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손도손 소중한 우리: 늦여름미니퀴어영화제 후기
지난 토요일(8월 30일), 전태일기념관 2층 울림터에서 ‘늦여름 미니퀴어영화제’가 진행되었습니다. 전날 갑작스레 세찬 소나기도 쏟아지고, 8월의 끝 무렵이라 조금 시원해지지 않을까 했는데 아침부터 날이 무척이나 뜨거웠어요. 오후 한 시부터 시작될 상영을 위해 서울인권영화제 활동가들은 오전 열한 시부터 땀을 뻘뻘 흘리며 모였답니다.
여섯 편의 단편영화를 무사히 상영할 수 있도록 기계실에서는 소하와 나기가 상영 테스트에 열중했습니다. 그동안 로비에는 서울인권영화제와 무지개 깃발을 걸고, 상영작 스틸컷으로 제작한 작은 포스터를 붙여 포토존을 만들었습니다. 작은 부스를 차려 서인영의 기념품과 인권해설책자 등을 보실 수 있도록 꾸미기도 했어요.

드디어 첫 상영! 한 시에는 <우리가 여기 있다>에 이어 <귀귀퀴퀴>를 보았습니다. 각각 24회, 26회 서울인권영화제 상영작이었던 작품입니다. 독특한 화면과 편집으로 실험적인 영화라는 공통점과 함께, 퀴어로서의 정체성을 직접 말하며 탐색하는 이야기라는 공통점도 있었습니다.
세 번째 영화 <My First Funeral>은 14시 10분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이번 상영회 중 가장 긴 러닝타임이었지만 언제 40여 분이 흘렀는지 모를 정도로 푹 빠져 볼 수밖에 없는 영화였어요. 특히 상영 후 이어질 관객과의 대화를 생각하며 영화를 보았습니다.

어느덧 영화가 끝나고 소하의 진행으로 관객과의 대화가 이어졌어요. 이번 토크는 소주 활동가(모두의결혼, HIV/AIDS인권행동 알)와 함께했습니다. 퀴어인 친구의 장례식에서 그 친구의 생전 모습 그대로를 애도할 수 없었던 경험, 또는 가족/친척의 장례식에서 퀴어 정체성을 드러내지 못하고 ‘일반’ 수행을 해야 했던 경험, 장례에 있어 혼인평등/생활동반자법이 가져올 수 있는 것 등 퀴어로서 또는 퀴어 친구를 둔 이로서 죽음과 장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이야기손님인 소주 활동가뿐 아니라 관객들과도 진솔하게 대화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어요. (가슴에 담아두었던 어려운 이야기를 꺼내 함께 위로한 관객 여러분께 감사의 사랑의 인사를 전합니다!)
관객과의 대화를 마치고 나선 포토부스에서 사진도 찍고, 사진 꾸미기도 하면서 쉬는 시간을 금방 보냈어요. 마지막 상영은 <50cm>, <명: 우린 같지만 달라>, <축하해, 덱스!> 총 세 편을 연달아 보았습니다. 퀴어로서 ‘관계’ 맺기에 대한 이야기들이었다고 거칠게 말해볼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여름을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그리고 ‘늦미퀴영’을 마무리하는 순간에 보기 딱 좋은 작품들이었어요.
그렇게 오손도손 사부작사부작 상영회를 마무리했습니다. ‘늦미퀴영’은 끝났지만 아직도 늦여름인 것 같네요. 지금 이 후기를 쓰는 순간에도 너무 더워 선풍기를 코 앞에 틀어두고 있어요. 계절이 바뀌면 또 다른 상영회로 돌아오겠습니다. 우리 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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