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나눠요] 외부로부터의 외침: <메이드 인 인디아: 옷, 인도, 여성>

소식

지난 8일, 118주년을 맞이한 세계 여성의 날과 함께 여성 노동의 파란을 들여다본다. 세계 여성의 날은 1908년 3월 8일, 뉴욕의 섬유 공장에서 일하던 여성 노동자들이 열악한 노동 환경을 고발한 것으로부터 유래되었다. “우리에게 빵과 장미를 달라.” 생존권과 참정권을 향한 농성이 이어지면서, 그 힘은 “여러 시대에 걸쳐” “사회 도처에 만연한 제약과 불합리에 맞서 정당한 권리를 찾기 위”1한 목소리로 거듭한다. 한편 여성의 날에 맞추어 개봉한 파올라 코텔레시 감독의 <우리에게는 아직 내일이 있다>가 흥행을 기록하면서, 여전히 여성들에게 안전한 ‘내일’이 보장되어야 함을 강조한다. 

[영화 스틸컷] 여러 여성들이 모여있다. 파란 조끼를 입은 여성이 가장 앞에서 무언가를 설명하고 있다.

그리하여 인도의 의류 공장에는 내일의 해가 떴는가. 2015년 20회 서울인권영화제 상영작 <메이드 인 인디아: 옷, 인도, 여성>(2014, 이하 <메이드 인 인디아>)은 인도의 세계 최대 의류 수출기지 뱅갈루루의 여성 노동자들을 다룬다. 이곳의 약 50만 여성이 의류제조업에 종사하고 있으며, 이들은 하루에 약 194루피(3천 원)를 번다. 15살 때부터 의류 공장에서 근무한 야무나는 해를 거듭할수록 열악해지는 근무 환경에 혀를 내두른다. 이들이 겪는 부조리에 남편과 가족은 아무런 힘을 보태주지 않는다. 도리어 가장 안전해야 할 집에서는 남편의 폭력이 계속된다. 안에서는 도와주는 이 없이 내밀한(사실은 모두가 알고 있는) 폭력을 견뎌야 했고, 밖에서는 해고를 두려워하며 부당한 착취와 모욕을 감내해야 했다. 기득권을 가진 자들(사측)은 걸핏하면 사람을 자르거나 학대한다. 비과학적인 물량을 제공하며 노동력을 착취한다. 이유 없이 침을 뱉으며 모독한다. 고수익과 고효율을 추구하는 기업의 자본주의 앞에서 이들의 인권은 차후의 논의 사항으로 밀려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여성 노동자들은 두 손과 두 발과, 50만의 노동력을 보태면서도 여전히 외부자로 취급된다.

여기서 잠시 가부장적 젠더 레짐에 따른 “여성 노동의 이중적 부담”2을 이야기해 보자. <메이드 인 인디아>의 여성 노동자들은 대부분의 남성 중심 사회에서 그렇듯 결혼을 통해 “남성의 생산 노동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가정주부”3로 종속된다. 이들은 의류 공장에 취업하기 전에도 ‘가정주부’라는 이름의 노동자로 일해왔으나 이는 “가정 경제에 도움이 되지 않는 소비적인 허드렛일로”4 치부되었다. “집 밖에서 일어나는 여성 노동은 가족의 생계와 관련된 부수적 활동이며, 노동의 대가인 임금은 가족을 위한 생필품을 사거나 양육비”5에 주로 사용된다. 한국 또한 마찬가지다. “경제발전 과정에서 노동시장 내 여성의 노동력 공급이 증가하였지만, 여성은 주로 가사 노동을 전적으로 부담하는 존재로서 시장노동에 참여하더라도 가사와 병행해야 하고 여성의 소득은 가계수입을 보조하는 것으로 여겨졌기 때문에 여성들의 비정규직 위치와 저임금, 즉 노동시장 내 주변적 위치는 정당화되었다.6” 이러한 사회적 환경은 여성의 (사회적, 경제적) 자유를 용납하지 않고, 그저 ‘값싼 노동자’로 규정한다. 노동자로서의 정당한 대우를 받지 못하면서도 “생산 노동자로 인정받기 위해 아이러니하게도 가사 노동의 부담을 짊어지는” 이중적 의무의 굴레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7

