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회 서울인권영화제 국내작 공모 선정을 마치며

소식


나무가 흔들릴 때 마음이 찾아온다 When the Trees Sways the Heart

이지윤|2025|한국|40분|다큐멘터리

聯; 잇닿을 연 And it goes on

조유나|2025|한국|12분|다큐멘터리

마루와 내 친구의 결혼식 Maru and My Friend’s Wedding

이현빈|2024|한국|31분|극

무색무취 Colorless, Odorless

이은희|2024|한국, 대만|55분|다큐멘터리

우리는 광장에서 Where we become us

장병철,최호영,이현호,박채한,이명훈,최종호|2025|한국|95분|다큐멘터리

이슬이 온다 Raining Dust

주로미, 김태일|2025|한국|118분|다큐멘터리

이어달리기 Relay Race

고효주|2025|한국|88분|다큐멘터리

쪽 jjok

조주현|2025|한국|25분|다큐멘터리

착지연습 Grounding

마민지|2025|한국|107분|다큐멘터리

파기상접: 깨진 그릇 붙이기 Kintusgi

임지수|2025|한국|72분|다큐멘터리

팔레스타인을 위한 두 대의 카메라 Two Cameras for Palestine

이예진|2025|한국|19분|다큐멘터리

한강가에 모여 Gathered by the Han River

조현진|2025|한국|40분|다큐멘터리

함께 먹자 밥! Let’s eat together

조상지|2025|한국|27분|다큐멘터리

E동의 시간들 Moments in Building E

이소명|2025|한국|33분|다큐멘터리

K-ALMA-Q

안소정, 라마잔 키르기즈바예|2024|한국, 카자흐스탄|29분|다큐멘터리


27회 서울인권영화제는 국내 작품 공모를 통해 557편의 출품작을 만났습니다. 많은 창작자가 자신의 영화에 인권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고 믿고 본 공모에 접수해주셨다는 사실이 인상 깊었습니다. 서울인권영화제 상임활동가 및 이음활동가 20명이 8주 간의 숙고를 거쳐 총 15편의 작품을 27회 서울인권영화제 상영작으로 선정하였습니다.

퇴진 광장이 마무리된 이후 14개월 만에 27회 서울인권영화제를 맞이합니다. ‘광장’이라는 말이 이제 좀 지겨워졌을까 싶기도 하지만, 끝내 그럴 수 없는 현실을 생각합니다. 이번 작품 공모에서는 저마다의 광장을 담은 이야기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누군가는 지워진 이들의 이름을, 누군가는 자신의 가장 아픈 약점을, 누군가는 국가폭력에 부딪힌 사랑하는 이를, 구조적 차별에 맞서는 선명한 투쟁의 현장을, 인간・비인간 존재와 맺는 다정한 돌봄의 관계를 카메라에 담았습니다. 늘어난 출품작의 수만큼 더욱 다양한 입장과 시선에서 기록된 영화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선정 과정에서 영화제 활동가들은 개인적 서사에 기반한 다큐멘터리가 이전보다 많아졌음을 체감했습니다. 어디까지가 사적인 이야기인지, 어디부터가 충분히 공론장에서 함께 논할 만한 이야기인지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이 역시 뚜렷한 경계를 나눌 수는 없었습니다. 어떤 이야기도 ‘사적이기만’ 하진 않았기 때문입니다. 선정된 작품 모두 어떤 사적 영역에서 출발하면서 우리 모두 서로 연루되어 있음을 말하며 논의의 장을 제안하는 영화들입니다.

또한 올해 공모작 중에서는 일인칭 내레이션을 중심으로 작품을 전개해 나가는 경우도 적지 않았습니다. 다양한 논조를 목격하는 즐거움도 분명 있었으나, 어떤 작품들의 경우 영화의 구성보다 내레이션의 논리가 다소 앞서나가거나 비껴나 있지 않느냐는 의견 또한 있었습니다.

한편 어떤 사건, 운동에 대하여 사후적인 감각이 드러나는 작품들이 이전보다 많이 눈에 띄었습니다. 현재까지 충분히 논의가 이어지고 있거나, 의의가 이어져야 하는 사안에 대해서도 회고적 태도를 보이는 작품들도 있었습니다. 모두 의미 있는 작업이었고 귀중한 이야기를 나누게 해주었으나, 과거를 돌아보면서도 지금을 통과하며 말을 거는 영화를 우선하였습니다.

