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그램 노트: 곁 프로젝트 – with you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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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프로그램 노트

프로그램 노트: 세 가지 안부 – 세월호 10주기 옴니버스 다큐멘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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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누군가에게는 ‘벌써’일, 누군가에게는 ‘아직도’일 시간. 그동안 우리는 침몰하는 세월호만을 목격한 것이 아니다. 온몸을 던져 싸워온 유가족, 세상을 바꾸고자 했던 시민들, 참담할 정도로 아무것도 하지 않았던 국가, 그리고 무엇보다 참을 수 없었던, 반복되는 참사를, 아픔과 분노를 목격했다. 아니, 겪어왔다.

영화 <세 가지 안부>는 세월호 이후의 세월을 어떻게 살아냈는지, 그 기억을 안은 사람들은 어떤 삶을 이어가고 있는지, 안부를 건네듯 묻는다. 팽목항에서의 질문을 아직 품고 있는 언론인. 유류품을 따라가며 견뎌온 시간을 훑는 유가족. 매년 친구를 보러 봉안당으로 떠나는 생존자와 친구들.

이들의 이야기를 따라가다보면, 세월호의 기억이 어떻게 우리 모두의 기억이 되었는지 돌이키게 된다. 풀어야 할 질문이 남아서, 10년 전과 달라진 게 없어서, 가족이, 친구가 보고 싶어서, 아직도 진실을 알지 못해서, 참사의 자리에 언제나 국가는 없어서, 또는 슬픔이 끝나지 않아서, 세월호를 기억한다. 너만 아픈 게 아니라고 손내미는 이를 만나서, 함께하다 보니 밥도 먹고 웃게 돼서, 같이 분노하고 아픔을 나눠서, 어떻게든 삶은 이어져야 하기에, 세월호를 기억한다.

우리는 세월호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 기억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각자의 고유하고 다채로운 세계에서, 역동하며 이어지고 있다. 그래서 세월호 이후의 세상을 함께 살아가고 있는 당신에게도 안부를 건네고 싶다. 괜찮냐고, 잘 지냈느냐고. 당신에게 세월호는 어떤 기억이냐고, 그 기억은 어떤 삶으로 이어지고 있느냐고. 그 곁에 같이 있고 싶다고.

– 서울인권영화제 상임활동가 고운

28프로그램 노트

프로그램 노트: 기억의 공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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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을 지키기 위해, 그리고 앞으로 나아갈 꿈을 위해 10년의 세월을 버티고 싸워온 공간들이 있다. 영화는 이 공간들을 돌보고 만들며 투쟁해온 사람들을 만난다.

광화문의 단식투쟁 천막에서 시작된 기억공간인 ‘기억의 빛’, 세 번이나 이전을 했지만 시민들의 힘으로 학생들의 흔적을 지켜낸 ‘기억교실’, 희생자들이 올라왔고, 가족들이 기다렸던 팽목항에 설치된 ‘팽목기억관’. 이 세 공간은 모두 ‘기억’이라는 단어를 포함하고 있다. 참사의 기억은 기록이 되고, 기록은 시민들에게 다시 기억을 남긴다. 이렇게 모인 애도의 기억들은 이와 같은 참사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어진다.

그래서 기억과 추모의 공간은 시민들과 가장 가까운 공간에 있어야 한다. 이러한 취지로  4·16생명안전공원을 안산시의 화랑유원지에 조성하고자 한다. 시민들이 산책하고, 운동하며, 뛰어노는 공간에 4·16생명안전공원을 건립하는 것이다. 일상 속에서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고, 왜 이런 일이 발생했는지, 안전사회는 어떠한 것인지, 그리고 자신의 꿈은 무엇인지 함께 감각하며 생각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이다. 그러나 2019년에 설립이 확정되었던 4·16생명안전공원은 지지부진한 행정으로 아직까지 미뤄지고 있다.

