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가 편지] 그럼에도 이 안에 힘이 머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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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쉴레이마니예 모스크의 전경을 바라보는 나기의 뒷모습. 모스크 뒤로 보르푸르스 해협이 보인다.
사진. 쉴레이마니예 모스크의 전경을 바라보는 나기의 뒷모습. 모스크 뒤로 보르푸르스 해협이 보인다.

안녕하세요. 서울인권영화제의 자원활동가 나기입니다. 오랜만에 활동가 편지를 쓰네요. 며칠 전 채소를 구워 간장에 재워 먹는 일본 요리를 해 먹었습니다. 최근에는 일부러 좋은 기억들, 좋은 순간들, 계속 바라보고 싶은 곳들을 더 열심히 수집했고요. 그러면서 몇달 전부터 계획한 튀르키예 여행 준비에 힘을 쓰기도 했어요. 이 글이 발행됐을 즈음 저는 한국에 없겠군요. 잘 머물고, 잘 돌아다니다가 무사히 돌아오겠습니다. 

한국은 이번 주부터 열대야가 이어진다지요. 이제는 어느 계절도 마음을 놓을 수 없어 걱정이 떠나지 않습니다. 고공에 선 사람들, 폭우에 다친 사람들, 수해의 또다른 피해자인 비인간 동물과 식물들… 안팎으로 혼란스럽고 슬픈 날이 많아 무기력하기도 합니다. 외면할 수 없고, 당장 해결되지 않는 문제 앞에서 제 초라함이 너무 무능해요. 세상은 끊임없이 부당함으로 휘몰아치고 누군가의 삶은 정권과 상관없이 고단하고… 사회는 느리게 변하고 그 안의 우리는 이렇게나 생생한데… 어떻게 서로를 돌보고 연대해야 하는 걸까요? 소진되지 않고 닳지 않으며 나와 관계를 지키는 방법은 무엇일지… 

오랜만에 쓰는 편지가 이렇게 우울해서 큰일이네요. 멋드러진 말로 마무리를 하고 싶지만 워낙 실시간으로 하고 있는 고민이라 어쩔 수 없군요. 봐주세요. 다들 살다보면 여긴 어디 나는 누구 하면서 길을 잃잖아요. 제가 바로 지금 그렇습니다! 그런데 인권 선배님(?)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다들 고심하고 낙담하면서도 계속 머물다보니 뭔가 어떻게든 되었다! 가 많았던 거 같아서 저도 일단 머물러 보겠습니다. 그럼 다들 무더위도 잘 보내시고 8월에 뵙겠습니다! 그럼 이만 총총.

 

서울인권영화제 자원활동가 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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