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그램 노트: 청계천 아틀라스: 메이커 시티

프로그램 노트

서울시는 청계천·을지로 제조산업지구의 가치를 인정한다며 모두가 공생 할 수 있는 도시재생 정책을 펼치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개발의 포크레인은 단 하루도 멈추지 않았다. 세운3-1, 4, 5구역에선 현재 ‘고급 주거지’를 내세우는 오피스텔 ‘세운 힐스테이트’ 공사가 한창이다. 상인들은 금속이 탄생하는 소리 대신 이곳을 파괴하고 ‘세운’ 다는 건물의 공사 소리로 아침을 시작한다.

청계천·을지로 제조산업지구는 산업적 가치가 있는 근현대 유산이다. 금속 가공 업종에서 다양하게 나뉜 업체들은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유기체를 형성해왔다. 그리고 이러한 역사적, 산업적 의의 속에서 ‘사람’이 아주 오래, 일하고 있다. 가문 대대로 공업사를 운영하고, 40년 넘게 목형을만든다. 오랜 세월 동안 철을 깎고 다듬고 녹여왔다. 오래 일해왔다는 것은 그곳이 단순한 일터에서 ‘삶의 터전’으로 변화한다는 것을 말한다. 그곳은 어느새 드릴 하나하나에 사연이 담겨있고 골목의 고양이에게 저마다 각자의 이름을 붙여준 곳이 된다. 동료와, 이웃과 함께 땀을 흘리고 믹스커피한 잔을 마시며 수다를 떨다 보니 어느덧 그곳은 산업 생태계가 되었다.

어쩌면 집보다 더 오래,삶의 대부분을 보냈던 공간. 그 공간을 강제로 떠나게 되는 마음을 어떻게 말할 수 있을까. 아쉬움이 섞인 한숨 뒤로 지어지는 초고층 아파트를 본다. 사대문 안 마지막 남은 대규모 개발지에 지어지는 아파트라며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는 ‘삶의 터전’. 그곳에서 누군가는 쫓겨나고, 누군가는 건물을 짓고, 누군가는 투자해 돈을번다. 일의 기쁨과 슬픔이 있었던 거리. 그 거리를 다시 마주하기 위해 그들은 언제나처럼 빨간 조끼를 입고 쇠 냄새 배인 장갑을 낀다.

서울인권영화제 프로그램 팀

3프로그램 노트

댓글

타인을 비방하거나 혐오가 담긴 글은 예고 없이 삭제합니다.

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