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가 편지: 나의 서인영 잔류기

소식

안녕하세요. 자원활동가 요다입니다.

 

오늘 할 이야기는 사실 25회 서울인권영화제 자원활동가 모집에 대한 홍보입니다. 이를 위해 울림에서 ‘자원활동가 수기’를 부탁받았을 때 ‘이걸 내가 써도 되나…’ 했습니다. 왜냐하면 2019년도에 서인영 자원활동가가 된 이후로 못해도 3개월에 한 번은 “그래! 결심했어! 그만두겠어!”라고 생각한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정말이지, 이렇게 써도 되는지 모르겠네요. 아무튼 이런 제가 어느새 영화제를 시작한지 2년이 넘었습니다. 저도 참 아이러니합니다. 한 편으로는 제가 서울인권영화제의 어떤 강력한 힘을 증명하는 산 증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쓸수록 자원활동가 모집을 촉진해야 하는 글이 이래도 되나 싶지만 제가 3개월에 한 번씩 도망을 결심했던 이유를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우선 집에서 영화제 사무실까지 왕복 3시간이 좀 넘게 걸립니다. 요즘은 코로나 때문에 온라인 회의가 많긴 하지만 사무실에 가려면 마음먹는 데만 이틀 정도 소요됩니다. 두 번째, 저는 MBTI I 중에 제일가는 I입니다. 사람을 만나면 기가 쭉 빨립니다. 영화제를 하는 2년 5개월 동안 3인~10인이 넘는 사람들과 적게는 2주에 한 번, 많게는 1주일에 두 번 이상 회의를 했고 이는 저에게 꽤나 에너지 소모가 큰 일이었습니다. (혹시나 해서 말씀드리는데 1주일에 두 번 이상 만나는 주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여러분. 걱정하지 마세요.) 세 번째, 화가 많아집니다. 서울인권영화제를 만나기 전에도 저는 화가 많은 사람이었는데요, 맙소사 영화제에 와서 세상에 분노해야 할 일이 이렇게 많은지 처음 알았습니다. 사무실에서 인권영화를 보다 울분을 참지 못하고 나와서 자주 담배를 피웠습니다.

여전히 사무실에 가려면 3시간이 걸리고 저는 더 극심한 I가 되었고 여러분도 아시겠지만 세상에 화 낼 일은 점점 많아지기만 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저는 여전히 영화제를 하고 있습니다. 이 이유가 여러분에게도 자원활동가에 도전할 이유가 되길 바라봅니다.

희망이나 믿음 같은 단어는 너무 뻔한 단어지만 이 세상의 어떤 정수 같은, 갖기 힘든 귀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것이죠.

서울인권영화제에서 활동하면서 세상의 불편한 진실들과 차마 21세기에 일어나고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기 어려운 장면들을 마주했습니다. 이를 마주하고 알아갈 수 있었던 이유는 누군가가 위험을 무릅쓰거나 자기 삶을 조금씩 양보하면서 이를 ‘영화’로 만들었기 때문이겠지요. 서인영은 마주하고 아파하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누군가 영화로 담은 소중한 이야기를 인권의 언어로 풀어냄으로써 확성기의 역할을 합니다. 영화를 틀고 “관람하러 오세요”가 다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사람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지,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끊임없이 고민하며 많은 단체, 사람들과 연대하고 활동합니다. 서울인권영화제가 하는 이런 일들이 세상을 나아지게 만들 거라고 믿기 때문에 계속 자원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그 과정에 작더라도 보탬이 되면서 함께 하고 싶고요.

여러분 혹시 대선 결과나 나와 주변 사람들이 겪는 인권 탄압 때문에 그리고 먼 땅에서 일어나고 있는 학살, 전쟁, 폭력 때문에 가끔 머리가 아프시고 잠을 잘 못 이루기도 하고 답답하고 무기력해지기도 하고 그러시나요? 여기 그런 사람들이 가득합니다. 처음 영화제를 시작했을 때, 이 공간에 이런 사람들이 가득하다는 것이 저에게는 희망으로 느껴졌습니다. 세상에 이런 사람이 많다는 희망, 인권과 평화를 고민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뭔가 하면 세상이 변하겠다는 희망이요. 다 같이 머리를 싸매고 선정한 영화를 누군가가 관람하고 힘이 되었다고 말씀해 주실 때 이 희망은 배가 됩니다. 팍팍한 세상에 이 희망마저 없으면 쫄보인 저는 삶이 두려워질 것 같아서 자원활동을 계속 하고 있습니다.

여러분, 집이 사무실에서 멀어도, 내향인이셔도, 화가 많으셔도 자원활동가가 되실 수 있습니다. 화가 많으시면 오히려 훌륭한 자원활동가가 되실 수도 있을 것 같네요. 사실 생각해보니 영화제를 그만 둬야겠다고 생각했던 이유들은 좀 극복한 것 같아요. 다른 이유를 찾아봐야겠습니다. 이것도 서인영의 힘 중 하나인데요, 사람이 뭔가를 극복하게 합니다. 요즘 신입활동가 워크숍을 준비하고 있는데(대박 재밌을 예정입니다.) 각자 극복하고 싶은 것을 나눠 봐도 좋겠네요. 지금 고민 중이신 분들 고민고민하지 마~(죄송합니다.) 제가 홍보를 잘 한 건지 모르겠으니까 밑에 영화제 하면 좋은 점을 좀 첨부하겠습니다. 꼭 함께 하고 싶어요 여러분. 진심으로 환영해요!

 

-만날 날을 기다리며, 자원활동가 요다

 

 

*서울인권영화제 하면 좋은 점*

-업그레이드 됨

(많은 기술들을 무료로 터득할 수 있고 실제로 이를 취업에 활용하신 분도 있음)

-많은 영화를 무료로 감상할 수 있음.

(선정작이 아니더라도 선정 과정에서 좋은 인권영화, 재미있는 영화들을 정말 많이 감상할 수 있음)

-눈물이 많아짐

(안구건조증에 Good)

-집회에서 외롭게 혼자 될 일 거의 없음

(혼자 가도 영화제 사람 거의 무조건 만나게 됨)

-인권감수성이 높아짐

(좋은 점 중 기본옵션)

-소울메이트 만남 가능

-다양한 분야의 정보 얻을 수 있음

(영화제 사람들의 다양한 활동분야로부터 꿀팁 많이 얻음)

-일주일에 한 번 이상 감수성 없는 말 들을 걱정 없이 맘 편~한 대화시간 보장

-이 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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