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회 서울인권영화제 둘째날의 두 번째 인권영화는 <2차 송환>이었습니다. [집을 그리다] 섹션에 <파디아의 나무>와 함께 있는 영화입니다.
평일 낮 시간에도 영화제를 찾아주신 관객 분들과 함께 영화를 관람하고, 관객과의 대화를 이어갔습니다. 피스모모의 활동가 영철님이 이야기손님으로 함께했습니다. 한국수어 통역에는 명혜진 수어통역사님, 문자통역에는 에이유디 사회적협동조합의 장정수 문자통역사님이 함께해주셨습니다.
<2차 송환>이 있는 섹션 [집을 그리다]의 “그리다”는 두 가지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1) 그리워하다, 2) 상상하다. ‘집’이란 무엇일지를 질문하며 집으로 가는 길을 막고 있는 것은 무엇인지 함께 묻고자 하는 섹션입니다.
앞 상영작 <파디아의 나무>에서 파디아는 팔레스타인 난민으로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팔레스타인 마을 싸아싸아를 고향으로 그립니다. <2차 송환>에서도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이들을 볼 수 있는데요, 2차 송환을 기다리는 비전향 장기수들입니다. 과연 이들이 집으로 왜 돌아가지 못하는지, 이들에게 집이란 어떤 의미일지, 더 나아가 집으로 가는 길을 막지 않는 것이 왜 인간의 존엄을 지키는 일인지를 고민하며 함께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특히 마지막에 나눈 ‘통일’과 ‘평화’에 대한 이야기에 고개를 많이 끄덕이게 되었는데요, 현장의 분위기가 궁금하실 분들을 위해 살포시 공유해 봅니다.
“저는 우선 결론부터 말하자면 통일 안 돼도 상관없고요. 그렇지만 평화로웠으면 좋겠습니다. 이 두 가지가 양립 가능하다고 생각하는데요. 저는 분단 폭력을 알아차릴 수 있는 한 세 가지 정도 렌즈가 있다고 생각해요.
가장 쉽게는 적과 우리, 위와 아래, 선과 악처럼 이분화하는 여러 가지 관념들이고, 두 번째는 적으로부터 위협이 존재하기 때문에 우리의 안전, 우리의 평화를 지키기 위한 수단으로 오로지 군사력만이 상상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세 번째는 그런 적과 우리를 나누는 이분법이 우리 내부에서도 적용된다는 거예요. 영화에서 비전향장기수 선생님들이 전향을 강제로 한 것이긴 하지만 그래도 형식상으로 어쨌든 전향한 것에 대해서는 떳떳하지 못하다, 이렇게 밝히시는 순간이 마음 아팠습니다. 이렇게 적과 나를 나누는 검열이 스스로에게 작용한다는 것까지 세 가지를 들어볼 수 있을 것 같은데요.
(…) 그래서 저는 통일을 평화의 관점에서 본다는 건 나라와 나라의 통합, 어떤 상태나 결과로써 인식되는 통일을 폭력들을 줄여가는 과정으로써 해석하고 의미화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25분의 시간이 너무 금방 지나가 버려서 아쉬웠는데요, 그래도 분단폭력에 대해 많은 것들을 생각할 수 있게 된 기회였어요. 다음에 또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자리가 있으면 좋겠습니다.
다음 세 번째 영화, <빠마>의 현장도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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