇게 살아내다 유월의 어느 쾌청한 날, 서울인권영화제에서 만나는 거죠. 서로 마주보기만 해도 간질간질 시원해질 거예요.

그럼 저는 이만 내맘대루얼렁뚱땅메롱편지를 마치겠습니다. 안녕. 

– 서울인권영화제 자원활동가 유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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