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그램 노트: <잇다, 팔레스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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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8년,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땅을 강제로 점령하면서 약 80만 명의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자신이 살던 땅을 떠나야 했다. 대대적인 학살과 억압의 시작,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이를 대재앙을 뜻하는 단어 ‘나크바’라고 부른다.
긴 시간이 흘러 세계 각지로 흩어진 수많은 팔레스타인 사람들 사이에서는 어느덧 난민 4세대가 자라고 있다. 지역과 세대가 분화됨에 따라 언어, 억양, 문화 등 모든 것이 달라졌지만 그럼에도 결코 변하지 않은 것이 있다. 바로 팔레스타인 사람이라는 정체성이다.
억압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그들의 정체성은 그 자체로 투쟁이다. 특히나 팔레스타인의 민족성은 그 자체로 생존의 위협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이들이 정체성을 지켜나가는 과정은 필연적으로 투쟁할 수밖에 없는 삶이 된다.
<잇다, 팔레스타인>은 팔레스타인의 민족 정체성을 여성들의 이야기로 엮었다. 남성의 언어와 남성의 상징물로 서술된 기존의 역사와 달리, 영화는 여성의 상징물인 자수와 이와 관련된 여성의 경험으로 팔레스타인의 민족성과 역사를 이어나간다. 영화 속 인물들은 팔레스타인 자수를 보며 고국에서의 기억, 또는 직접 경험하지는 못했지만 선대의 증언으로부터 상상을 통해 빌려온 기억을 마음에 새긴다. 그렇게 이들은 자수를 꿰는 동시에 시공간을 넘어 떨어져 있는 모든 팔레스타인 사람들과 하나로 꿰어진다. 이들에게 자수는 단순한 행동 또는 여성성의 상징이 아니다. 억압 속에서 자신의 방식으로 정체성을 지키는, 저항과 투쟁의 상징이다.
나크바가 일어난 지 올해로 70년이 되었다. 많은 시간이 지났지만 팔레스타인에는 여전히 대재앙이 계속되고 있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점점 더 물리적으로 흩어져가지만, 그럼에도 이들은 언제나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 그리고 앞으로도 팔레스타인 사람으로서 이들만의 방식으로 조국을 기억하고 민족의 정체성을 지켜나갈 것이다. 자수 실을 엮어 견고한 작품을 만들 듯, 서로의 기억을 엮어 지울 수 없는 존재가 될 것이다. 그렇게 세상에 남아 저항의 삶을 지속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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