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그램 노트: 일하는 여자들

프로그램 노트

현업에서 일하고 있는 방송작가들은 극한의 노동환경을 마주한다. 방송작가를 꿈꾸는 이에게 “제발 하지 마세요”라는 말을 건넬 만큼. 이들은  대체로 비정규직, 그중에서도 4대보험의 영향을 받지 못하는 프리랜서로 일하고 있다. 프리랜서라는 위치는 자신의 ‘능력’과 ‘재량’에 따라 여러 일을 할 수 있다고 하지만 방송작가들은 막대한 노동량으로 인해 ‘며칠을 못 잔 건지’ 세어가며 밤샘 업무를 하고 있다. 구두계약이 허다해 PD의 선호에 따라 해고와 계약연장이 판가름 나 불안정한 상황에 시달린다. 자연스레 경력과 연차는 인정받지 못하고, 원고료는 방송이 송출되어야만 받을 수 있다. 프로그램을 만드는 기획단계 1~2개월 동안은 방송작가 대부분이 급여를 받지 못한다. 프리랜서라는 이유만으로 이들의노동은 끊임없이 누락되고 삭제되고 있다.

삭제와 누락이 자행되는 상황은 집에서 일어나는 노동과도 닮아있다. ‘요리를 좋아하는 남자’와 결혼한 ‘요리가 숙제인 엄마’는 ‘슈퍼우먼’이 되지 못해 생겨난 비난의 화살을 감내하고 아이에 대한 미안함을 한가득 떠안아야 한다. 여성이, 엄마가 하는 일이라며 책임을 떠게 여겨왔던 무수한 우리의 모습이 스쳐 간다.

단 한 순간도 쉬지 않으며 ‘일하는 여자들’을 똑바로 보자. 삭제되고 누락되어온 여성노동의 현실을 제대로 마주하자. ‘잡일’로 여기며 우리가 떠넘겼던 일들이 ‘노동’으로 드러날 때, 우리는 긴 시간 누적되어온 현실의 착취에 균열을 낼 수 있을 것이다.

서울인권영화제 프로그램 팀

3프로그램 노트

댓글

타인을 비방하거나 혐오가 담긴 글은 예고 없이 삭제합니다.

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