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펼치기] 봄비와 봄꽃은 종이 한 장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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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회의 스케치] 봄비와 봄꽃은 종이 한 장 차이 

  요즘 날이 퍽 괜찮지 않나요? 엊그제 조깅하러 중랑천에 갔더니 샛노란 개나리가 피어있더라고요. 극히 일부분에 내몰리듯 뭉쳐있기는 했지만요. 제가 이 동네에 이사 왔을 때부터 중랑천은 이유 모를 공사로 항상 어수선하고 황량했답니다. 공사기간 동안 식물을 다 뽑아낸 건지 공사하는 쪽에는 마른 잡초만 무성해요. 불도저와 포클레인이 하천 바닥을 헤집어서 물길이 좁아지고 모래가 쌓였습니다. 그래도 남은 자리에 개나리가 핍니다. 땅이 마르고 강을 헤집어도 봄은 오네요. 봄에는 또 뭐가 올까요? 꽃, 나물, 벌, 새, 너구리, 멧돼지. 그중에는 설렘도 있을까요? 일단 어제오늘은 미세먼지와 비가 먼저 찾아왔습니다. 

사진1. 서울인권영화제 사무실. 활동가 소하, 두부, 나기가 티브이로 공모작 영화를 보고 있다.
사진1. 서울인권영화제 사무실. 활동가 소하, 두부, 나기가 티브이로 공모작 영화를 보고 있다.

  계절이 바뀌는 동안 서울인권영화제는 공모작 심사와 슬로건 선정으로 복작복작했답니다. 그리고 드디어! 이번 주에! 공모작 심사를 완료하였습니다! 저는 2022년부터 자원활동을 해서 이번이 두 번째 영화 심사인데 처음 했을 때보다 더 떨리고 어려웠어요. 많은 고민과 걱정, 설렘과 희망이 교차하는 시간이었습니다. 한눈에 ‘이 작품이다!’ 했던 영화도 있었고 ‘좋은데…! 우려되는 지점이 있다…!’ 싶은 영화도 있었습니다. 한 영화로 활동가끼리 의견이 갈리기도 했고 마지막에 마지막까지 머리를 맞대고 고민한 영화도 있었지요. 각고하여 출품작 121편 중 8편을 선정했습니다. 선정작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서울인권영화제 최신 소식 <26회 서울인권영화제 국내작 선정을 마치며>에 나와있답니다. 우리 활동가가 어떤 마음으로 어떻게 선정 작업에 임했는지, 그래서 어떤 작품을 상영하기로 했는지, 어떤 영화제를 만들고 싶은지 선정의 변을 적었습니다. 남은 시간 우리는 영화제 장소를 확정하고, 슬로건을 발표하고, 영화제 프로그래밍을 하고, 관객과 어떤 이야기를 나누며 어떻게 영화를 해석할지 심도 있는 이야기를 나누겠지요. 이 모든 활동이 끝날 때쯤이면 여러분과 만날 날이 코앞일 거예요. 저는 그게 벌써 기대되고 설렙니다.

사진2. 서울인권영화제 사무실 마루. 활동가 나기, 고운이 누워있고 마주는 무릎을 꿇고 앉아 있다.
사진2. 서울인권영화제 사무실 마루. 활동가 나기, 고운이 누워있고 마주는 무릎을 꿇고 앉아 있다.

  서울인권영화제의 꽃이라고 한다면 역시 너무도 소중한 우리의 선정작과 함께 그해 영화제의 모토를 알리는 슬로건이겠지요. 영화 심사만큼이나 오랜 시간 고민하는 것이 슬로건입니다. 올해 슬로건은 어떻게 될지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저는 궁금해요. 위 사진은 어떤 슬로건을 만들지 고뇌하는 우리의 모습입니다. 얼핏 보면 다들 바닥에 퍼질러져 있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전혀 아닙니다. 저(나기)는 엎드려서 열심히 머리를 굴리고 있고 고운 님은 누워서 핸드폰으로 아이디어를 보아놓은 패들렛을 읽고 있으며 마주 님도 그냥 무릎 꿇은 게 아니라 기발한 아이디어를 떠올리기 위해 힘을 모으고 계신 거예요. 추진력을 얻기 위함이죠. 다음 호에는 슬로건이 공개되겠네요! 서울인권영화제가 이번에는 무슨 의미를 담은 슬로건을 가지고 올지 기대해 주세요. 

  개나리도 피고 목련도 피고 생강나무와 매화나무도 꽃을 피웠습니다. 그리고 봄비가 내립니다. 이 글이 발행될 때쯤에는 벚꽃도 개화를 했겠어요. 비가 그치고 푸른 하늘이 뜨면 봄나들이를 가도 좋겠습니다. 계절 타며 잘 놀다가 6월에 만납시다. 그럼 이만 총총.  

– 서울인권영화제 자원활동가 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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