한마디로 ‘기억투쟁’이다. 영화 <기억의 공간들>은 이제 이태원과 오송 지하차도 참사를 마주한다. 사회적 참사와 재난이 계속되고 아픔이 반복되는 지금, 영화는 우리가 생각하는 진정한 애도와 안전사회에 대한 상상을 해보길 제안한다.

– 서울인권영화제 자원활동가 두부

32프로그램 노트

프로그램 노트: 헤제이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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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집은 댐에서 20m입니다. 댐이 무너지면 제가 도망칠 수 있을까요?”

영화 <헤제이투>에서 가장 잔혹한 대목 중 하나. 언제 붕괴될지 모르는 댐 아래 지역이 ‘자력구제지역’이라고 불린다. 댐을 건설한 광산 대기업 발리는 대피로와 집결지를 만들고 모의훈련을 실시하지만, 댐이 붕괴된다면 댐에서 20m 거리에 사는 조앙은  대피로에 진입하기도 전에 목숨을 잃을 것이다.

브라질의 댐 사고는 1986년부터 시작되었다. 특히 광산 폐기물을 이용하여 건설하는 폐석댐은 붕괴 위험이 높다. 2015년에는 푼당댐이 무너져 19명이 진흙에 묻혀 목숨을 잃었고, 2019년에는 브루마지뉴의 폐석댐이 붕괴되어 272명이 희생되고 여러 마을이 완전히 파괴되었다. 발리는 두 번의 참사 이후에야 채굴 방식 재검토에 착수했다. 영화 속 미나스제라스 지역의 폐석댐 역시 붕괴 위험이 높지만, 정밀 조사 및 보완 조치는 이루어지지 않는다.

댐, 송전탑, 발전소, 공항. 사회기반시설이라고 일컬어지는 것들이다. 그러나 발리가 댐을 통해 채굴의 이윤을 극대화하듯이, 이러한 시설들은 반드시 공공을 위해서만 만들어지지 않는다. 개발 과정은 너무 자주, 자본의 이익을 우선으로 고려한다. 삶의 공간을 잃는 이들이 반드시 생긴다. 그 안에 깃든 일상과 관계도 파괴된다.

영화에서 기후활동가 마리아는 “수백 명의 목숨값”으로 열린 것은 광산 대기업 발리의 돈줄이라며, “가족이 생매장”되는 걸 목격한 상황에서 “경제회복은 문제가 아니”라고 말한다. 댐 아래는 여전히 ‘자력’으로 피난이 어려운 만 명의 사람이 살고 있다. 낯설지 않다. 댐은, 생명을 담보로 한 채 경제를 운운하는 자본은, 어디에나 있다.

 

– 서울인권영화제 상임활동가 고운

45프로그램 노트

프로그램 노트: 오류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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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이 사라진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또 도시 공간의 삭제와 생성을 결정하는 것은 무엇일까. <오류시장>은 당연한 듯 반복되는 일방적 개발이 지우는 것이 무엇인지를 보여주고, 삶의 공간을 지키기 위해 움직이고 외치고 일상을 이어나가는 이들을 담는다.

50여 년 전부터 시장으로 불리었던 땅에 ‘오류시장정비사업’이라는 이름으로 주상복합아파트가 세워질 예정이다. 오류시장이 사라진다는 건 그저 물리적 공간의 변화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곳에 쌓인 시간, 오가는 사람들, 서로 인사하던 이름들, 물건을 사고 팔며 안부를 묻는 순간들, 서로 나눠 먹던 밥과 떡 냄새가 사라진다는 거다. 거기 머물던 사람들의 일상과 삶이 바뀌는 것이며, 저 높디 높아진 건물 안에 들어갈 수 없다는 거다.

공간에 투자한 사람들은 오류시장을 ‘정비’하기 위해 그 안에 있는 사람들을 내쫓고 가게들을 철거하고 순대를 팔던 3평 땅을 9명이 쪼개고, 시장을 노후화시킨다. 돈으로, 혹은 돈을 위해 누군가의 시간과 공간을 뺏는 것은 당연한 것일까? 누가 이 땅에 돈을 매기는가.

