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나눠요] 울림팀이 추천하는 연말에 어울리는 영화!

소식

한 해를 뒤돌아 보게되는 연말입니다. 여러분은 올 해 어떤 영화를 감명깊게 보셨나요?
울림팀은 연말을 맞아 추천할만한 인권 영화를 한 가지씩 꼽아보기로 했습니다.

 

소하의 Pick <사랑하니까 가족이지> 

사랑하니까 가족이지 스틸컷. 노부부가 무지개 깃발을 들고 퀴어퍼레이드에 참가하고 있다.
사랑하니까 가족이지 스틸컷. 노부부가 무지개 깃발을 들고 퀴어퍼레이드에 참가하고 있다.

연말연시에는 아무래도 가족과 함께 지내야 할 것 같고 그렇습니다. 아무래도 미국 영상 문화에 많이 익숙해진 탓이겠지만요. 꼭, 원가족이 아니어도 내가 좋아하는 사람, 가족같은 사람과 보낼 수 있으면 얼마나 따수울까요? 

그래서 제 추천 영화는 따스한 가족애를 보여주는 <사랑하니까 가족이지>입니다. 이 영화는 세 동성 커플을 보여주는 따듯한 영화입니다. 사랑에는 성별 구분이 없고 누구든지 가족을 꾸릴 권리가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이 영화는 대만의 동성혼이 법제화 되었던 시기에 어떠한 투쟁이 있었는지도 보여주는데요. 수많은 사람들이 혼인평등을 외치는 모습이 너무 감동적이었어요. 이 영화를 떠올리면서 얼마 전에 다녀온 집회가 생각났답니다. 어질어질한 지금의 시국에 많은 시민들이 여러 집회에서 연대의 힘을 보여주고 있는데요. 저는 우리나라도 온 시민이 집회에서 혼인평등을 외치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봅니다.

 

마주의 Pick <보라보라>

보라보라 스틸컷. 톨게이트 요금수납원들이 초록색, 주황색 모자 위에 ‘단결 투쟁’이라고 적힌 빨간 띠를 두른 상태로 경찰과 대치중이다. 발디딜 공간이 없을 정도로 빼곡하게 껴있는 노동자들은 얼굴을 찡그리고 있다.
보라보라 스틸컷. 톨게이트 요금수납원들이 초록색, 주황색 모자 위에 ‘단결 투쟁’이라고 적힌 빨간 띠를 두른 상태로 경찰과 대치중이다. 발디딜 공간이 없을 정도로 빼곡하게 껴있는 노동자들은 얼굴을 찡그리고 있다.

여느 때보다 연대와 투쟁의 힘을 실시간으로 체감했던 연말입니다. 집회가 이어질수록 서로 얽히며 넓어지는 연대를 목격하기도 했고요. 민중가요와 케이팝, 깃발과 응원봉 등 투쟁의 방식 또한 섞여갔습니다. 우리가 서로에게 다가갈 수 있음을, 어떤 방식으로든 함께 외칠 수 있음을 느껴 마음의 빛을 잃지 않았던 것 같아요. 이렇게 말하지만 저는 “투쟁!”이라 외치는 것이 여전히 익숙치 않은 사람입니다. 우리의 외침은 힘이 있을까? 왜 끼니를 끊고, 머리를 밀고, 오체투지를 하고 춤을 추고 노래를 하며 싸울까? 라는 의문을 품기도 했습니다. 

2024의 광장이 그러하였듯, 영화 <보라보라>는 함께 싸우는 사람들의 삶을 통해 우리의 외침과 춤과 노래가, 우리가 연대하고 투쟁하는 것이 어떤 의미와 힘을 지녔는지를 보여줍니다. <보라보라>는 2019년 도로공사로부터 1,500명 집단 해고된 톨게이트 요금수납원들의 투쟁을 기록한 다큐멘터리입니다. 또 ‘보라보라’는 톨게이트 해고 노동자들이 만든 율동패의 이름이기도 합니다.

