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나눠요] 봄바람 프로젝트 시즌2: 다시, 바람이 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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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틸 사진. 깃발을 들고 거리를 행진하는 대오.
스틸 사진. 깃발을 들고 거리를 행진하는 대오.

2024년 12월 3일, 윤석열의 비상계엄 선포 이후 우리는 스펙터클 속에 빠졌다. 믿기지 않는 말들. 국회로 가는 헬기와 장갑차. 계엄군을 막는 사람들. 담을 넘는 의원들.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 가결을 말하는 국회의장의 목소리. 광장을 채운 사람들의 빛과 깃발. 남태령에서 차벽을 뚫은 트랙터와 사람들의 끈적한 연대. 서부지법을 깨부수는 사람들 등등… 강렬한 이미지들이 수없이 떠오른다. 계엄에 얽힌 시공간은 거의 실시간으로 공유되었다. TV로, 트위터에 사람들이 업로드한 게시물로, 유튜브 라이브로. 지금 ‘다큐멘터리 카메라’는 어디에 어떻게 있을 수 있을까. 무슨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무얼 찍을 수 있을까. 다들 어디 있을지 궁금했다.

2024년 12월 13일, 서울인권영화제는 <퇴진까지 계속하는 인권 영화제(이하 퇴인영)>를 개막했다. <퇴인영> 상영작 중, 우리의 광장과 가장 닮은 작품 <봄바람 프로젝트2: 다시, 바람이 분다(이하 <봄바람 시즌2>)>를 함께 나누고 싶다. <봄바람 시즌2>는 14명의 미디어활동가/독립영화 감독이 우리 곁의 11가지 투쟁을 11편의 작품으로 담아낸 옴니버스 다큐멘터리다. 영상은 ‘윤석열 정부의 퇴행적 시간을 마주하며 다시 한번 현장을 잇고, 투쟁하는 사람들을 만나’고자 한다.

서울인권영화제 상영작을 선정할 때, 현장을 담은 작품을 많이 만날 수 있기를 바랐다. 하지만 막상 카메라를 어디에서 어떻게 들어야 할지 구체적으로 다가가니 여러 생각이 마음에 걸렸다. 지금 ‘현장을 지키는 카메라’가 할 수 있는 일은 뭘까. 또 어디까지가 현장인가. 그저 투쟁현장과 인터뷰를 담는 방법론으로 괜찮은가. 이 영상이 누군가에게 닿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 카메라의 지속가능성은 어디서 찾아야 하는가.

<봄바람 시즌2>는 드론을 띄워 저 멀리서 엄청난 스펙터클을 지닌 ‘풍경’으로 광장을 찍는 대신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 펄럭이고 있는 깃발 밑으로 가 이야기를 듣고 그들을 이어 지도를 그리는 방식을 택한다. 11편의 작품, 11곳의 현장. 성폭력 사안 해결을 위한 지혜복 교사의 투쟁을 시작으로 유천초등학교 부당징계 철회 투쟁, 지리산에 사는 온빛의 활동, 밀양 송전탑 건설 반대 투쟁, 가덕도 신공항, 제주 제2공항, 이태원참사, 뉴라이트, 탈북민, 장애 교육투쟁, 이주노동자 사업장 이동의 자유를 위한 투쟁까지.

유천초 교사였던 윤용숙은 인터뷰 중 “우리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은 다 이어져 있잖아요. 그래서 그 어떤 투쟁이든 다 나의 투쟁이라는 생각이 어느 날부터 들게” 됐다고 말한다. 우리는 윤석열 퇴진을 외친 광장에서 서로의 삶이 얽혀 있음을 말 그대로 목격했다. 그리고 늘 그래왔듯, 윤석열 퇴진 이후의 세상에도 우리의 구체적이고 지난한 투쟁은 계속될 것이다. 그곳엔 세상이 주목할 만한 스펙터클도, 명확한 승패도 없을 수 있다. 밀양에서 송전탑건설반대투쟁을 이어가고 있는 활동가 남어진은 말한다. 송전탑도 건설되고 원전도 거의 완공된 시점에서 “지금의 싸움은 마음을 지지 않게 하는 싸움”이라고. 우리는 마음을 지지 않기 위해 싸워야 한다. 싸우는 사람이 있다는 것, 투쟁 현장이 있다는 것 자체가 봄바람 같은 희망을 품고 있다고 생각한다. <봄바람 시즌2>는 그러한 사람과 현장을 계속 마주치게 만든다. 영화가 영화제가 사회와 어떻게 호흡하고 투쟁해 나갈 수 있을지, 그 힘에 대한 믿음과 불신이 겹치지만 결국 결론은 뻔한 말로 돌아간다. 우리가 서로를 보고 듣고 마주칠 수 있는 광장을 만드는 것. 반대로 뭉뚱그려지는 광장 속 개개인이 지닌 개별적인 이야기를 파헤치는 것. 그것이 영화와 영화제가 가질 수 있는 희망일 거라 믿는다. 우리가 계속 서로를 보고 듣고 마주칠 수 있었으면 좋겠다.

 

– 서울인권영화제 자원활동가 마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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