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 펼치기] <이것은 노르웨이만의 문제가 아니다> 상영회 후기

소식

지난 10월 23일 수요일 저녁, 영화 <이것은 노르웨이만의 문제가 아니다>를 전태일 기념관에서 상영했습니다. 이야기 손님으로는 한재각 기후정의동맹 집행위원님께서 함께해 주셨습니다. 위 영화는 2021년도에 제작되으며, ‘25회 서울인권영화제: 역행의 시대를 역행하라’에서 상영한 바 있습니다. 우리는 왜 다시 이 영화를 월간 서인영으로 만났을까요?

영화상영이 끝나고 관객과의 대화 중이다. 스크린 앞으로 진행자 두부, 이야기손님 한재각, 수어통역사 이현진이 앉아있다.
영화상영이 끝나고 관객과의 대화 중이다. 스크린 앞으로 진행자 두부, 이야기손님 한재각, 수어통역사 이현진이 앉아있다.

2016년, 노르웨이 정부는 13개의 석유 회사들에게 북극해 연안 바렌츠해의 석유 탐사를 허가했습니다. 이에 청소년 환경단체인 ‘네이처 & 유스’와 그린피스 노르웨이 지부, 조부모 기후행동 활동가들은 헌법 112조에 따라 ‘모든 사람은 건강에 이롭고 생산성과 다양성을 유지하는 자연환경을 가질 권리가 있으며, 다음 세대의 권리를 보호해야 한다’는 조항을 근거로 석유 탐사 허가를 반대하며 노르웨이 정부를 법정에 세웠습니다. 영화는 이들의 발자취를 따라가며 노르웨이의 기후위기 현황과 석유 시추를 둘러싼 다양한 입장을 보여줍니다.

 한국에서도 내용은 다르지만 ‘기후소송’이 있었습니다. ‘탄소중립 녹생성장 기본법’에서 설명하고 있는 탄소중립을 위한 계획이 적절한 수준인지 따지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지난 2024년 8월 29일, 헌법재판소는 국가의 온실가스 감축 노력이 미흡하다며 위 법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습니다. 그동안 도외시되었던 ‘환경권’을 쟁취하게 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 결과였습니다. 그러나 2031년 이후의 온실가스 감축 계획을 제시하지 않은 것은 문제지만, 2030년까지의 온실가스 감축 계획에 대해서는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기 어렵다며 헌법에 합치한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현재의 온실가스 감축 계획이 기후위기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라고 주장하는 청소년들과 시민, 영유아 소송자들이 이번 기후소송의 결과를 반쪽짜리 승리라고 말하는 이유입니다.

 한국은 최근 동해 석유 탐사시추 작업이 초읽기 단계에 들어간 상황이기도 합니다. 동해 심해 가스전 개발 주체인 한국석유공사가 첫 탐사시추 계획을 정부에 제출했고, 승인 과정에 있습니다. 그 외에도 정부는 원전 수출과 방산 수출을 위해 지속적인 전략을 세우고 있습니다. 이 모든 과정에서 기후위기에 대한 고민은 없고, 자본의 논리와 이윤축적의 논리만 남아 있다는 점이 영화 <이것은 노르웨이만의 문제가 아니다>와 닮아 있습니다.

 영화에서 정부 대리인은 “(기후가 변할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 태평양, 방글라데시 등에 생기는 일은 노르웨이 관할권 밖입니다. 노르웨이에 영향이 있어야만 합니다.”라고 이야기하며 국가의 책임과 역할은 오직 노르웨이 영토 안에서 발생하는 영향에 국한해 결정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이에 한재각님은 “사회적 영향(기후위기) 같은 게 싹 사라져버린 것이 답답한 상황”이라며 “2022년에 파키스탄에서 발생한 대홍수와 같이 아프리카, 방글라데시, 그리고 한국 내에서도 지금 기후위기 피해를 입고 있다. 그래서 이 위기가 누구에 의해 만들어진 건지, 또 이 위기가 누구를 향해 가고 있는 건지 잘 따지고 이야기해야 한다. 책임 없는 자들이 가장 먼저 내몰리는 불평등한 상황에서 위기를 가속시키는 현재 체제를 어떻게 바꿀 것인지 고민하기 위한 단결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그래서 “서로를 넘나들며 연결되어 있음을 확인하고 지속가능성을 추구할 뿐만 아니라 불평등과 차별에 맞서는 ‘기후정의운동’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영화에 등장하는 청소년 기후활동가는 묻습니다. “남아 있는 대기 중 얼만큼이 노르웨이 것입니까? 의회에서 답해야 할 질문입니다. 얼만큼이 노르웨이 겁니까?”

 영화 <이것은 노르웨이만의 문제가 아니다>의 원제는 ‘노르웨이의 두통’(Norwegian Headache)입니다. 문득문득 찾아오는 두통은 일상생활을 잠깐 불편하게 만드는 정도로 끝나기도 합니다. 하지만 가볍게 여겼던 그 두통이, 바쁘다고, 더 중요한 게 있다고 넘어갔던 그 두통이 돌이킬 수 없는 메시지를 전달했던 신호일 수도 있습니다. 지금의 기후위기 상황 역시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환경 외 다른 위협이 너무 많다.”고 이야기하는 노르웨이의 정부 대변인의 말이 더 공포스럽게 느껴지는 이유입니다. 노르웨이의 은퇴한 대법관이자 조부모 기후 캠페인 참가자가 재판에서 했던 발언으로 마무리합니다.

 

“기후변화로 가장 고통받는 것은, 우리 노르웨이의 후손뿐만 아니라 세계의 비특권층과 섬, 북극 지역 주민들입니다. 시적으로 표현하자면, 노르웨이는 이 지구적 부정의를 통해 이득을 얻고 즐겁게 고통받습니다.”

서울인권영화제 자원활동가 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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