김도준 감독 외 두 명의 조합원이 이 영화의 촬영과 감독을 맡았습니다. 그렇기에 이 영화엔 고공농성 공간이나 점거 공간에서 밥을 먹는 장면, 고단함에도 함께 노래하고 춤을 추며 웃는 모습, 조합원들 각자의 고민과 선택들이 등장합니다. 김미영 감독은 소개글에서 “뉴스에서나 접하던 노동자의 치열한 투쟁의 길이, 나의 길이 될 줄도 모른 채” 2017년 7월, 신림 영업소에 요금수납원으로 입사했다고 말합니다. 예상치 못하게도 우리는 삶에서 투쟁을 만나고 투쟁에서 삶을 만나며 변화되고 변화시켜 나갑니다. 연대와 투쟁을 이어나가는 우리를 위해, 2024년의 끝에 영화 <보라보라>를 추천하고 싶습니다.

 

나기의 Pick <My First Funeral>

My first funeral의 스틸컷. 감독이 꽃다발을 들고 관 속에 누워있다.
My first funeral의 스틸컷. 감독이 꽃다발을 들고 관 속에 누워있다.

 ‘죽음’ 이후를 상상해 본 적 있나요? ‘죽음’은 언제나 상실을 가지고 오기에 우리는 고인을 추모하고 그의 가족과 동료를 위로하는 ‘장례식’을 합니다. 따라서 ‘장례식’은 관계적이고 사회적이며, 때로는 투쟁적이기도 하죠. 왜 투쟁적이냐고요? 이 사회가 ‘어떤 죽음’에 대해서는 엄격한 잣대로 ‘애도의 자격’과 ‘애도의 방식’을 판단하기 때문입니다. ‘퀴어’의 장례식 역시 그렇습니다. <My First Funeral>은 페미니즘-퀴어의 장례식을 주제로, 레즈비언 감독이 자신의 ‘살아있는 장례식’ 치르는 내용입니다. 감독이 경험하는 일련의 과정을 통해 우리는 기존의 장례식이 얼마나 이성애중심주의적이고 가부장적인지 알 수 있습니다. 상주는 반드시 남자가 맡아야 한다거나, 동성 파트너를 배우자로 인정하지 않거나, 고인의 퀴어성을 검열해 ‘없던 것’으로 만드는 방식입니다. 영화는 페미니즘 – 퀴어의 장례식을 통해 삶과 죽음의 연결성을 짚고, 다양한 생과 삶을 ‘애도의 권리’위에 올려 놓습니다. <My First Funeral>과 함께 퀴어로서, 별나고 교란하는 존재로서, 다양한 애도의 방식을 상상하며, 살아 있던-살아 있는- 우리의 삶을 이야기 해봅시다. 

 

고운의 Pick <기억의 공간들>

기억의 공간들 스틸컷. 노란 옷을 입은 사람이 들판에 서있다.
기억의 공간들 스틸컷. 노란 옷을 입은 사람이 들판에 서있다.

연말연시, 전기장판 위에서 귤 까먹고 종일 뒹굴고 싶은 요즘입니다. 하지만… 어려운 일이지요. 요즘 같은 나날에는요. 지난 토요일에는 광화문 앞에서 열린 퇴진 광장에 다녀왔습니다. 형형색색의 깃발과 피켓, 응원봉은 이 광장을 채우고 있는 사람 그 누구도 소외시키지 않겠다는 약속으로 보이기도 했어요. 패딩을 뚫고 들어오는 강추위를 함께 견디며 이런 생각도 들었습니다. 우리가 이렇게 거리에서 아픔을 견디고 더 좋은 세상을 외칠 수 있는 힘은 어디에서 온 걸까, 하는.

광화문 광장은 한동안 세월호의 공간이었지요. <기억의 공간들>은 세월호의 기억 공간 세 곳을 찾으며 이야기를 이어 갑니다. ‘기억’과 ‘공간’을 엮으며 그 사이의 의미들을 묻고 답합니다. 우리는 2014년 4월 16일 이전과는 분명 다른 10년을 지나왔습니다. 그 시간을 지나오며, 잊지 않겠다는 약속의 의미를 고민하며, 광장에서 함께 떨고 웃고 울고 노래하며 버텨왔기 때문에, 지금의 광장이 있는 것 아닐까요?

그래서 <기억의 공간들>은 올해가 가기 전에, 꼭 나누고 싶은 영화입니다. 마침 지금 “퇴진까지 계속하는 인권영화제”에서 상영 중이니, 꼭 한 번 찾아봐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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