우리는 본 영화의 기득권자들이 야무나를 비롯한 여성 노동자를 대하는 태도에서 이러한 사회상을 반영한 그들의 여성관을 엿볼 수 있다. 함부로 대해도 되는 존재, 그럼에도 거부하지 못하는 유약한 존재. 이들은 가사 노동과 육아, 공장 일과 사회적 멸시를 동시에 견디고 있는 초월적 존재임에도 불구하고 가위질 한 번이면 조각나는 원단처럼 여겨진다. 마치 소설 속의 신화적 여자 주인공과 현실의 창녀 혹은 성녀가 동시에 존재하던 시절처럼.

그러나 우리에게는 아직 내일이 있듯, 외부로부터의 외침은 그 옷자락을 찬란히 펄럭인다. “누가 우릴 도와주겠어요?” 이 한마디로 여성들은 정당한 권리 보장을 위한 노동조합을 결성한다. 서로 똘똘 뭉쳐 열악한 노동 환경(이동권과 먹을 권리 포함)과 임금체불, 노동 착취와 성폭력을 고발한다. 여성은 또 다른 여성을 돕고 거리에서 농성하며 보장해야 마땅한 권리를 쟁취하고자 한다. 싸우지 않으면 아무것도 얻지 못하기 때문에. 

<우리에게는 아직 내일이 있다>의 델리아가 “일하는 여성이 당하는 부당한 상황과 가난의 의미를 부지런히 수집”2하듯, <메이드 인 인디아>의 여성 노동자들은 훼손당한 노동의 가치를 되찾기 위해 작고(作苦)하고 인권을 회복하기 위해 자신을, 또 동료 여성들을 돌본다. 세계 여성의 날이 118주년을 맞이한 현재, 여전한 성별임금격차와 낮은 여성 고용률, 무가치한 것으로 여겨지는 돌봄 노동과 젠더 기반 폭력을 우리는 직시한다. 거리는 여전히 모두에게 열려있고, 투쟁의 언어는 누구에게나 호의적이다. 끊임없이 움직이는 재봉틀의 바늘처럼 우리의 외침은 늘 소란스러울 것이다. 때때로 구멍 난 마음을 기우는 날이 있을지라도 침을 퉤 뱉고 다시 이어 붙여본다. 

– 서울인권영화제 이음활동가 지은

  1. 유네스코한국위원회, “세계 여성의 날(3월 8일)”, 2020.03.01., https://unesco.or.kr/세계-여성의-날-3월-8일-2/ ↩︎
  2. 윤은주, 「신자유주의가 불러온 파편화된 여성 노동의 연대 가능성 모색하기」, 『한국여성철학』, 한국여성철학회, 2025, p.119. ↩︎
  3. 위와 동일. ↩︎
  4. 위와 동일. ↩︎
  5. 윤은주, 앞의 글, p.121. ↩︎
  6. 이승윤, 안주영, 김유휘, 「여성은 왜 외부자로 남아 있는가?: 한국과 일본의 여성노동시장 비교연구」, 『한국사회정책』, 한국사회정책학회, 2016, p.229. ↩︎
  7. 윤은주, 앞의 글, p.120. ↩︎
  8. 김소희, “[비평] 선택의 힘과 무게를 곱씹으며, 김소희 평론가의 <우리에게는 아직 내일이 있다.>”, 2026.03.25., 씨네21, https://cine21.com/news/view/?mag_id=109603&utm_source=naver&utm_medium=news ↩︎

6소식

댓글

타인을 비방하거나 혐오가 담긴 글은 예고 없이 삭제합니다.

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