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나눠요] 흘러가는 세월 속에서 무심해지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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흘러가는 세월 속에서 무심해지지 않도록

영화 <세월: 라이프 고즈 온> 함께 나눠요

– 25회 서울인권영화제 “역행의 시대를 역행하라”의 [우리가 된 역사]의 상영작 <세월>이 지난 3월 27일 <세월: 라이프 고즈 온>으로 개봉했습니다. 4.16 세월호참사 10주기를 맞이하며, 더 많은 관객들이 극장에서 <세월: 라이프 고즈 온>을 만나길 바라는 마음으로 함께 나눕니다. 

 

팟캐스트 녹음실. 세월호 참사 유가족, 예은 아빠 유경근 씨가 묻습니다. “근데 진짜 세월이 약인가요” 이한열 열사 어머니 고 배은심 씨가 답합니다. “아니요. 저는 그렇게 안 생각해요.” “약이 없죠. 안고 사는 게 약이여. 내가 안고 사는 거예요.”

어느덧 2024년, 세월호 참사 10주기입니다. 참사 이후에도 세월은 무심히 흐르고 삶은 계속 됩니다. 10년의 세월을 우리는 어떻게 지나 왔을까요? 또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요? 영화 <세월: 라이프 고즈 온>은 예은 아빠, 유경근이 진행하는 팟캐스트 ‘세상끝의 사랑-유족이 묻고 유족이 답하다’를 통해 사회적 참사, 그리고 그 이후에 이어지는 삶에 대해 이야기 합니다.

사진 1: 영화 <세월> 스틸컷. 녹음실에서 마이크를 앞에 두고 예은 아빠 유경근 씨와 대구 지하철 화재 참사 유가족 황명애 씨가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 1: 영화 <세월> 스틸컷. 녹음실에서 마이크를 앞에 두고 예은 아빠 유경근 씨와 대구 지하철 화재 참사 유가족 황명애 씨가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로 딸을 잃은 유경근 씨. 2003년 2월 18일 대구 지하철 화재 참사로 딸을 잃은 황명애 씨. 1999년 6월 30일 씨랜드 청소년 수련원 화재 참사로 쌍둥이 딸 둘을 잃은 고석 씨. 그리고 이한열 열사의 어머니, 이어지는 수많은 참사의 유족들. 이들이 서로에게 묻습니다. “당신은 이 세월을 어떻게 버텨왔습니까” 그들이 답하는 기억과 마음, 투쟁의 과정은 많이 닮아있습니다. 

고 배은심 씨가 기억하는 유경근 씨의 첫 마디는 “어머니 심정을 저 이제 알겠습니다”. 2015년, 세월호 유가족들이 조심스레 찾아간 5.18 전야제에서 가족들을 안아준 건 오월 어머니들의 “내가 다 안다”는 말 한마디였습니다. 너무도 아픈 역지사지가 오갑니다.

유가족들이 수많은 혐오와 모욕에도 차마 내뱉지 않는 말이 있습니다. “너도 한번 당해봐라”입니다. 유족들의 아픔은 다시는 참사가, 다시는 내가 겪은 이 아픔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는 투쟁으로 이어집니다. 참사 이전과 이후 다른 사회를 만드는 것, 보다 안전한 사회로 나아가는 것. 그것만이 죽음을 헛되지 않게 하는 길이라는 마음. 그 마음이 우리가 살아가는 곳곳을 바꿔놓았습니다. 참사 이후 애도와 진실, 안전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에 있어 국가가 부재한 자리를 유가족들의 절박한 움직임이 채워 왔습니다. 씨랜드 화재 참사가 있던 이후, 유족들은 기금을 모아 한국어린이안전재단을 설립하고 ‘어린이 안전’이라는 개념을 만들어 왔습니다. 대구 지하철 화재 참사 이후엔 유족들이 직접 뼛조각을 찾아 희생자 신원을 파악했고 218안전문화재단을 만들어 활동해 왔습니다. 세월호참사 유가족들은 모두에게 안전하게 살 권리가 있다는 점을 법적으로 명시하는 생명안전기본법 제정을 위해 투쟁해왔습니다. 그리고 서로의 투쟁의 현장에서 자주 서로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무얼 할 수 있을까요? 무얼해야 할까요. 유경근 씨는 이렇게 말합니다. “내 아이가 안전하려면, 내 아이의 친구가 안전해야 해요. 옆집에 있는 아이가, 우리 동네에 있는 아이가 안전해야 내 아이가 안전한 거예요.” 팟캐스트를 녹음하던 중 씨랜드 청소년 수련원 화재참사 유가족 고석 씨는 예은아빠에게 멀리서 바라보기만 해 미안하다는 마음을 전합니다. 유경근 씨는 과거 씨랜드 참사 당시 내 일처럼 여기지 않고 관심 갖지 못한 게 미안하다며 “사실 38일만에 장례를 치를 수밖에 없었던 것도 너무 외로웠기 때문 아닙니까” “그때 만약 제가 달려가서 같이 하겠습니다라고 했으면 조금 더 버틸 수 있었겠죠”라고 합니다.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참사가 그저 과거의 사건으로 머물지 않게 하는 것. 우리의 안전은 연결되어 있으며 참사가 우리의 일임을 인지하는 것. 더 안전한 미래를 위해 현재를 함께하는 것. 세월이 무심히 흐르더라도 우리는 무심해지지 않도록 계속 마음을 쓰는 것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10주기, 우리가 어딘가에서 함께 기억하고 슬퍼하고 애도하고 외치고 나아갈 수 있길 바라 봅니다.

– 서울인권영화제 자원활동가 마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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