이 공간에서 40년 동안 떡을 만들고 팔며 뿌리를 내린 영동과 효숙은 개발이 당연한 수순이라 말하는 사회에 맞서 오류시장을 지킨다. 그리고 이들은 난생 처음 목소리를 내고 싸우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목소리는 또다른 목소리와 연결되고, 그 싸움은 또 다른 싸움을 하고 있는 이와 마주하게 한다. 지난한 싸움이 흐를수록 효숙과 영동의 외침은 점점 더 단단해지고 견고해진다. 오류시장에서 아직 사람이 살아간다.

 

– 서울인권영화제 자원활동가 마주

29프로그램 노트

프로그램 노트: 백미러로 본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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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이 이어지진 않아. 어딘가에서 끝나겠지”

2022년에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그렇기에 전쟁으로부터 대피하기 위한 피난 역시 계속된다. 감독 마치에크 하멜라는 전쟁이 3일째 되는 날부터 벤을 구입해 피난민을 국경으로 이송하는 활동을 시작하고 이를 기록하기로 한다. 그렇게 영화 <백미러로 본 전쟁>은 바로 그 순간에 도망치기로 결정한 사람들을 다루며 이들에 대한 복잡한 분석을 더하지 않고 생생한 이야기를 전달한다.

영화 속 우크라이나인들은 자신들의 집을, 가족을, 반려동물을, 꿈을 자리에 둔 채 국경을 넘기 위한 벤에 올라탄다. 그리고 한 아이가 말한다. “바다야! 여름엔 여기 돌아와서 물에 뛰어들겠지. 전쟁 끝나면 돌아올 거야, 그렇죠, 엄마?”. 콩고에서 유학을 왔다가 총격으로 부상을 입은 이주민이 말한다. “저에게 우크라이나는 제2의 고향이에요. 잠잠해지면 여기로 돌아올래요.” 어쩌면 전쟁으로 인해 폐허가 되어 흔적의 파편들만 남을 그곳을 사람들은 기억하고, 추억하고, 그리워하며 다시 돌아갈 그날을 상상한다.

공간이란 실체가 있는 물질적인 것뿐만 아니라 그 안에 깃든 존재와 일상의 관계를 의미한다. 전쟁은 실제 사람들의 구체적인 삶을 파괴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일상을 되찾고자하는 마음은 더이상 그 어떤 폭력으로도 지워지는 존재가 없기를 위해 함께하겠다는 마음으로 이끈다.

– 서울인권영화제 자원활동가 두부

32프로그램 노트

프로그램 노트: 축하해, 덱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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덱스는 의사로부터 바이러스가 미검출되었다는 얘기를 듣는다. 2년 만에 이발소에도 들르고 친구의 아이 생일파티도 가는 덱스. 덱스가 들르는 곳마다 사람들은 오랜만에 등장한 덱스를 환영하고 환대한다.

영화의 주 무대는 파티장이다. 드랙퀸이 사회를 보는 어린아이의 생일파티는 퀴어 친구들이 모여 벌이는 축제의 장이다. 2년 간 어디 갔었냐는 친구의 반응을 보아 덱스가 누구에게도 HIV 감염 사실을 알리지 않고 잠적했음을 알 수있다. 

HIV/AIDS는 약으로 관리가 가능한 질병이다. U=U(Undetectable=Untransmittable 바이러스 미검출 = 전파불가) 캠페인에서 알 수 있듯, 꾸준한 관리로 덱스처럼 바이러스가 미검출되면 타인에게 전파되지 않는다. 그럼 HIV/AIDS, 감염인에 대한 혐오와 낙인도 끝인 것일까? 그렇다면 왜 덱스는 그동안 밖으로 나오지 않았던 것일까?

