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7일, 예년보다 이른 기후정의행진이 있었습니다. 서울인권영화제는 907 기후정의행진 조직위원회에 가입, 집행위원으로도 결합하여 행진을 준비하고 당일에도 바삐 움직였습니다. 올해의 슬로건은 “기후가 아니라 세상을 바꾸자”. 기후위기를 가져오는 모든 부정의와 불평등을 바꿔내는 것이 바로 세상을 바꾸는 일이고 기후정의이지 않을까요?
푸른 하늘과 포근한 날씨를 만끽해야 하는 9월임에도 30도를 훌쩍 웃도는 무더위에 온몸으로 기후위기를 절감하며, 부스를 차리고 집회와 행진을 준비했습니다. 서인영 부스에서는 손부채/손피켓 만들기를 진행했습니다. 영화제를 치르고 나면 브로셔와 포스터가 잔뜩 남곤 합니다. 올해는 종이 인쇄물을 최소한 줄여보자고 했지만 역시 딱 맞추진 못했지요…… 다음에는 더더 줄여보자고 다짐하며, 쓰레기가 될 위기에 처한 26회 영화제 인쇄물을 한아름 챙겨갔습니다. 많은 시민들이 부스를 찾아 다양한 목소리를 피켓에 담아주셨습니다. 부스를 지킨 소하 활동가는 바삐 부채를 접어야 했답니다. 소하의 이야기를 잠깐 청해보겠습니다.
“9월 7일. 절기상 가을이라고 하기에는 볕이 뜨겁게 내리쬐는 여름같았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부채를 준비했습니다. 26회 영화제에 미처 다 사용하지 못한 리플렛을 활용하여 부채 만들기를 진행했습니다. 부채를 나눠주는 곳이 있었음에도 많은 분들이 오셔서 부채를 만들어가셨습니다. 왜냐하면 저희는 부채의 면적이 커서 더 시원했거든요. (그리고 부스에 오셔서 후원해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이번 기후정의행진은 처음으로, 강남 일대에서 진행되었습니다. 기후위기의 책임을 자본에게 묻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각종 대기업과 성형외과가 마천루에 빼곡히 들어찬 강남에 기후정의를 외치는 시민 3만 명이 모였습니다. 한 시간 넘게 진행된 집회에서는 기후재난의 폭력과 우리의 존엄, 기후위기와 기후부정의에 맞선 투쟁의 현장, 기후정의를 향한 우리의 대안을 이야기하는 힘찬 발언이 이어졌습니다. 건설노동자와 농민, 기후소송 원고부터 학살과 점령에 맞서는 팔레스타인인까지 다양한 이들이 기후위기의 피해자만이 아니라 기후정의의 주체로서 각자의 이야기를 연결했습니다. 한편 합창단 기후행동과 이랑의 공연 또한 있었는데요, 서울인권영화제 자원활동가 요다는 이랑 공연의 퍼포먼스팀으로도 참여하여 힘찬 공연을 함께했습니다.
행진은 강남역을 출발해, 역삼역, 선릉역, 포스코 사거리를 지나 삼성역까지 이어졌습니다. 다양한 모습이 참가자들이 기후정의를 향한 다양한 구호를 외치며 강남대로를 꽉 채웠습니다. 907 기후정의행진에서는 세 개의 거점을 정해 우리의 요구를 더 강하게 드러냈습니다. 첫 번째 거점은 역삼역 앞 구글코리아로, 생태파괴와 난개발에 맞선 우리의 요구를 드러냈습니다. 두 번째 거점은 선릉역 앞 쿠팡 로켓연구소였습니다. 죽음의 로켓을 연일 이어가고 있는 쿠팡을 향해 기후재난과 불평등에 맞서 모두의 존엄을 향하는 우리의 목소리를 전했습니다. 마지막 거점은 포스코사거리의 포스코 센터로, 이윤만을 위한 에너지체제와 윤석열 정부의 핵진흥 정책에 맞서 정의로운 에너지 체제 전환을 요구했습니다.
뜨거운 날씨, 길어진 집회와 행진, 경찰의 어수선한 차량 통제와 마찰에도 불구하고 세상을 바꾸려는 이들의 강력한 열기가 강남 일대를 뒤흔든 하루였습니다. 서울인권영화제는 다가오는 10월 23일 월간 서인영에서 노르웨이 기후 소송을 다룬 영화 <이것은 노르웨이만의 문제가 아니다>를 상영하고, 기후정의행동의 한재각 활동가와 이야기를 나눌 예정입니다. 조만간 또 만나요!
기후가 아니라, 세상을 바꾸자!
서울인권영화제 상임활동가 고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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