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가편지] ‘그래도’ 뒤에 이어지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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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편지를 읽고 계시는 님 안녕하세요. 저는 서울인권영화제 자원활동가 마주라고 합니다. 확실히 편지를 쓰려 하니, 이 글을 받아 보는 분에 대해 궁금해집니다. 어떤 때에, 어떤 마음으로 이 글을 읽고 계실지. 어찌됐든 뉴스레터 ‘울림’을 구독해주시고, 읽어봐 주시고, 응원해 주시고, 성원해 주시어 감사할 따름입니다. 그리고 이 편지를 읽고 계신 분이라면, 곧 광장에서 마주칠 수 있지 않을지 하는 기대를 품어 봅니다.

사진.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 포토월 앞에서 무지개 깃발을 들고 있는 서울인권영화제 활동가들.
사진.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 포토월 앞에서 무지개 깃발을 들고 있는 서울인권영화제 활동가들.

어느새 서인영 개막이 41일 앞으로 다가왔네요(5월 9일 지금은 35일^^;;). 작년 8월, 한여름에 땀을 뻘뻘 흘리며 언덕길을 올라 처음으로 서인영 사무실의 문을 열었던 기억이 납니다. 보일러 고장으로 온열기구를 키고 회의하던 시절을 지나, 어느덧 다시 반팔을 입을 계절이 되었습니다. 9개월 정도의 시간을 함께 하며 ‘서인영은 정말 소수의 인원으로 한땀한땀 만들어지는 것이구나’라는 걸 매번 느꼈던 것 같습니다. 활동을 하며, 사무실에서, 상영회에서 문득 문득 생각이 듭니다. ‘이 사람들은 어떤 마음으로 여기 있을까?’ ‘지금 인권영화제라는 것은 도대체 무슨 의미를 지닐 수 있을까?’

이번 26회 서울인권영화제 슬로건은 ‘그래도 너의 곁에서 함께 싸울게’ 입니다. 슬로건을 떠올리며 ‘그래도’라는 말이 위 질문들에 답이 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문제를 특정하기 어려울만큼 복잡하게 비극적이고 무력한 때. ‘그래도’라는 말 뒤에 이어지는 마음과 행동들이 우리를 만나게 하고 세상을 좀 더 살만한 곳으로 만들지 않을까요. 우리의 목소리와 마음이 모일 때, 그간의 비극과 절망을 그저 비극과 절망으로 머무르지 않게 만들 수 있음을 배웁니다. 부족하지만 그래도. 그래도. 함께 고민하고 살아가고 웃고 울고 싸울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우리가 굳이 함께이길 바랍니다.

마주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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