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펼치기] 우리의 마음이 팔레스타인에 닿기를, 팔레스타인의 마음이 모든 땅과 바다에 닿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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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1. 서울인권영화제 깃발을 들고 행진 대열에 서있는 나기

사진1. 서울인권영화제 깃발을 들고 행진 대열에 서있는 나기안녕하세요. 서울인권영화제 자원활동가 나기입니다. 10월 18일 저녁, 제법 쌀쌀해진 날씨에 따듯한 긴소매 옷을 챙겨입고 집을 나섰습니다. 빈티지 샵에서 산 빨간색 아노락 셔츠에 초록색 손수건과 리본을 목과 팔에 둘렀습니다. 주최측에서 사전에 공유해준 드레스 코드였습니다. 왜냐하면, 빨간색과 초록색이 팔레스타인 국기를 상징하기 때문입니다. 

저녁 4시 보신각에서 개최된 <이스라엘의 가자 집단학살 2년 규탄 전국집중행동 “우리 모두가 팔레스타인이다”>는 팔레스타인 연대 단체에서 진행하는 부스 행사와 더불어 ‘소수자연대풍물패 장풍’, ‘호레이’, ‘국제전략센터 드럼팀’의 공연과 행진으로 즐겁고 화려하게, 흥과 리듬으로 이어졌습니다. 서울인권영화제는 퀴어팔레스타인연대 QK48 부스에서 함께했습니다. 퀴어 해방과 팔레스타인 해방이 어떻게 연결되어있는지, 우리는 왜, 어떻게 연대를 해야 하는지 등 자주 받는 질문을 정리한 FAQ 신문을 처음으로 배포하기도 했습니다.

사진2. QK48 부스 앞에서 서울인권영화제 고운 활동가, 제주퀴어프라이드 도윤 활동가가 FAQ 신문을 들고 서 있다.
사진2. QK48 부스 앞에서 서울인권영화제 고운 활동가, 제주퀴어프라이드 도윤 활동가가 FAQ 신문을 들고 서 있다.
사진3. 엽서 모양 보드에 '팔레스타인 민중의 고통과 슬픔과 분노에 공감하고 이해하며 연대합니다', '반올림도 함께합니다. 팔레스타인의 완전한 해방을!', 등등 다양한 메시지들이 포스트잇으로 붙어 있다. 받는 사람에는 '팔레스타인의 퀴어들'이라고 적혀 있다.
사진3. 엽서 모양 보드에 ‘팔레스타인 민중의 고통과 슬픔과 분노에 공감하고 이해하며 연대합니다’, ‘반올림도 함께합니다. 팔레스타인의 완전한 해방을!’, 등등 다양한 메시지들이 포스트잇으로 붙어 있다. 받는 사람에는 ‘팔레스타인의 퀴어들’이라고 적혀 있다.

그리고 팔레스타인 퀴어들에게 전하고픈 메시지를 모으고, 팔레스타인 퀴어들이 우리에게 전하는 메시지를 나눠 드리기도 했어요. 무대에 오른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난민 활동가의 힘찬 구호와, 지난 달 27일 한국인 최초로 가자지구 구호선단에 승선한 ‘해초’와의 영상 통화로 모두가 한 마음으로 가자지구의 평화를, 팔레스타인의 해방을 염원했습니다. 저 역시 서울인권영화제 깃발을 들고 사람들과 함께 ‘프리 프리 팔레스타인!’을 외쳤습니다. 구호는 외치면 외칠수록 강해졌고, 우리의 연결은 단단해졌습니다. 

사진4. 행진하는 사람들 앞에 현수막이 하나 있고, 현수막 너머로 행진 차량에서 발언하는 활동가가 있다.
사진4. 행진하는 사람들 앞에 현수막이 하나 있고, 현수막 너머로 행진 차량에서 발언하는 활동가가 있다.

다름아닌 한국인이 가자지구 구호선 탑승하여 나포되었다는 소식이 보도된 후, 언론과 온라인 상에서 평소보다 많이 팔레스타인에 대한 이야기가 흘러나온 바 있지요. 그래서 그런지 이번 전국집중은 예상보다 큰 규모로 진행되었습니다. 올해 초까지 이어졌던 윤석열 퇴진 범시민 대행진이 떠올랐고, 이곳에 함께하는 동지들이 어떤 마음으로 추운 바람을 뚫고 깃대를 올렸는지 궁금해졌습니다. 행진을 하는 중간중간 우리 옆을 지나가는 자동차의 경적 소리에 깜짝깜짝 놀라기도 했습니다. 사실 저는 그것이 비난의 어조인지 지지의 어조인지 정확히 구분이 되지 않았습니다. 제 앞에 계신 어느 동지께서 그쪽을 향해 가운데 손가락을 날리셨기에 아마도 좋은 의미의 경적은 아니었을거라 유추해볼 뿐이었습다. 혹자는 왜 한국에서 이렇게 팔레스타인 문제에 관심을 갖느냐 말합니다.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이 세상에 나와 단절된 ‘사건’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고요. 우리가 이 사회에서 사는 이상 모든 참사와 폭력은 언젠가 나와 연루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스라엘의 인종학살은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용인으로 가능하며, 우리나라의 현대중공업은 이스라엘에 포클레인 장비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저는 저와 관계맺은 이 사회가 인종학살에 공조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무엇보다 팔레스타인이 아무도 모르게 피지배국가로 사그라들도록 가만히 있지 않을 것입니다. 팔레스타인과 함께 시끄럽고 요란하게 북을 두들기며 사람을 죽이지 말라고, 그 어떤 이유에서든 학살이 용인되어서는 안 된다고 외칠 것입니다. 

전국집중행동이 끝나고 같은 자리에서 한국인 가자지구 구호선단 선원 ‘해초’의 뜻을 지지하는 <해초와 친구들> 문화제도 열렸습니다. 감사하게도 그곳에서 발언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습니다. 그때 발언한 내용의 일부를 이곳에도 공유하며 글을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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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폭력과 혐오, 참상 앞에 개인의 삶은 무너질 수밖에 없습니다. 겉잡을 수 없는 공포 앞에서 쉽게 무력해지고 마음이 타들어갑니다. 하지만 우리가 나와 다른 너를 맞딱뜨릴 때, 나와 다른 당신이 나와 같은 마음으로 두려움에 떤다는 것을 마주했을 때, 우리의 공포와 두려움은 마주침으로, 얽힘과 연루로, 삶의 힘으로 치환될 수 있습니다. 저는 언젠가 폐허가 된 집에서 먼지 묻은 찻잔을 꺼내 티를 즐기는 팔레스타인 영상을 본 적 있습니다. 그 마음은 어떤 것이었을 까요. 사사롭고 사소한 사건이, 작고 평범한 사람이 모여 물길을 만들고, 그 마음이 모여 해류가 될 수 있지 않을까요. 그리고 각자의 일상에서도 우리는 단단한 해류의 마음으로, 강인한 해초의 마음으로 팔레스타인의 해방을 외칠 것입니다.

(중략)

팔레스타인이 사소하고 사사로운 일상으로 되돌아 갈 수 있기를, 팔레스타인에 자유와 해방이 도달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팔레스타인의 해방이 곧 해초의 해방이 되기에, 해초의 해방은 곧 우리의 해방이 될 것이기에, 사랑과 연대의 마음을 담아 이 글을 씁니다.

우리의 마음이 해초에게 닿기를,

해초의 마음이 팔레스타인에게 닿기를,

팔레스타인의 마음이 모든 땅과 모든 바다에 닿기를,

팔레스타인에게 해방을! 투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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