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펼치기] 5월 전체회의 스케치

소식

5월 둘째 주와 5월 셋째 주, 두 주에 걸친 전체회의는 멀리서 보면 단순했다.

“가장 처음에 ‘생활 나누기(줄여서 ‘생나’라 부름)’를 하고, 그간 있었던 연대 활동과 팀 활동을 공유하고, 공모한 영화들을 다 함께 심사한다.”

생활 나누기는 활동가들이 서로 만나지 못한 일주일 동안 있었던 일을 나누는 시간이다. 회의의 시작을 담당하고 있는데, 생나를 너무 하고 싶어서 회의에 지각하는 일은 없을 거라는 농담 반 진담 반의 말을 한 적이 있다. 아니나 다를까 생나를 기다리고 생나를 애타게 찾았던 분들이 계셨다. 서울인권영화제 활동가들의 생나는 서로의 일상을 들어주는 것 그 이상의 의미인 것 같아 서로가 참 특별하다는 생각을 한다. 첫 심사 회의 때 각자 하고 싶은 이야기가 범람하면서 영화를 심사하는 시간이 줄어들었는데, 다행히 이차 회의 때는 모두가 협력한 덕분에(?) 1차 회의의 세 배가 넘는 수의 영화를 심사할 수 있었다.

사진. 서울인권영화제 사무실에 길다랗게 책상을 놓고 둘러앉아 회의하는 활동가들.

[사진. 서울인권영화제 사무실에 길다랗게 책상을 놓고 둘러앉아 회의하는 활동가들.]

영화 심사는 각자 집에서 영화를 보고 상영 여부에 대한 생각을 온라인 문서에 적은 뒤 그것을 바탕으로 서울인권영화제 사무실에서 의견을 말하며 진행되었다. 다수의 의견에 모두가 따르는 게 아니라 합의를 할 만한 충분한 논의를 하기 때문에, 회의 시간은 영화별로 천차만별이다. 그러나 회의는 사실, 오프라인 만남 이전에 다른 활동가들의 의견이 적힌 온라인 문서를 봄으로 시작된다고 볼 수 있다. 나와 정반대인 의견을 보며 놀라기도 하고 공감하기도 하며 생각의 생각을 문다. 그리하여 조정하거나 수정하고 보탠 것들을 바탕으로 활동가들이 모여 앉은 곳에서 생각을 나누는데, 나는 그중에서도 우리가 영화를 심사하는 데에 하고자 하는 말을 충분하고 자유롭게 하는 환경을 조성하려는 모습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의견뿐만 아니라 웃음도 우려도 함께 나눈다. 이 영화를 상영할지 말지를 고민하는 건 감상을 나누는 것보다 더 복잡한 상황을 고려하도록 하므로 머리를 다 함께 맞대고 골몰하는 시간이 귀하기도 했다.

이제는 문자통역사님의 타이핑을 염두에 두며 말하는 게 익숙해진 것 같다. 그리고 내가 얼떨결에 말하는 ‘우리’라는 단어 안에 누군가 배제되지 않았는지 고민한다. 여전히 부족하지만, 서울인권영화제 회의를 마치고 집까지 걸어가는 길에 오늘도 다른 사람들 앞에서 의견 말하기를 해냈다는 수고가 담긴 한숨과 자신에 대한 반성과 유의미한 이야기를 나누었다는 것에 대한 보람을 되새기며 하루를 마무리하려 한다. 그렇게 조금씩 변화하는 나의 자그마한 일상도 변화라는 걸 잊지 않으며 앞으로 만나게 될 또 다른 사람들과 손잡으러 힘껏 팔을 뻗으려 한다.

서울인권영화제 자원활동가 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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