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펼치기] 광장을 잇는 우리가 기후정의다!

소식

지난 9월 27일, 광화문 일대에서 927 기후정의행진이 진행되었습니다. 서울인권영화제는 사전행사부터 참여하여 부스 운영도 하고, 본집회와 행진을 함께했어요. 특히 행진 경로 중 다섯 번째 거점이었던 평화거점에서 팔레스타인과 연대하는 거점 프로그램도 함께했습니다.

저는 사실 행진 당일에는 영화제 동료들과 함께하지 못했어요. 왜냐면…… 어쩌다보니 927 기후정의행진 집행위원회에 합류하여 행진반에 들어가게 되었거든요. 또 어쩌다보니…… 행진반장이 되면서 행진을 준비하며 많은 것을 배우고 함께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준비부터 마무리까지, 927 기후정의행진 활동을 소개해보려고 합니다.

사진1. 927 기후정의행진 중 다이인 퍼포먼스 모습. 서울시청 부근 무교로. 참가자들이 다이인을 진행하며 도로에 누워있다. 뒤에는 나무닭움직임연구소의 조형물 삼두매가 대오를 수호하듯 서있다. (사진 출처: 927 기후정의행진 조직위)
사진1. 927 기후정의행진 중 다이인 퍼포먼스 모습. 서울시청 부근 무교로. 참가자들이 다이인을 진행하며 도로에 누워있다. 뒤에는 나무닭움직임연구소의 조형물 삼두매가 대오를 수호하듯 서있다. (사진 출처: 927 기후정의행진 조직위)

927기후정의행진은 660개 이상의 단체와 수만명의 시민들이 모여 기후위기와, 기후위기를 유발한 체제의 불평등과 부정의를 규탄하고, 기후정의 실현을 요구하기 위해 진행한 행진이었습니다. 이번 행진의 슬로건을 기억하시나요? 바로 “기후정의로 광장을 잇자”였습니다. 지난 겨울 계엄을 넘어 민주주의의 봄을 가져온 광장의 정신을 기후정의로 잇자는 뜻이었지요. 그래서 바로 그곳, 광화문 동십자각 부근에서 본집회를 진행하고 그 일대를 행진하기로 했습니다.

행진 경로를 정하는 일은 쉽지 않았지만 즐거웠어요. 참여자들이 너무 힘들지 않도록, 그리고 돌아와서 마무리 집회까지 할 수 있도록, 그리고 무엇보다 이번 행진의 기조를 잘 알릴 수 있도록 경로를 잘 짜야 했습니다. (올해 927 기후정의행진은 6대 요구안, 그리고 18개의 세부요구안이 있었답니다.) 우여곡절 끝에 행진경로는 광화문 동십자각 본집회 장소에서 출발하여 안국동사거리를 지나, 종각역, 을지로입구역, 서울시청, 주한이스라엘대사관을 거쳐 세종대로로 돌아와 마무리집회를 하는 것으로 결정되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난생 처음으로 자유통일당 집회에 가보기도 했어요…^^;; 저희랑 시간이 겹치는 바람에, 행진을 어디로 갈 것인지가 불투명했거든요. 새로운 경험이었습니다….)

사진2. 자유통일당 집회에 견학(?) 간 고운과 민희(플랫폼C 활동가, 행진팀장)가 브이 포즈를 하고 서있다. 뒤편에 ‘천만국민혁명으로! 자유대한민국지킨다!’라고 적힌 현수막이 붙은 트럭이 있다.
사진2. 자유통일당 집회에 견학(?) 간 고운과 민희(플랫폼C 활동가, 행진팀장)가 브이 포즈를 하고 서있다. 뒤편에 ‘천만국민혁명으로! 자유대한민국지킨다!’라고 적힌 현수막이 붙은 트럭이 있다.

제가 있었던 행진반에서는 행진 경로를 정하는 것뿐만 아니라 행진과 관련된 거의 모든 것을 준비했습니다. 행진 대오를 이끌 차량이끄미(사회자)를 섭외하고, 경로 곳곳에 6대 요구안을 드러낼 수 있는 거점을 마련하고, 행진의 투지를 불태워줄 노래를 선곡하고 구호를 만들고(위플래시 구호 녹음을 위해 처음으로 코인노래방에서 녹음 기능을 사용해보기도…), 행진 대오 곳곳에서 흥을 높여줄 공연/구호이끄미를 모집하고, 조형물 행진과 자전거 행진을 준비하고, 행진 당일 모든 것을 함께할 자원활동가를 모으고……. 다양한 활동 배경을 가지고 있는 팀원들이 세 달이 채 안 되는 시간 동안 정말 많은 부분을 준비하고 채워나갔습니다.  특히 행진이 있던 주간에는 매일 아침 참여연대 느티나무홀로 출근해서 집행위원 회의를 하고 실무를 하나하나 점검하며 꼼꼼히 준비했어요. 

사진3. 행진팀원들과 음향업체, 경찰 등이 함께 합동 답사를 하고 있는 경복궁 동십자각 부근. 행진 전에 수 차례 답사를 다녔다.
사진3. 행진팀원들과 음향업체, 경찰 등이 함께 합동 답사를 하고 있는 경복궁 동십자각 부근. 행진 전에 수 차례 답사를 다녔다.

