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이 바뀐 후 선체가 인양되었고, 2기 특별조사위원회가 시작되었다. 안산에는 416생명안전공원이 만들어질 것이며 미수습자의 장례가 치러졌다. 목포, 안산, 광화문, 모든 곳에 퍼져 있던 기억들을 하나둘 마주한다. 그날의 기억은 우리 모두의 ‘집단기억’이 되었다
세월호 참사로 인한 트라우마를 치유하고 회복하는 것은 그 기억을 지우고 잊은 채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살자는 것이 아니다. 상처의 치유와 회복은 참사로 맺어진 관계 안에서 이뤄진다. 그렇기 때문에 유가족들은 함께 리본을 만들고, 연극을 하고, 풍등을 날리며 서로의 트라우마를 보듬어 준다. 이처럼 영화는 사회와 공동체가, 모두가 함께 겪은 사건을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를 이야기한다.
우리는 그것을 기록하고 담아내는 행위를 통해 기억을 잇고 퍼뜨린다. 동갑내기 친구가 기록하는 생존 학생의 기억, 서로 다른 사람들이 기억하는 순간과 그 날이 바꾼 삶의 변화, 그리운 마음을 서로에게 기대 위로하며 외치는 기록, 선체를 인양하고 조사하는 과정에서 발견하는 처참한 현실 속에 ‘공동의 기억’은 살아있다.
우리의 기억은 잊으라고 말하는 그들의 바람처럼 잠잠히 고여 있지 않다. 우리는 과거의 기억을 다시 꺼내서 기록하며, 걸음을 멈추고 지나온 길을 돌아본다. 동시에 그 기록은 하나의 파동이 되어 과거의 일을 현재로 불러온다. 기록은 단지 누군가의 기억으로만 남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기억을 이어가는 작업이다.
기억은 서로를 연결하고 행동을 만든다. 기록은 가만히 있으라는 사회를 향해 “잊지 않고 행동하겠다”고 외친다. 그렇게 우리는 기억과 만난 기록을 가슴에 담고 다시 소란스럽게 파동을 일으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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