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나눠요] 어디까지가 우리의 공기인가

소식

 

여름이 점점 더 더워진다. 원래 한반도의 여름은 덥고 습하다지만 이건 해도 너무했다. 누구를 만나든 어디를 가든 ‘날씨가 진짜 이상해.’라고 말하며 포문을 열었다. 이번에는 ‘처서 매직’도 소용 없었다. 모르는 사람을 위해 설명하자면, 숨 막히는 듯한 덥고 습한 여름이 이어지더라도 처서만 지나면 ‘마법처럼’ 시원해진다고 해서 ‘처서 매직’이다. 불가마에 녹아내리듯 기력이 뚝뚝 떨어지던 불타는 여름은 처서가 지나고도 한참 계속되었다. 처서는 무슨, 추석이 지나도 최고기온은 35도를 웃돌았다.

 

영화 <이것은 노르웨이만의 문제가 아니다>(2021)를 보자. 노르웨이는 헌법에 환경 조항이 있는 소수 국가 중 하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석유 수출량 세계 상위권 국가이기도 하다. 2017년 노르웨이 정부는 북극해의 일부인 ‘바렌츠 해’에 석유 시추 라이선스를 낸다. 네이처앤유스 청소년 활동가, 그린피스 법조인, 조부모기후행동활동가, 과학자 등의 환경연합은 정부를 상대로 위헌 소송을 내고 기후 정의 운동을 펼친다. 이들은 노르웨이 정부의 시추 라이선스가 헌법 112조, ‘모든 이는 환경에 대한 권리를 갖는다. 이를 통해 건강을 보호받으며 미래 세대도 같은 권리를 보장받는다.’라는 조항을 위반했다고 주장한다. 이는 노르웨이 사상 최초로 시민이 정부의 사업을 헌법을 근거로 고소한 사건이었고, 노르웨이가 수출한 배기량이 헌법 112조 맥락에 해당된다는 것을 처음으로 인정한 사건이기도 했다. 

 

정부는 돈이 모여야 노동자가 지역에 머무르고 가정을 일구며 사회가 부흥할 수 있다고 말한다. 다른 한편, 기후학자는 해빙이 녹아 땅과 얼음의 균형이 무너지고 있으며, 곧 빙하 속에 잠들어있던 이산화탄소가 배출돼 기온이 더 오를 것이라 전망한다. 이미 해수면 상승으로 노르웨이 곳곳이 물에 잠기고 토지와 건물이 떠내려갔다. 노르웨이 청소년은 자신의 미래를 상상하며 ‘과연 이대로 우리는 안정적인 삶을 살 수 있는가?’에 대해 고민한다. 노르웨이의 석유산업으로 인한 부의 축적은 단기적으로 봤을 때 국가의 이득이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삶의 터전을 상실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석유 산업을 통해 이득을 보는 자와 기후 위기로 인해 1차적인 참사는 겪는 자가 같지 않다는 것 역시 문제다. 

 

노르웨이 환경 연합이 정부를 상대로 한 소송에서 승소하기는 쉽지 않다. 무엇보다 정부는 바렌츠 해 시추 라이선스가 직접적으로 노르웨이의 환경 오염을 유발한다는 사실 자체를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 그러나 영화 후반부로 갈수록 사람들은 하나 둘 마스크를 끼기 시작하고 법정은 온라인 법정으로 대체된다. 영화가 코로나19를 거쳐 진행되었기 때문이다. 인수공통감염병이 생태계 파괴로 동물과 사람의 생활 반경이 겹치며 문제가 되었다는 것을 상기해 볼 때, 모든 것은 연결되어 있고 기후 위기는 돌고 돌아 모두의 불안으로 다가올 것이라는 걸 알 수 있다. “어디까지가 노르웨이의 공기인가요?” 이 말은 노르웨이의 석유 수출 정책이 노르웨이의 환경을 오염시키지 않는다는 정부 대변인의 말에 반박하던 변호사의 일갈이었다.

 

이는 우리가 노르웨이의 기후 다큐멘터리를 한국에서 함께 보며 이야기를 나누는 이유이기도 하다. 서울인권영화제 역시 기후 위기를 함께 고민하고 기후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영화로, 사람으로 연대하고자 한다. 다음 달 서울인권영화제 정기 상영회에서는 <이것은 노르웨이만의 문제가 아니다> 공동체 상영회를 통해 함께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려고 한다. 기후 위기는 곧 기후 재난이고, 재난은 반드시 사회적 불평등과 교차하므로, 기후 문제는 결국 정치 문제이다. 사람과 사람이 모여 정의를 고민하고 실현하는 게 정치 아니겠나. “어떻게 해야 모두가 살아남을 수 있는가.” 이 중대한 질문 앞에 약자와 소수자, 노동자와 농/어업 종사자, 모두가 함께 사랑 갈 수 있는 방법을 논의하고 고민하자. 이 모든 것은 노르웨이만의 문제가 아니므로.

 

서울인권영화제 자원활동가 나기

113소식

댓글

타인을 비방하거나 혐오가 담긴 글은 예고 없이 삭제합니다.

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