미술과 영화의 경계를 넘나드는 작품들도 이전보다 자주 볼 수 있었습니다. 서울인권영화제 또한 극장 ‘바깥’에서 영화제를 만들어 나가며 스크린의 위치와 역할에 대해 고민하는 만큼, 색다른 시도를 만날 수 있어 기뻤습니다. 하지만 한정된 상영 시간・공간 안에서 상영을 진행해야 하기에, 작품 내적으로 이해가 너무 어렵다고 판단되는 영화는 결국 내려놓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더욱 다양한 공간에서 다양한 시도를 만날 수 있게 되길 바랍니다.

2개월 가까이 진행된 선정 논의는 ‘인권영화’란 무엇인지, ‘인권’과 ‘영화’는 어떤 관계를 맺으며 서로 만나는지 답을 찾아가는 여정이었습니다. 이야기를 거듭할수록 ‘인권’이라는 단어는 자꾸 낯설어졌습니다. 소수자를 다루고 있다면 그것만으로 인권영화라고 할 수 있는지, 한편으로는 우리가 인권을 너무 좁게 정의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인권과 영화의 경계를 너무 한정 짓고 있는 것은 아닌지 끊임없이 질문해야 했습니다. 결국 그 어떤 질문도 하나의 정답으로 끝맺지는 못했습니다. 인권이란 ‘끊임없는 질문’과 ‘알 수 없음’ 사이 어딘가에 존재하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작품들을 통해 만난 세계는 영화를 만들지 않고는 결코 알 수 없는 어떤 마음들이었으리라 생각합니다.

선정된 15편의 영화들은 모두 고유한 지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어떤 작품은 카메라와 인물 사이의 거리감이 느껴져서, 어떤 작품은 그 거리를 뭉개서 좋았습니다. 어떤 영화는 서울인권영화제가 익숙한 이야기를 선명하게 담고 있어서, 어떤 영화는 전혀 새로운 이야기를 만나게 해주어 좋았습니다. 어떤 장면은 투박해서, 어떤 장면은 정교해서 좋았습니다. 어떤 시선은 차가워서, 어떤 시선은 따뜻해서 좋았습니다.

한편 이번 공모 출품 요건에는 한글자막을 필수로 두진 않았으나, 상영작 선정 과정에 시청각장애인이 함께할 수 있음을 명시했습니다. 전체 557편의 작품 중 한글자막이 있는 작품은 96편으로, 개인 출품의 경우 약 39%, 단체 출품은 약 6%의 작품에 한글자막이 있었습니다. 자막 여부가 선정 과정에서 논의되진 않았으나, 최종 선정작 15편 중 14편에 한글자막이 있음은 유의미한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선정과 비선정으로 구분되는 형태의 공모 방식에 대해서도 여실히 한계를 느낍니다. 하나의 작품이 여러 형태로 논의되면서, 선정 여부와 별개로 각각의 영화와 우리의 시야가 더욱 풍성해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런 영화들을 모두 상영작으로 모시지 못해 안타까운 마음입니다. 하루라도 빨리 서울인권영화제가 격년이 아닌 매년 개최로, 보다 안정된 조건으로 여러분을 만나 뵐 수 있길 바랍니다. 한정된 자원을 극복하고 더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공모에 참여해 주신 모든 분께 다시 한번 깊은 감사와 연대의 인사를 전합니다. 덕분에 다양한 목소리를 만나며, 우리의 목소리를 모을 수 있었습니다. 공모작 선정은 끝났지만 아직도 우리가 영화를 통해 하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은 끝나지 않은 것 같습니다. 남은 시간 동안 서울인권영화제 활동가들은 15편의 선정작을 포함한 상영작들이 담고 있는 복잡성과 연결성을 벼려가며 프로그램을 준비할 예정입니다. 연대의 광장, 해방의 스크린을 만들기 위해 애쓰겠습니다.

 

2026년 3월 11일 

서울인권영화제 활동가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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