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이 고도로 발달하고 있는 현시대에 데이터 알고리즘은 정확한 것, 좋은 것으로 인식된다. 데이터 알고리즘은 우리를 지켜주는 것으로 환영받는다. 하지만, 데이터 알고리즘을 통해 예비범죄자 리스트를 만들어 범죄를 예측하고 예방하는 기술인 프리크라임(pre-crime)은 질서와 안전을 빌미로 일상적 감시를 정당화한다. 이렇게 일상화된 감시는 우리의 삶을, 인권을 조여 온다. 예비범죄자 리스트에 올랐다는 이유로 경찰은 불시에 집을 찾아와 문을 두드리고 의심의 눈길을 보낸다. 어디를 가든지 경찰의 감시를 받는 집중 사찰의 대상이 된다. 우리는 모두 이 리스트에 언제든지 오를 수 있는, 그들이 정한 ‘예비범죄자’가 될 수 있는 피해자다. 감시와 검열로 이루어지는 정보인권의 침해는 온라인에서의 활동뿐만 아니라 현실에서의 물리적 행동까지 제한한다. 이렇듯 정보인권의 침해는 삶 전반에 걸친 인권침해다.
비가 내리면 낮은 곳부터 잠기듯이, 이러한 정보인권의 침해는 사회적 소수자에게 더 자주, 심하게 일어난다. 사회적 소수자는 빈민가와 같은 우범지역에 거주하는 비율이 높다. 데이터 알고리즘은 사회적 요인이나 범죄의 원인을 고려하지 못한다. 그렇기에 알고리즘은 사회적 소수자를 단순히 ‘범죄와 밀접한 사람’으로 판단하고 예비범죄자 리스트에 올린다. 이런 과정을 통해 사회적 소수자에게는 예비범죄자라는 낙인이 찍힌다. 데이터 알고리즘에 이용되는 정보는 기업으로부터 나온다. 기업은 헐값에 고객들의 정보를 정부에게 팔아넘기고 이 정보는 예비범죄자 리스트를 만드는 데 사용된다. 예비범죄자 리스트 등재자는 “그냥 사람들의 생각대로 행동할 수도 있었다고요. 하지만 그건 제가 아닙니다. 그건 당신의 시선일 뿐입니다.”라고 외친다. 이 외침은 프리크라임이 범죄의 예방이 아닌 낙인찍기에 불과함을 폭로한다.
범죄예방은 어떤 사람이 범죄를 저지르지 않도록 생계를 지원하고, 튼튼한 사회적 안전망을 구축하는 방법을 통해 이루어져야 한다. 감시와 억압을 통한 낙인찍기와 사회통제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객관성과 효율성이라는 탈을 쓴 숨 막히는 ‘적막’에 대항하여, 감시당하지 않을 자유와 정보인권 실현을 위해 ‘소란’을 피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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