그리고 대망의 9월 27일 당일! 토요일 아침 7시부터 무대 설치가 시작되었습니다. 오전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네요. 무대와 부스가 설치되고, 자원활동가들이 모이고, 각종 점검 미팅이 진행되면서 시간이 빠르게 흘러갔습니다. 오후 12시 30분부터는 사전행사로 부스가 열렸는데요, 총 45개나 되는 단위들이 기후정의와 관련한 활동을 홍보하거나 체험존을 운영했습니다. 저희 서울인권영화제 활동가들도 부스를 꾸리고 운영했어요. 927 기후정의행진 6대 요구안 각각을 고민하며 볼 수 있는 인권영화들을 소개하고, 내가 바라는 기후정의를 적고 심는 ‘기후정의 심기’ 프로그램도 진행했습니다. (영화 소개는 여기에서 확인하실 수 있어요! : https://docs.google.com/document/d/17IXhXbz6HUJq-pWWxPBDge_0wI3-onR1wRp9Aj0valw/edit?tab=t.0

사진4. 서울인권영화제 부스의 모습. ‘927 기후정의행진의 6대 요구안을 인권영화로 만나요!’라고 적힌 패널에 영화 소개가 붙어있다.
사진4. 서울인권영화제 부스의 모습. ‘927 기후정의행진의 6대 요구안을 인권영화로 만나요!’라고 적힌 패널에 영화 소개가 붙어있다.

곧이어 13시부터는 서십자각터 부근에서 오픈마이크가 진행되었습니다. 한 시간 반을 꽉 채워 노래와 발언, 시 낭독 등의 프로그램이 이어졌습니다. 정말 다양한 삶의 현장에서 고민하고 실천하는 기후정의에 대한 이야기들이 가득했다고 하는데요, 저는 다른 일들로 오픈마이크 현장을 볼 수가 없어 너무 아쉬웠답니다…. 그런데 중계영상을 유튜브에서 다시 볼 수 있다고 하네요! https://www.youtube.com/live/W9h2pjHOvvw?si=jxxlHaZFOvUI3KhR 

15시에 시작한 본집회는 한 시간 남짓 이어졌습니다. 일상이 된 기후재난이 우리의 일터와 삶터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기후부정의에 맞서는 다양한 현장의 증언을 듣고, 기후정의로 우리의 광장을 이어가자는 결의를 다지는 이야기가 이어졌습니다. 올해 합창 공연은 평화의나무합창단 , 여러모로합창단, 아는언니들, 지보이스, 종합예술단 봄날, 416합창단, 이소선합창단 , 참여연대 참좋다, 방탄노년단에서 백 명 남짓한 단원이 함께하며 박미리 416합창단장님의 지휘 하에 메가크루 미션을 꾸렸습니다. 다양한 목소리가 어우러지는 힘이 정말 감동적이었답니다. 본집회 마지막에는 행진 출발을 준비하며 싱어송라이터 느린 님의 927 기후정의송 <광장을 잇자> 공연이 이어졌습니다.

사진5. 무대를 가득 채운 927 기후정의합창단의 모습. 합창단 뒤 스크린에는 중계화면과 함께 수어통역, 문자통역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 출처: 927 기후정의행진 조직위)
사진5. 무대를 가득 채운 927 기후정의합창단의 모습. 합창단 뒤 스크린에는 중계화면과 함께 수어통역, 문자통역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 출처: 927 기후정의행진 조직위)

참가자가 많아 행진 대오가 모두 출발하기까지는 꽤 많은 시간이 걸렸습니다. 하지만 차량이끄미, 공연/구호이끄미들의 힘찬 선동으로 기후정의를 향한 행진의 분위기가 후끈 달아올랐습니다. 나무닭움직임연구소에서 준비한 인형들은 환경과 생명을 지키는 전국교사모임과 자원활동가들, 한국노총 노동자들의 몸짓으로 생명을 얻었습니다. 참가자들은 다양한 모습으로 준비해 온 피켓 등을 들고 발맞춰 걸어 나갔습니다.

행진을 출발하여 처음 만나는 거점은 안국동사거리에 마련된 감축거점이었습니다. 우리나라 감축 목표가 국제 기준(IPCC)인 ‘1.5도’ 목표를 지키도록 활동하는 플랜1.5 동지들이 1번 요구안 “기후정의에 입각한 온실가스 감축 목표와 전환 계획을 수립하라!”를 외치는 거점이었습니다. 사다리와 확성기, 대형 피켓을 이용했어요. 

사진6. 2차 농민 거점에서 현수막 피케팅을 하고 있는 전농, 전여농 동지들. 현수막과 피켓에는 ‘기후위기=식량위기 시대, 줄어야 할 건 쌀 지배면적이 아닌 수입농산물!’, ‘농업이 탄소배출 악당? 진짜 악당은 수입농산물’, ‘일상이 된 기후재난 이러다 농민 다 죽는다’고 적혀있다.
사진6. 2차 농민 거점에서 현수막 피케팅을 하고 있는 전농, 전여농 동지들. 현수막과 피켓에는 ‘기후위기=식량위기 시대, 줄어야 할 건 쌀 지배면적이 아닌 수입농산물!’, ‘농업이 탄소배출 악당? 진짜 악당은 수입농산물’, ‘일상이 된 기후재난 이러다 농민 다 죽는다’고 적혀있다.