아직도 ‘동성애=에이즈’가 혐오의 논리로 작동하고, 감염인에 대한 의료 차별∙고용 차별이 만연하다. 격리와 배제로는 안전한 세상을 만들 수 없다. 에이즈를, 성소수자를 낙인 찍는 논리일 뿐이다. 바이러스가 전무한 백색의 세상 역시 실존하는 수많은 감염인을 삭제하는 환상일 뿐이다.

영화는 HIV/AIDS에 대해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는다. 대신 덱스와 친구들의 관계에 집중한다. 영화 전반에서 보듯 서로의 퀴어함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사랑하는 관계망은 덱스가 고립을 끊고 다시 세상으로 나갈 수 있는 힘이 된다. 끊임 없이 연루되고 관계를 맺는 것. 영화는 감염인이 동료시민으로 함께 살아갈 수 있게 반드시 필요한 발판을 상상해보게 한다.

– 서울인권영화제 자원활동가 나기, 소하

22프로그램 노트

프로그램 노트: 50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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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 눈에 우리는 친구 사이다. 나는 친절한 사람, 너는 불쌍한 사람. 사람들은 왜 우리 사이를 자꾸만 마음대로 정의할까.

<50cm>의 가영과 은정은 동성연인이며, 장애/비장애인 연인이다. 가영은 마라톤을 좋아하고, 더운 날씨에 땀을 빼며 연습하고, 가고 싶은 곳을 향해 나아가다가 때로는 실수도, 다툼도 하는 입체적인 인물이다. 시각장애를 가지고 있는 장애여성이며, 은정과 한껏 싸우고 샤워를 하다가도 먼저 손을 뻗어 키스하고, 섹스하는 레즈비언이다. 하지만 남들의 시선 아래 가영과 은정은 동등한 동료선수가 되거나 연인이 될 수 없다.

복합적인 소수자 정체성을 가진 이에게 향하는 혐오와 차별은 거대하고 시끄럽다. 하지만 때로는 너무나 부드럽고 조용하다. 아주 자연스럽게 어떤 관계들을 각색하거나, 삭제한다. 서로의 생을 함께하고, 때로는 투닥거리는 연인은 동성이라는 이유로, 또는 동성으로 보인다는 이유로 너무 당연하게 ‘친구’ 사이가 된다. 장애여성의 비장애인 애인에게 사람들은 ‘착한 사람’이라며 한편으로는 측은해한다. 우리의 사랑을 상상조차 하지 않는 것, 있는 존재를 부정하고 삭제하는 것, 이것이야말로 가장 막강한 혐오가 아닐까. 

하지만 가영과 은정이 있고, ‘너’와 ‘나’는 어디에서나 존재하듯 이들의 존재도, 이들의 성적 권리와 욕망도 항상 존재하고 있다. 혐오에 맞서기 위해서는 법제도적인 변화도 반드시 필요하지만, 이 존재들이 혐오를 넘어 숨을 쉬게 하는 것은 이들의 고유한 관계이다. 

가영과 은정은 트랙을 벗어나기로 한다. 타인이 정의하는 너와 내가 아닌, 우리가 정하는 우리의 고유한 길을 만들어 나가려고 한다. 너와 나, 우리는 지금 여기 당신의 곁에 있다. 

 

– 서울인권영화제 자원활동가 안나

27프로그램 노트

프로그램노트: 이런 몸을 찾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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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라는 춤춘다. 친구를 만난다. 운전한다. 휠체어를 타고 이동한다. 연애를 한다. 자신과 같은 몸을 가진 사람이 있는지 궁금해진다. 덜 외롭기 위해 자신과 같은 몸을 가진 사람들을 찾아나서는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열심히 촬영하던 중 임신한 엘라. 낳기로 결정하고 출산한다. 아기에게 ‘리버’라는 이름을 지어준다. 잠깐! 나의 프로젝트는 끝나지 않았어! 엘라는 다시 사람들을 찾아 나선다.

