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부터 많은 분께서 성미산마을극장을 찾아주셨어요! 4일차의 첫 상영작 <기다림> 관객과의 대화는 정말 뜨거웠는데요, 섹 알 마문 감독님, 독립연구활동가 심아정님, 최지영 수어통역활동가님, 에이유디사회적협동조합의 장정수 속기사님, 그리고 열정적인 관객 분들께서 함께 해주셨습니다.
섹 알 마문 감독님께서 영화를 만드신 과정에 대해서 자세히 알려주셨는데요, 한국에서 활동하시면서 동지들로부터 ‘위안부’에 대해 듣게 되었고, 방글라데시에서 교육 받은 일본과 다르다는 것을 깨달으셨다고 해요. 이 생각이 방글라데시 ‘비랑가나’로 이어져 사람들이 알지 못하는 이야기, 왜곡된 역사를 바로 잡는 이야기를 알려야겠다고 생각해서 영화를 만들게 되셨다고 해요.
전시성폭력을 연구하고 있으신 관객분께서 지금의 상황은 어떤지, 어떻게 교육하고 있는지 질문해 주셔서 현재 상황에 대해서도 알 수 있었습니다. 감독님께서 방글라데시 안에서 ‘비랑가나’에 대해 모르는 사람이 많고 이에 대해 활동하는 조직은 있지만 정부의 공식적인 움직임은 없다고 답해주셨어요. 더 많이 알려져야 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는 순간이었습니다.
아정님께서는 닮은 역사가 왜 계속 반복되는지와 관객분들과 함께 영화를 보시면서 메모하신 생각들을 공유해 주셨습니다. 이런 일이 반복되는 이유가 “국가 간에 문제라고만 치부하기엔 너무나 촘촘한 그물망이 있다”고 말씀해주셨는데요, 피해여성들은 말을 못한 것이 아니라 살기 위해 말을 안 했다는 것, 들어줄 사람이 없었다는 것, 한국의 가해 역사도 조명해야 한다는 것, 한국의 ‘위안부’ 피해 여성들이 피해 경험을 이야기 할 수 있는 배경에는 한국의 여성주의 활동가들이 뚫어놓은 길이 있었다는 것, 등 우리가 놓치지 않고 비판적으로 사유해야 할 큰 흐름들과 기억의 힘을 마주하는 섬세한 자세에 대해 설명해주셨습니다.
관객분들과 좋았던 장면을 공유하는 시간도 가질 수 있었는데요, 한 관객분께서 ‘사느라고 죽을 뻔했어요’라는 말이 마음에 남았다는 말씀과 카메라에 담긴 자기 말로 직접 이야기 하는 여성들의 얼굴이 좋았다는 감상을 나눠주셨습니다. 아정님께서는 마지막에 ‘비랑가나’ 여성이 원한의 감정과 복수심을 드러내는 것이 후련하고, “그런 마음들 앞에서 사실 화해, 치유, 해결이라고 하는 말들을 꺼내기가 참 어렵고. 그리고 쉽사리 꺼내서도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그 심정을 존중해주시는 것이 기억에 남았습니다.” 라고 나눠주셨습니다.
섹 알 마문 감독님께서 “독립영화감독들은 작품을 좋아해주는 관객분들이 있으면 또 힘이 나고 좋은 작품을 만들려고 노력하거든요. 저도 마찬가지로 지금까지 해왔던 일들을 많은 분들이 얘기 해주고 좋아해주시면 좋겠습니다. ”라는 말씀과 함께 서울인권영화제에 대한 관심도 부탁드려 주셨어요…(하트)
영화에 대한 감상을 공유하고 한 발짝 더 나아가서 이런 일들이 반복되는 거시적인 흐름에 대해서도 배우고, 특별 상영회 기획까지 해볼 수 있는 깊고 진한 관객과의 대화였습니다.
이제 얼마 남지 않은 25회 서울인권영화제 많은 관심과 사랑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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