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 펼치기] TDoR 집회 후기 : 트랜스젠더 여러분 내년에도 건강한 모습으로 또 만나요~

소식

안녕하세요. 소하입니다. TDoR을 맞아. 11월 16일에 집회와 행진을 했습니다. 날씨는 생각보다 춥지 않았습니다. 작년 집회 때에는 너무나도 추웠었거든요. 그래서 다행이다 싶었습니다. 집회 시작 시각인 오후 3시가 되기 전부터 사람들이 하나 둘씩 모이기 시작했습니다. 그 날은 트랜스 당사자, 비 트랜스 당사자 할 것 없이 많은 분들이 와주셨어요. 집회가 시작되고 공연과 발언이 이어졌습니다. 이번에는 제가 첫 발언자로 나서게 되었는데요. 처음 발언이라 떨렸지만 신나는 자리이기도 했습니다. 많은 분들이 저의 발언에 호응해 주셨거든요. 행진에 들어설 무렵에는 비가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행진에도 많은 사람들이 참여해주셨어요. 이번 TDoR 집회에도 많은 사람들의 연대를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습니다.

마지막으로 저의 발언문을 공유합니다.

무대 위에 소하가 서서 발언문을 읽고있다.
무대 위에 소하가 서서 발언문을 읽고있다.

트랜스젠더 분들, 그리고 트랜스젠더의 곁에 서 계신 트랜스 앨라이 여러분! 트젠으로 힘차게 인사 드리겠습니다!

트젠!

저는 서울인권영화제 상임활동가이자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트랜스젠더퀴어인권 팀의 소하입니다. 오늘 이 자리에서 제가 겪은 차별을 통해, 트랜스젠더에게 필요한 공간에대해서 얘기해보려 합니다.

저는 서울인권영화제에서 반상근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생계를 위해 부업을 해야 합니다. 부업을 위해서 아르바이트를 구해야했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어떤가요? 대부분의 서비스직 아르바이트가 여성과 남성의 구분을 요구하는 일자리들입니다. 저는 아직 성별 정정을 하지 못한 트랜스젠더라, 제가 정체화한 성별로 일하기 위해선 스스로 커밍아웃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 많습니다. 번거로움을 피하기 위해 트랜스젠더임을 이력서에 미리 밝히고는 있지만, 그래서인지 면접 기회조차 잘 주어지지 않습니다. 심지어 트랜스젠더라 솔직하게 말해줘서 고맙다며 문자로 거절 통보를 받은 적도 있습니다.

도대체 일을 하는 데 성별 구분이 왜 그렇게 중요한 겁니까? 

지금은 청소일을 하고 있습니다. 일의 특성상 편한 옷을 입고 일하다 보니 때로는 남성으로 패싱되기도 합니다. 그러면 화장실에 갈 때마다 눈치가 보이고, 남들이 보지 않을 때 몰래 들어가야 합니다. 이런 불편함이 이번 직장에서만 있었을까요? 이전 회사에서는 트랜스젠더임을 밝히며 최대한 여성적으로 꾸미며 근무했었습니다. 그럼에도 잘 모르는 사람들이 이상하게 여길까봐 하루하루 성별패싱 때문에 불안에 시달렸습니다. 제 목소리나 체형이 남성적으로 보여 누군가 저를 남성으로 여기지 않을까, 매일 걱정하지 않은적이 없습니다.

도대체 사람을 만나는 데 왜 성별이 그렇게 중요한 겁니까?

일터에서만 성별구분이 있는 것이 아닙니다. 저는 사람들과 관계 맺기를 좋아하는 성격입니다. 하지만 시스젠더 이성애자들이 주류인 커뮤니티에는 발을 들이기가 두렵습니다. 저의 외모를 보고 성별을 단정 지을까, 차별적인 언행이 나올까 두렵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편하게 느껴지는 곳은 오직 퀴어 커뮤니티뿐입니다. 그러나 퀴어 커뮤니티 안에서도 여전히 트랜스젠더에게 배타적인 공간이 있습니다. 퀴어여성 전용 공간이라고 해 놓고도 법적 여성인지 확인하는 곳도 있습니다. 성별 정정을 하지 못한 트랜스젠더에게는 또 다른 장벽입니다. 

우리에게는 트랜스젠더도 차별 없이 지낼 수 있는 안전한 공간, 연대의 공간이 필요합니다!

우리는 성별 이분법에 갇힌 세상에서 소외되고 고립된 경험을 많이 합니다. 시스젠더 여성과 시스젠더 남성만 존재한다고 여기는 세상 속에서 트랜스젠더로서 소속감을 느낀다는 것은 매우 어렵습니다. 이  고립감이 일상 곳곳에서 우리를 짓누르고 있습니다.

그러니, 이제 모두 함께 힘을 모아 바꿔 나갑시다! 트랜스젠더로서 자긍심을 가지고 우리의 권리를 요구합시다. 남의 눈치를 보며 조심스럽게 살지 않아도 되는 세상으로 만들어 나갑시다! 그러면서도 우리가 지치지 않도록 서로를 보살피며 한 걸음씩 나아갑시다. 

저편에 보시면 행성인 가판에서 트랜스젠더 프렌들리 에티켓 포스터를 나눠드리고 있습니다. 우리가 안전해지길 원하는 곳에 붙여주시길 바랍니다!

 

여러분, 내년 트랜스젠더 추모의 날에도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만납시다.

마지막으로 구호로 우리의 연대를 확인해보겠습니다!

선창: 트랜스젠더도! / 시민이다! / 기본권! / 보장하라!

후창: 보장하라! 보장하라! 보장하라!

트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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