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파면을 맞이하기까지 서울인권영화제 활동가들은 함께 또 따로 긴 겨울을 지나왔습니다. 아직은 앞도 뒤도 희미하고 어지럽지만 지난했던 시간을 되짚으며, 앞으로 마주하고 싶은 세계를 상상하며 활동가들이 남긴 짧은 한 마디를 만나보세요.
○ 두부: 우선 탄핵의 기쁜 순간을 다시 떠올리며 함께 짝짝짝~!!!! 우리 모두 너무 고생 많았어요. 지난 겨울, 저에게 인상 깊은 장면은 국회 집회 참석을 위해 한강 다리를 건너던 사람들의 모습과 저의 자우림 응원봉을 처음 광장에서 개시했던 순간이에요. 여러분은 어떤 기억을 가지고 봄을 맞이하시나요? 아마 이렇게 떠올린 기억이 탄핵 이후에도 이어질 우리가 바라는 삶의 모습과도 닮아 있지 않을까요? 함께 기억해요, 그리고 우리가 다시 만날 세계의 모습을 함께 상상해봐요.
○ 나기: 유산소 운동을 자주 해야한다고 생각하기는 했지만 그게 투쟁과 행진이 될 줄은 몰랐습니다. 4개월간 쌓인 것이 너무 많아 무엇부터 꺼내야 할 지 모르겠습니다. 언뜻 숨막히던 무기력감과 광장에서 헤드뱅잉을 하던 기억이 동시에 떠오릅니다. 이렇게 말하니 혼란스럽군요… 우리 축제하듯이 통통 터지는 깜찍한 빛무리가 되어 또 함께합시다. 뿅!
○ 요다: 이런 일이 일어날 때마다 분노가 가장 먼저 올라오지만 늘 그 바로 뒤엔 ‘흥, 어차피 세상은 바뀌지롱’ 이라는 믿음이 따라옵니다. 입김이 나오던 겨울부터 봄비가 내리는 지금까지 가장 또렷했던 것은 연대와 사랑이 아니었을까요. 광장에서 나부끼던 모든 깃발들을 기억하며 조금씩일지언정 차별금지법 있는 나라로, 아무도 학살당하지 않는 세상으로 같이 뚜벅뚜벅 가야겠다는 다짐을 합니다. 우리 모두 그 길에서 어느 날 만나 반가워하기를 바라봅니다.
○ 소하: 유난히 춥고 긴 겨울이었습니다. 4월이 되어서야 따스한 봄이 찾아온 것 같네요. 윤석열 때문에 봄에 치르던 대선이 초여름으로 밀린 것은 좀 아쉽다는 생각이 듭니다. 따스한 봄날에 대선으로 쉬면 기분이 좋았거든요. 다음에는 어떤 대통령이 올까요? 어쩌면 올 여름은 유난히 덥고 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 안나: 영원히 끝날 것 같지 않던 긴 겨울이 드디어 끝났습니다. 겨울 내내 방황하던 마음으로 나서던 꽉찬 광장이 저는 그리워질지도 모르겠어요. 종종 사람이 가득찬 광장에서 행진을 할 때면 눈물이 왈칵 쏟아질 것 같아 남몰래 눈가를 훔치기도 했거든요. 앞으로도 우리가 연대로 가득한 광장에서 만나기를 바라고 있겠습니다.
○ 마주: 얼마 전, 사진첩에 들어가 12월부터 찍은 사진들을 보았습니다. 여전히 되돌아볼 만큼의 여유도 거리감도 없지만 지금이 오기까지 기억보다 더 많은 장면들이 있었더라고요. 앞으로 우리는 어떻게 달라져야 할까요? 광장의 깃발들만큼의 고민을 깃발보다 더 많은 이들과 함께 나누며 울고 웃고 싶습니다. 그러기 위해 나도 옆도 잘 챙기며 살아가야겠습니다!
○ 고운: 윤석열 파면으로 모든 것을 바꿀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무언가 바뀐 것은 분명합니다. 우리는 조금 더 이어졌고, 조금 더 엉켰습니다. 기꺼운 마음으로요. 광장이 일궈낸 승리는 결과값이 아니라 수식입니다. 우리는 더욱 마땅한 세계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사랑이 하찮지 않고 우정이 가볍지 않은 시대를 만들어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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