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쳐오는 위험을 대비하기 위해서라면 정보 공개를 어디까지 허용할 수 있을까? 매일 코로나19 확진자 동선이 낱낱이 공개된다. ‘모두의 안전을 위해’ 휴대폰 GPS, 카드 결제내역, 주변인의 목격담까지 동원된다. 이번 확진자는 어떤 사람일까? 신상을 추측하고 평가하는 일은 일상이 되었다. 코로나19보다 동선 공개가 두렵다는 말도 농담만은 아니다.
<(테)에러>는 국가기관이 테러 방지라는 명목으로 사람을 어떻게 감시하고 정보를 수집하는지에 대한 영화다. SNS에 어떤 사진을 올리고, 누구를 만나고, 어디를 언제 방문하는지 같은 정보들은 자칫 중립적이지만 테러 위험 집단이라는 프레임을 통해 보면 위험해진다. 어떤 목적으로, 어떤 분류로 사람을 나누어 정보를 수집해 공유하느냐에 따라 정보는 무쓸모하기도 무기가 되기도 한다. 영화에서 무슬림 피감시자는 정보 조합 결과 테러리스트로 ‘만들어졌다’. 확진자 동선 공개는 확진자의 국적/성적지향/종교/직업/삶을 공격할 무기가 되었다. 피감시자의 공포는 영화 속의 이야기로만 읽히지 않는다.
영화에서 메시지로만 등장하는 FBI의 모습처럼 정보를 모으고 분류하는 주체는 잘 보이지 않는다. 그들은 온갖 방법을 동원하고, 공공의 안전을 위한다는 명분을 내세운다. 숨은 그들을 돕는 조력자는 우리 서로이기도 하다. 어떤 사람은 ‘안전을 위해’ 이태원 클럽 방문자를 성소수자로 짚어 문제화하는 기사를 공유한다. 어떤 대화방에서는 질병보다 바이러스 보유자를 불쑥 지적한다. 여기에서 우리가 어떤 역할을 맡을지 정하는 것은 지금부터의 행동이다. 정보인권은 누군가에 의해 침해되는 것이기도 하지만, 정보를 가지고 저항하기 위한 수단이기도 하다. 정보 공유에 절망만 있다고 하기에는 위험에게서 우리를 구할 구원자도 정보를 타고 온다. 코로나19의 시대, 연대와 연결은 데이터 패킷을 통해 선명해진다. 영화의 화자 샤리프는 FBI 정보원으로 지낸 시기를 이 영화를 통해 공개했다. 감시 체계를 폭로해 서로를 지키는 것도 정보 공유가 아닌가? 바이러스에 대한 정보를 더 많은 사람들이 접근 가능하도록 공유하는 것도 안전을 위해 꼭 필요하지 않은가?
도돌이표 같은 고민 속에서도 질문들이 흘러넘친다. 어디까지가 서로의 생존을 위한 정보 공유일까? 반드시 개인 단위 동선 공개만이 전염병 예방에 효과적일까? 어떤 정보를 지키고 어떤 정보를 공유해야 할까? 어떻게 공유해야 모두가 평등하게 안전한 정보를 공유받는가? 전염을 막기 위해서라며 감시 대상자에게 새로운 프레임을 만들어 혐오에 동참하고 있지는 않은가? 감시가 아닌 연결과 연대의 정보 공유는 코로나19 시대에 가능한가? 이 질문들을 놓치지 않고자 한다.
서울인권영화제 자원활동가 다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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