엘라의 삶에서 자연스럽지 않은 것은 없다. 그냥 엘라의 삶이다. 하지만 엘라의 몸이 세상과 만날 때 엘라의 몸은 ‘자연스럽지 않은 것’이 된다. 누구는 수술을 권하고 누구는 엘라의 ‘그냥 사랑스러운 파트너’를 ‘히어로’라고 부른다. 

인터뷰를 하며 관계 맺은 비슷한 몸을 가진 사람들이 모두 모여 각자의 경험을 이야기 하며 공감한다. 하지만 비슷한 몸을 가졌을 뿐, 모두 다른 삶을 살아왔다. 찰리의 엄마는 수술에 대한 생각을 이야기 한다. 큰 수술로 찰리의 어린 시절을 조금도 잃고 싶지 않고, 지금의 우리에게는 수술하지 않는 것이 최고의 선택이라고.

‘다른’ 몸을 가지고 있다면 수술을 통해서 교정해야 하는 걸까? 엘라는 ‘찰리는 지금 완벽하다고 말한다. 사회는 어떻게 하면 장애인을 비장애인과 비슷하게 만들 수 있을지, 혹은 비슷해 보이게 할 수 있을지 고민한다. 그 고민은 누구를 위한 고민인 걸까? 세상이 말하는 ‘정상적인 몸’은 다름을 이해하지 않는 비장애중심주의에 뿌리를 두고 있다.

엘라의 여정은 ‘이런 몸을 찾습니다’에서 시작했지만 사실 세상에 ‘이런 몸’, ‘나와 완전히 같은 몸’은 없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다양한 몸을 가진 사람들이 만나고 모든 몸이 고유하게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일은 ‘모든 몸’ 의 몫이다.

 

– 서울인권영화제 자원활동가 요다

47프로그램 노트

프로그램노트: 당신이 미치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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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당신이 미치지 않도록>은 네덜란드, 노르웨이, 미국에서 각각 진행되는 정신건강 증진 프로젝트와 이에 참여하는 인물을 각각 따라간다. 이 프로젝트에서 말하는 정신건강 증진이란 결국 정신질환/정신병을 ‘예방’하는 것이다. 꼼꼼한 설문과 상담을 통해, 스마트폰, 스마트워치, 스마트홈 등의 시스템과 기술을 통해, 미세한 개인정보의 축적을 통해, 인물의 정신건강은 분초 단위로 모니터링 된다.

언뜻 보면 무척 환영할 만한 신기술과 의학의 발전으로 보이기도 한다. 이러한 시스템과 함께라면 불안도, 공포도, 우울도, 공황도, 편집증도 없어지는 것……일까?

이 시스템으로 정신질환이 정말 예방 가능한가 묻기 이전에, 예방하고 싶어하는 욕망에 대해 묻고 싶다. 왜 우리는 정신질환을, 아픈 정신을, 아픈 몸을 피하려고만 하는가? 왜 아픈 사람을 배제하려고만 하는가? 아픈 몸은 아픈 몸의 방식으로 세상을 만날 수 없는 것인가?

각종 스마트 기기가 출현하고, 데이터가 수집되고, 의학연구가 발달할수록 사회는 ‘정상’과 ‘표준’을 더욱 정확하고 집요하게 보여준다. 여기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난다면, 이는 치료되어야 하고 교정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이상하거나 비현실적인 느낌이 든다”, “별다른 의미 없이 개수를 세어본다”, “쉽게 겁에 질린다”. 이 질문들 앞에 놓일 스펙트럼은 정상과 비정상으로 낱낱이 구분된다. 그러나 영화에서 말하듯 우리의 몸은 0과 1로, 숫자로, 정상과 비정상으로만 구분되지 않는다. 각각의 몸은 각각의 세계를 경험한다. 그것이 ‘미친’ 몸일지라도, 그렇기에, 그가 만나는 세상은 고유하며 존엄하다. 

 

– 서울인권영화제 상임활동가 고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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