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그램 노트: 을지네이티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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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지 네이티브>는 을지로의 골목 구석구석과 철공소 소리, 청계천 생존권 비상대책위원회 강문원 씨의 목소리를 한 편의 뮤직비디오처럼 빚는다. 빛을 뿌리며 용접하는 소리, 금속과 금속이 맞부딪히는 소리, 그라인더로 철을 가는 소리가 한데 엮여 음악이 된다. 강문원 씨의 목소리도이 소리들과 얽혀 음악이 된다. 모든 장면과 소리가 각각의 요소가 되어한데 어우러진다.

을지로란 그런 곳이다. “1만여 개의 점포와 4만여 명의 종사자들”은 제각기 존재할 수 없다. <을지 네이티브>의 모든 소리가 어우러져 하나의 음악이 되듯 을지로 역시 ‘구성’된다. 이곳의 하나하나가 어우러져 유기체가 되고 생태계를 이룬다. 그렇기에 을지로는 그냥 옮겨질 수 없다. 이 곳은 단순한 ‘부동산’ 그 이상이다. 이 공간 안에는 80년가량의 노동으로써 고유한 역사와 문화를 일구어낸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 이들의 노동으로써 작품을 만들고 또 다른 노동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 모든 게 얽히고 엮인 곳이 을지로다. “도시 슬럼화”라는 명목으로 이 생태계를 파괴하고, 이곳의 역사와 오늘을 밀어내고 짓는다는 미래도시는 어떤 모습일까. “도시 슬럼화”는 누가, 어떻게 정의하는 걸까.

<을지 네이티브>에서는 분홍색 현수막이 자주 등장한다. 시민과 예술가, 디자이너와 메이커, 연구자가 모여 재개발을 반대하며 든 현수막이다. 노동으로 일군 삶의 터전이 파괴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힘은 이 공간과 닿아있는 사람들의 연대와 행동이다. 1만여 개의 점포가 모여 을지로 생태계를 구성하듯, 다양한 우리가 연대를 구성하며 거리를 지켜낼 것이다.

서울인권영화제 프로그램 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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