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가 편지] ‘새 친구’를 기다리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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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림 구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서울인권영화제 상임활동가 심지입니다. 다들 잘 지내시나요?

저는 요즘 여러 사람들에게 편지를 쓰고 있어요. 그 중에는 물리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어서 자주 보기 어려운 친구도 있고, 연락이 꽤 오래 끊겼다가 다시 닿은 친구도 있어요. 가끔 같이 사는 친구에게 편지를 써볼까 하는 생각도 하곤 하지만, 그건 왠지 좀더 쑥스러운 일인 것 같아요. (하지만 꼭 한 번 도전해보고 싶어요.) 아무튼, 카톡이나 문자메시지를 보내면 더 빠른 호흡으로 이야기를 주고 받을 수 있지만, 좀 더 긴 호흡을 가지고 편지를 쓰는 일도 재밌는 것 같아요. 누군가와 구구절절한 편지를 주고 받을 수 있다는 것, 얼마나 근사한 일인가요. 오늘도 친구의 다정한 편지를 받고서 얼마나 들떴는지, 그새 참지 못하고 또 답장을 써 버렸네요. (답장의 주기는 어느 정도가 좋은가, 그것도 궁금하네요.)

아무튼 그래서인지, 요즘 저는 편지를 잘 쓰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수신인이 때로는 가슴 설레어 할, 언제고 꺼내보고 싶어 할, 얼른 답장을 보내고 싶어 안달이 날, 근사한 편지를 쓰는 것이 꿈이에요. 그러고 보면 결국은 다 ‘근사한 답장’을 받고 싶어 쓰는, 이기적인 목적의 편지들이 아닌가 싶기도 하네요. (이 편지에 ‘근사하다’는 표현을 너무 많이 써 버렸다는 걸 방금 알았지만, ‘근사하다’는 말만큼 근사한 표현을 지금 찾지 못해서 그대로 둡니다.)

아, 울림 구독자분들은 많이 아실지도 모르겠지만, 사실 최근에 좀 더 무거운(?) 성격의 편지를 쓰기도 했어요. 오늘의 편지는 그 답장을 기다리면서 쓰는 편지이기도 해요. 차별금지법 제정 촉구를 위해 ‘더불어민주당에 보내는 성소수자의 편지’ 행렬에 참여했거든요.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의 기획이에요. 성소수자 당사자로서 실명과 사는 지역, 사진 등을 모두 걸고 아주 ‘구체적인 얼굴’로 편지를 썼답니다. 제목은 “박광온, 박홍근, 윤호중 의원님, 저의 친구가 되십시오”인데요. 요는 “저는 레즈비언 친구를 둔 대통령이 갖고 싶습니다. 저랑 친구 합시다”였던 것 같아요. 4월 26일, 아직 답장은 받지 못했네요. 

사실 저는 “그래, 친구합시다” 하고 금방 누군가 답장을 줄 줄로만 알았어요. 역시 제 성격이 급한 거겠죠? 제가 정치인들을 너무 ‘근사한’ 사람으로 생각했을까요? 그런데 차별금지법 제정 촉구를 위해 곡기를 끊은 사람들이 있는데, 어떻게 급하지 않을 수 있겠어요. 꼭 이 정치인들이 아니더라도, 다른 정치인이 대신 답장을 주기라도 한다면 좋겠어요. 저 세 명을 콕 집어 이야기하긴 했지만, 수신인이 꼭 저 세 사람만인 것은 아니니까요. (편지 기사 링크: http://omn.kr/1yhmy)

편지를 쓴다는 건 꽤나 귀찮고 품이 드는 일이기도 하잖아요. 그 ‘품이 드는 일’에 동참할 친구들을 찾는 데에 성공했으니, 이제 또 욕심 많은 저는 ‘새 친구’를 기다려봅니다. 그리고 새 친구로부터 도착할 편지를 조금은 간절히 기다려봅니다. 약속할게요. 저의 친구가 된다는 건, 꽤나 ‘근사한’ 일일 걸요?

 

서울인권영화제 상임활동가 심지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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