2차 거점은 농업을 살리고 기후위기에 맞서는 농민거점으로, 종각역 부근 전봉준 동상 앞에 마련되었습니다. 전농과 전여농 동지들이 피케팅을 하며 행진 대오를 맞이했습니다. 3차 거점은 한전 서울지부 부근으로, 공공재생에너지로 정의롭게 전환하는 에너지거점이었습니다. 공공운수노조 동지들이 LED트럭과 대형 피켓을 이용해서 거점을 운영했습니다. 석탄발전노동자들에게 공공재생에너지로의 총고용이 보장되어야 정의로운 전환임을 외쳤습니다. 

사진7. 5차 평화거점의 신발 던지기 퍼포먼스 모습. ‘가자지구 집단학살범 이스라엘 총리 최악의 기후악당 베냐민 네타냐후’라고 적힌 네타냐후의 사진이 커다랗게 인쇄되어 있다. 이를 향해 참가자가 신발을 던지고 있다. 네타냐후는 이번 927 기후정의행진 기후걸림돌 온라인 투표에서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사진7. 5차 평화거점의 신발 던지기 퍼포먼스 모습. ‘가자지구 집단학살범 이스라엘 총리 최악의 기후악당 베냐민 네타냐후’라고 적힌 네타냐후의 사진이 커다랗게 인쇄되어 있다. 이를 향해 참가자가 신발을 던지고 있다. 네타냐후는 이번 927 기후정의행진 기후걸림돌 온라인 투표에서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4차 거점은 서울시청 동편에 마련된 기후재난과 불평등에 맞서는 공공성거점이었습니다. 평등으로가는공공성행진단, 한국여성민우회, 공공교통네트워크가 함께 모든 생명의 존엄과 기본권을 보장하고, 사회공공성을 강화하라는 메시지를 내고 발언과 성명 낭독을 이어갔습니다. 5차 거점은 전쟁과 학살을 종식하는 평화거점으로, 팔레스타인과연대하는한국시민사회긴급행동에서 거점을 운영했습니다. 피케팅과 함께 신발 던지기 퍼포먼스가 있었는데요, 대형 네타냐후 사진에 신발을 던지는 퍼포먼스였습니다. 아랍 문화권에서는 신발을 던지는 것이 상당한 모욕이라고 해요. 집단학살범에게 마음껏 모욕을 선사하며 전쟁 학살 종식, 무기 수출 중단을 외쳤습니다. 

그리고 다이인! 기후정의행진 하면 가장 많이 떠올리는 퍼포먼스이기도 할 거예요. 5차 거점 위치에서부터 을지로를 지나 U자 형태로 긴 대오가 만들어졌고, 사이렌 소리에 맞춰 3분 간 다이인 퍼포먼스를 진행했습니다. 기후재난으로 스러져간 생명들을 상징하고 이들을 애도하며, 부정의한 체제를 멈추자는 의미의 퍼포먼스였습니다. 선두의 자전거행진단도 자전거와 함께 누워 다이인을 진행했어요.

사진9. 자전거행진단의 다이인 퍼포먼스 모습. 무교로에 자전거와 함께 누워 있다.
사진9. 자전거행진단의 다이인 퍼포먼스 모습. 무교로에 자전거와 함께 누워 있다.

사이렌 소리가 끝나고 나선 함께 손뼉을 치고 발을 구르며 일어나 행진을 이어갔습니다. 마지막 거점에서는 “성장과 대기업을 위한 반도체·AI 산업 육성 재검토하고, 생태계 파괴 사업 중단하라!”는 요구안이 적힌 현수막을 들고 자원활동가들이 행진 대오를 맞이할 계획이었는데요, 현수막 사고가 발생하는 바람에 슬로건 현수막으로 대체되는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한 바퀴 행진을 마치고 돌아오는 지점인 만큼 힘차게 인사를 주고받으며 현수막을 휘날렸답니다.

행진 대오가 들어오며 마무리집회가 진행되었습니다. 은혜 927 기후정의행진 공동집행위원장은 “삶에 대해 이야기하는 평범한 사람들, 흔하디 흔한 존재들을 위해 싸우는 바로 우리, 우리가 바로 광장”이라며 힘차게 행진을 마무리했습니다.

작년에 이어 올해 기후정의행진 집행위에 함께하며 정말 많은 것을 배운 것 같습니다. 함께 행진을 준비한 동지들께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행진의 주인공으로 함께한 모든 시민 동지들께도 반가운 연대의 인사를 건넵니다. 내년에도 행진은 계속됩니다. 기후부정의에 맞서, 정의로운 전환을 향해 힘차게 행진합시다. 투쟁!

– 서울인권영화제 상임활동가 고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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