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펼치기] “끝나지 않는 밤”을 넘어 해방의 새벽으로

소식

지난 10월 7일을 기억하시나요?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집단학살이 시작된 지 2년이 되는 날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날 저녁 주한이스라엘대사관 근처에서 이 학살을 멈추기 위해, 희생된 이들을 잊지 않기 위해 사람들이 모였습니다.

원래는 밤을 지새우는 일정이었습니다. 하룻밤을 꼬박 함께하며 추모와 애도의 마음을 나누고, 그동안 같이 연대하고 투쟁해온 서로를 위로하고 응원하는. 그런데 야속하게도 종일 비가 멈추지를 않았습니다. 확 쏟아지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딱 그치는 것도 아니고, 안개처럼 작은 빗방울이 계속 흩날렸어요. 멈추지 않는 학살에 대한 눈물이 그렇게 흩날렸던 걸까요?

사진1. LED트럭 스크린에서 영화 “끝나지 않는 밤”이 상영 중이다. 참가자들은 바닥에 작은 플라스틱 의자와 깔개 등을 깔고 우산, 우비 등을 쓴 채로 영화를 보고 있다. 트럭 저 뒤편으로 주한이스라엘대사관이 있는 빌딩이 있다.
사진1. LED트럭 스크린에서 영화 “끝나지 않는 밤”이 상영 중이다. 참가자들은 바닥에 작은 플라스틱 의자와 깔개 등을 깔고 우산, 우비 등을 쓴 채로 영화를 보고 있다. 트럭 저 뒤편으로 주한이스라엘대사관이 있는 빌딩이 있다.

그래도 사람들은 삼삼오오 모여 자신을 소개하고, 어떤 마음으로 여기에 왔는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그리고 저녁 8시 반이 조금 넘어 영화 <끝나지 않는 밤> 상영을 시작했습니다. 알자지라의 다큐멘터리 프로그램 ‘폴트 라인스’에서 제작한 다큐멘터리로, 가자학살을 겪어낸 팔레스타인 민중의 증언을 담고 이 학살에서 국제사회, 특히 미국이 어떻게 연루되어있는지를 짚어냅니다. 사실 편한 마음으로 볼 수 있는 영화는 아니었습니다. 학살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그 증언을 직접 들어야 했으니까요. 심지어 부상당한 어린이를 구출하러 가는 구조대를 폭격하는 이스라엘의 폭력성은 분노나 슬픔의 감정만으로 묘사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하지만 고통스러운 마음을 눌러내고 이런 장면들을 마주해야만 하는 때가 있는 것 같습니다.

영화가 끝난 뒤에는 해방을꿈꾸는씨네클럽의 한나, 채연 동지의 진행으로 소그룹 이야기 나눔이 진행되었습니다. 두 가지 질문(영화는 집단학살 피해자 당사자들의 관점을 다룹니다. 그들의 관점을 포함시킴으로 영화에 어떤 영향이 있나요? 그들의 목소리를 듣고 고통을 목격하는 우리로서 어떤 책임이 있을까요? / 집단학살이 시작한 지 2년이 지났습니다. 팔레스타인 해방 운동의 시사하는 점이 무엇일까요? 지난 2년간 어떤 깨달음이 있었고 앞으로 어떻게 나아가야 할까요?)을 중심으로 4~5명의 참가자들이 그룹을 지어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비가 계속 내렸지만 우비와 우산을 나눠 쓰며 서로의 마음을 전했습니다.

사진2. 오픈마이크 모습. QK48 활동가 화가 팔레스타인 시인의 시를 낭독하고 있다. 옆에서는 확성기를 들어주고 있다.
사진2. 오픈마이크 모습. QK48 활동가 화가 팔레스타인 시인의 시를 낭독하고 있다. 옆에서는 확성기를 들어주고 있다.

밤샘 일정이 불가능해져, 영화 프로그램은 조금 일찍 마치고 오픈마이크가 시작되었어요. 다양한 이들이 발언과 노래, 시 낭독을 이어갔습니다. 우리가 바라는 것은 학살과 점령 종식으로 같을지라도, 어떻게 이 자리에 오게 되었는지, 어떤 마음으로 있는지는 서로 조금씩 다르다는 것이 느껴졌어요. 그리고 그 다름들이 왠지 다행이라고도 느껴졌습니다. 어떤 것이 정답일까, 어떻게 해야 맞을까, 우리는 때로 멈추지 않는 고민을 이어나가지요. 하지만 어떤 모습으로든, 어떤 방법으로든, 최소한 한 사람에게는 가닿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동지가 늘어나고, 해방을 바라는 이들이 늘어난다면, 언젠가 팔레스타인 해방도 오게 될 것이라고요. 물론 그 시간이 하루라도, 한 시간이라도 빨랐으면 좋겠습니다. 더 이상 죽고 다치고 억압 받는 이들이 없도록요.

지금은 불완전한 휴전 협상이 체결된 상황입니다. 하지만 이는 시작일 뿐, 우리는 앞으로도 해방을 향해 나아갈 것입니다. Free Free Palestine!

– 서울인권영화제 상임활동가 고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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