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로서의 한수미에게는 성소수자인 딸이 있다. 수미는 그런 딸을 받아들이기 위해 노력하며 산다. 지수와 지수의 연인 승을 만나 함께 밥을 먹으며 편히 대화하기도 하고 승을 그냥 친구라고 말하는 수미에게 지수가 여자친구라며 정정하자 “그래 내가 실수했다”라며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기도 한다.
[굿마더 스틸컷 1. 엄마 한수미가 딸 지수와 지수의 연인, 승을 바라보며 웃고 있다. 그 건너편에는 승의 뒷모습이 보인다.]
딸을 그 자체로 사랑하기 위해 노력하며 살던 수미는 동료 선생님과의 모임에 간다. 그러나 모임에서 있었던 성소수자를 향한 혐오와 반대의 발언에는 아무런 말을 하지 못한다. 사실 선생님 한수미는 교장 선생님의 부당한 지시에는 그건 아니라고 당당히 말하는 할 말은 하는 사람이다. 그러나 그런 수미는 그 자리에서는 한마디도 하지 못 한다. 과연 같이 그 말에 아파하는 것일까, 그 말들의 당사자가 자기 딸이라는 것이 창피하고 망신스러워서였을까.
수미의 감정이 폭발한 시점은 동료 교사가 사위를 자랑하며 지수에게 결혼은 언제 할 거냐면서 여자는 남자를 잘 만나야 한다는 등의 혐오 발언이 난무하던 저녁 식사 자리도 아니었고 지수와 함께 집에 돌아와 지수가 무지도 폭력이라며 같이 일하는 동료 교사들을 욕할 때도 아니었다. 딸 지수의 여행 가방에 김치를 넣어주려다 연인 승과 함께 캐나다에서 찍은 결혼 앨범을 발견했을 때 딸의 결혼 사실을 알고 화를 참으려 노력하지만 이내 자던 딸을 깨워 내 집에서 나가라며 울분을 터뜨린다.
“너 그렇게 얘기하고 나서 자랑스러웠던 너를 미워할 시간이라도 준 적 있니, 집에 제대로 내려온 적 있니, 단 한 번만이라도 엄마한테 엄마 생각은 어떠냐고 물어본 적 있니.”라는 수미의 말에서 결혼을 알리지 않고 한 지수에 대한 원망과 서운함이 느껴졌다. “온통 엄마에게 던져놓고 이게 맞는 거다. 저게 옳은 거다.”를 강요했다는 대사에서는 엄마가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을 충분히 주었는지를 생각해보게 한다.
엄마 한수미가 말하는 버겁고 낯섦, 두려움과 외로움. 분명 스스로 정체화하는 과정에서 성소수자들 또한 겪었을 감정이다. 우리는 상처받았던 기억과 또다시 상처받을까 하는 두려움에 우리의 엄마에게 너무 방어적으로 굴지는 않았는지 생각해보게 된다. 대화가 필요하다. 서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대화가 필요하고 노력이 필요하다. 모르는 사람에게는 알려주어야 하고 포기는 최대한 느리게 해야 한다. 후회하지 않도록. 한 사람에게 자신의 오롯한 생각을 설명하고 설득하는 그 과정은 아마 매우 험난할 것이다. 무지가 폭력이라는 지수의 말처럼 그 과정에서는 수많은 폭력을 감당해야 할 것이다. 누구도 상처받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은 없다. 그냥 많이 상처 주고받아 가면서 솔직하게 마음을 털어놓고 기다리자.
레즈비언 딸을 둔 엄마도 사회적 퀴어라는 감독의 말을 기억한다. 전에는 그저 남 얘기였던 성소수자 얘기가 이제는 나의 딸의 이야기로 들리기 때문이다. 당사자가 된 것이다. 이 영화는 당사자의 영역을 확장하며 레즈비언과 레즈비언 딸을 둔 엄마의 노력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본다. 당신의 노력을 바라보며 기다리겠습니다. 포기하지 말아주세요.
서울인권영화제 자원활동가 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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