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여러분! 자원활동가 윤리입니다.
정말 오랜만에 활동가 편지로 인사를 드리네요!
2017년에 처음 서울인권영화제를 알게 되고 자원활동을 시작한 후로, 저는 지금껏 해외작팀의 NPC 캐릭터처럼 꾸준하지만 느슨하게 영화제 활동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당연한 말이지만 자원활동가 편지를 쓰는 것도 처음이 아닌데, 오늘은 왜 이렇게 어떤 말로 편지를 시작해야 할지 고민되나 모르겠어요. 그래서 우선은 이 글을 읽고 계신 여러분의 안부를 가볍게 묻기로 했습니다. 다들, 잘 지내고 계신가요?
이렇게 간단히 안부를 묻고 나면, 일곱 해 동안 함께 활동했던 수많은 얼굴이 스쳐지나가요.
잘 지내는 걸 너무 잘 알고 있는 얼굴도,
여러 이유로 연락이 끊겨 전혀 알 길이 없는 얼굴도…
그 얼굴들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으면 저는 결국 다시 한 번 영화제를 처음 시작했을 때로 돌아갑니다.
세상에서 벌어지는 말도 안 되는 온갖 일들에 분노하고 상처 받아 가시를 잔뜩 세우고 있던 저에게
서울인권영화제는 나와 내 친구들이 안전하게 서로를 지킬 수 있는,
자유롭고 자연스럽게 의견을 나누고 질문하고 함께 고민하며
내가 나로서 존재해도 외롭지 않을 수 있음을 알려준 곳이었어요.
여기 있을 때면 저는 크게 웃어도 크게 울어도 부끄럽지 않았고
너와 나를 기꺼이 우리라고 부를 수 있었습니다.
또 우리와 다르지만 비슷한 모습의 다양한 삶을 보며 힘을 얻고,
누군가는 꼭 해야하는 이야기들을 세상에 전하며
작지만 명백하게 세상을 바꿔나가기 위한 뭔가를 하고 있음을 느꼈어요.
영화제 활동을 통해 잘못된 것을 잘못된 것이라 말할 수 있었고
덕분에 더 이상 세상을 모른 체하며 죄책감이나 무력감에 빠지지 않아도 됐어요.
제가 이렇게 시간이 흘렀어도 어떻게든 영화제와의 끈을 붙잡고 있게 된 건 분명 그런 경험 때문이었을 거에요.
날 외롭지 않을 수 있게 해준 이곳, 그때 그 시절의 날 죽지 않고 살아있을 수 있게 해준 이곳이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에게도 그런 곳이 되어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또 그런 곳으로 사라지지 않고 남아있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 편지를 읽고 계실 여러분에게도 영화제가 그런 곳일까요?
저는 부디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우리가 매일 매일 연락하는 사이는 아니어도,
가끔 한 번씩 생각날 때면 여전히 서로의 편에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때가 되면 광장에서 만나 서로를 확인하고 마주 보면 좋겠습니다.
영화제에서 해야 하는 이야기들이 계속되면 좋겠습니다.
우리도 영화제도 세상에서 사라지지 않고 잘 버텨주면 좋겠습니다.
오래오래 계속 우리가 잘 지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저는 내년에도 내후년에도 또 해외작팀에서 새로운 활동가분들과 인사를 나눌 겁니다.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말하고 영화를 보고, 번역을 하고 프로그램 노트를 쓸 겁니다.
어쩌면 활동가 편지도 몇 번 더 쓰게 되겠지요.
그렇게 잘 지내보려고 합니다.
여러분도 부디 잘 지내길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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